한문자료

노원신문 22- 結婚(결혼) 이야기

結婚(결혼) 이야기

도정 권상호

  내 이럴 줄 알았다. 봄과 가을은 왔나 하면 이미 지나가고 있다. 유례없는 비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구나 하고 느끼기도 전에 이미 설악산에는 얼음이 얼었단다. 넉넉해야 할 가을이 휑하니 쓸쓸하고 외로움을 타는 원인은 뭘까. 아마 가을 하늘은 높이 치솟고 가을 물은 깊이 비치니, 자신은 더 작게 보이고 따라서 고독을 느끼게 되는 것이리라. 고독한 계절에 가장 빛나는 잔치는 뭐니 해도 結婚式(결혼식)이다.

  시월을 여는 어느 날에 국립국악원 별맞이터에서 멋진 결혼식이 있었다. 최진용 전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님께서 며느리를 보는 날이었다. 시낭송에 성악이 있고, 발레까지 곁들인 환상적인 결혼식이었다. 이름 붙이자면 공연결혼식이랄까? 하객들이 감동의 연속이었는데, 신랑 신부는 오죽했을까.

  結婚(결혼)의 結(맺을 결) 자는 ‘糸(실 사)+(길할 길)’로 이루어져 있다. 실은 ‘맺다’의 의미가 있으므로 이왕 맺을 것이라면 ‘길하게 맺으라’는 의미가 結() 자에 들어 있다.

  (혼인할 혼) 자는 ‘女(여자 여)+(저물 혼)’으로 이루어져 있다. () 자를 통하여 예전에는 날이 저물 때 결혼식을 올렸음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대지가 태양을 만날 때, 다시 말하면 陰()과 陽()이 서로 만나는 해질녘에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해질녘이란 얼마나 절묘한 우주적 배경인가. 날이 어둑어둑해짐으로 당연히 촛불을 켜야 했을 것이고, 오늘날의 양가 안사돈이 나와서 點燭(점촉)하는 의식이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여기서 昏() 자를 분석해 보면 ‘氏()+()’이니, 결국 婚(혼인할 혼)은 ‘여자가 씨를 받는 날’로 풀이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崔氏(최씨) 성을 가진 남녀는 모두 최씨 아버지로부터 태어난 자녀다. -씨’는 식물 종자를 ‘씨앗’이라고 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혹여 자녀에게 어머니의 성이나 아버지 성과는 다른 성을 붙여 준다면 이는 대추를 심었는데 밤이 달린 것과 같은 이치이다.

  여기에서 姓(성씨 성)과 性(성 성)을 살펴볼까나. 여자가[()] 낳으면[()] 누구나 ‘姓(성씨 성)’을 갖게 되고, 남성 또는 여성으로 性(성 성)이 구분된다. () family name, () sex이다.

  그런데 姓(성씨 성) 자에 왜 女() 자를 붙여놓았을까. 이는 姓() 자가 모계사회 때 만들어진 글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性(성 성) 자에는 () 자를 붙여놓았을까. 오늘날엔 性() XY 염색체의 조합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으로 알지만, 예전에는 남녀의 미묘한 마음[()]의 작용에 의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리고 性() 자는 ‘性品(성품)’ 또는 ‘性質(성질)’의 의미로 확장된다.

  두 姓氏(성씨)의 만남인 결혼은 ‘二姓之合(이성지합)’이라고 하고, 男性(남성)과 女性(여성)이 사귀는 일은 ‘異性交際(이성교제)’라 한다.

  結婚(결혼)과 같은 뜻으로 婚姻(혼인)이 있다. 이 두 말은 韓·中·日(한중일) 삼국이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 선조는 결혼이란 말보다도 혼인이란 말을 더 자주 사용했다. 그러면 婚姻(혼인)이라고 할 때의 姻()의 어원은 무엇일까. (혼인 인) 자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因(원인 인) 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의 네모는 國(나라 국)이나 圍(둘레 위)의 옛글자가 아니라, 方席(방석, 네모난 자리)을 가리킨다. 본뜻을 살리기 위해 풀로 만든 자리 茵()과 실로 만든 깔개 絪()이 있는데 이런 골치 아픈 자는 잊어버려도 좋다.

  문제는 깔개 위에 한 남자[()]가 두 팔다리를 벌리고 드러누워 있는 모습인데, 이 글자가 因(원인 인)이다. 깔개에 누운 일이 ‘원인[()]’이 되어 여자가 옆에 오니, 곧 혼인[()]이다.

  ‘장가들다’와 ‘시집가다’의 어원은 뭘까. ‘丈家(장가)들다’는 신랑이 ‘丈人(장인)의 집에 들어가다’, ‘시집가다’는 신부가 ‘媤宅(시댁)에 가다’는 뜻이다. 시대마다 차이는 있지만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전통 婚禮(혼례)에 따라 신랑이 먼저 丈家(장가, 처가)에 들어 3일간 머무니 이를 신랑 처지에서 보면 ‘장가들다’이고, 4일째 신부를 집으로 데리고 오니, 이를 신부 처지에서 보면 시집가는 것이다.

  (시집 시) 자를 보면 ‘出嫁外人(출가외인)’이란 말이 생각난다. 왜냐하면 여자가 생각해야[()] 할 곳은 시집이란 뜻이다. 그리고 한 여인이 어느 집을 향해 가고 있으니 이는 ‘시집갈 嫁()’ 자이고,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취하는 것은 ‘장가들 娶()’이다. 사용 예로 媤父母(시부모), 嫁娶之禮(가취지례, 시집가고 장가가는 예식) 등을 들 수 있다.

  부부가 될 짝을 配匹(배필)이라고 한다. ()는 ‘나[()]와 술[()]을 나눈 사람’에서 ‘짝, 아내, 나누다’의 뜻이고, ()은 ‘감추어진 곳[()]에서 정을 나눈[()] 사람’에서 ‘짝’의 뜻이다. 오늘 결혼한 新婚夫婦(신혼부부)는 天生配匹(천생배필)이었다.

  婚禮式(혼례식)을 마치고 新房(신방)에서 알싸하게 ‘꽃잠’을 자고 있을 신랑 신부여, 행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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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청화
공부 또 하고 갑니다. 제가 결혼하기 전에 샘을 만났더라면 더 좋았을걸 그랬어요. 저렇게 좋은 의미가 있었는지 모르고 결혼 했거든요.  다시 한번 잘 해봤으면...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