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자료

노원신문 23- 약한 손 강한 힘

약한 손 강한 힘

 

도정 권상호

  십 리는 가도 오 리는 못 가는 손, 안쪽으로는 물건을 잡을 수 있어도 바깥쪽으로는 아무것도 잡지 못하는 손, 그 손이 인류 문명의 나무에 꽃이 피게 하고, 문화의 향기로 벌 나비를 유혹하고 있다. 약한 손이지만 손을 쓰면 안 되는 일이 없다.

  그러고 보니 인간만이 손을 가지고 있는 창조적인 동물이다. 온몸의 신경이 손에 맺혀 있어서 손에 수지침을 맞음으로 병을 치료하기도 한다. 인간은 손으로 맛있게 요리하고, 악기를 연주하며, 글씨와 그림을 쓰고 또 그린다. 그러니 당연히 인체 중에서 손과 관련한 한자가 가장 많다.

  우선 한자 부수에서 손과 관련한 부수 글자가 가장 많다. (또 우, 오른손 우), (가를 지, 지탱할 지), (, 칠 복), (창 수), (가죽 피), (북 고) 등에는 공통으로 손을 가리키는 又() 자가 들어 있다. 또 手(, 손 수), (아비 부), (두 손으로 받들 공), (마디 촌), (손톱 조) 등의 부수 자들도 모두 손과 관련한 글자들이다.

  손 하나는 手(손 수)인데 손 둘은 拜(절 배)이다. ()의 오른쪽은 무성히 자란 풀포기의 상형으로 허리를 굽혀 풀을 뽑는 모양이 절하는 모습과 비슷하여 ‘절’의 의미로 파생되었다. 더러는 ‘拜()=()+()+()’로 풀이하였다. 이는 절하는 동작을 나타낸 것으로 두 손을 아래로 내리는 모습이다. 편지를 쓰고 절하여 올릴 때 拜上(배상)이라 한다.

  ()는 ‘人(사람 인)+(파임 불)’로 가고자 하는 사람을 손으로 끌어당겨 오래 머물게 하는 모양이다. ‘파임’은 서예에서 획의 이름이지만 형상으로 볼 때 사람을 잡아당기는 손으로 볼 수 있다. 永久(영구), 耐久性(내구성), 持久力(지구력) 등의 예가 있다.

  父母(부모)라고 할 때의 父(아버지 부)의 금문 형상은 첫 획이 유난히 굵은 데, 이는 손에 돌도끼를 잡고 있는 모습이다. 글자로 보면 도끼로 먹을 것을 구해 오는 일은 아버지의 역할이요, 젖을 먹여 기르는 일은 어머니의 역할이었다. 손에 막대를 잡고 있는 다스리는 자는 尹(다스릴 윤, 벼슬아치 윤)이요, 막대 잡고 입으로 호령하는 자는 君(임금 군)이다. 예컨데 조선 시대에는 서울시장을 漢城判尹(한성판윤)이라 했다. 君主(군주), 君子(군자)로다.

  (깍지 낄 차)는 깍지를 낀 반대쪽 손가락을 점으로 표시했다. 交叉(교차)는 깍지 낀 손가락처럼 서로 엇갈리는 것을 말하고, 叉手(차수)는 두 손을 마주 잡아 공경의 뜻을 나타냄을 뜻한다.

   (두 손으로 받들 공)이 들어간 글자는 생각보다 많다. 우선 弄(희롱할 롱)은 두 손으로 구슬을 가지고 노는 모양이다. (해질 폐)는 敝(해진 옷 폐)를 두 손으로 가리고 있는 모습으로 弊社(폐사)에서처럼 ‘겸칭’으로 쓰이고 있다. (책 전)은 ‘冊(책 책)+()’으로 책을 두 손으로 들고 있는 모습이다. 古典(고전), 經典(경전)이로다.

  손 셋으로 이루어진 글자는 奉(받들 봉)이 있다. ()은 곡물이 예쁘게 자란 모습이다. 이것을 세 개의 손으로 받드는 모습이 奉()이다. 여기에 손 하나를 더 붙여 네 개의 손으로 받드는 글자는 捧(받들 봉)이다. 그리고 곡물이 제기에 풍성하게 담긴 모습이 (풍년 풍)이다. 奉仕活動(봉사활동), 父母侍奉(부모시봉)이로다.

  (함께 공)은 ‘卄(스물 입)+()’으로 많은 물건을 두 손으로 받들고 있는 모습이다. (이바지할 공)과 통용되는 글자이다. ()의 예로는 共同生活(공동생활), 共生共榮(공생공영), 男女共學(남녀공학), 共産主義(공산주의) 등이 있고, ()의 예로는 공급供給(공급), 供養(공양) 등이 있다. (공손할 공)은 손에다 마음[()]까지 모아서 예를 갖춘 글자이다. 남의 부모 恭敬(공경)이 제 부모 恭敬(공경)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줄 여, 더불 여)는 손이 네 개나 된다. 네 개의 손은 따지고 보면 두 사람으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상아[()]를 ‘주다’의 의미가 된다. 글자 가운데의 ()는 맞잡은 손으로 보기도 하고, 꼬아놓은 새끼줄로 보기도 하는 데에서 ‘더불어’의 뜻이 생긴다. ()는 與()의 약자이다. 賞狀授與(상장수여)로다.

  두 사람이 함께[()] 손을 쓰면 興()할 것이요, 두 사람이 함께 수레[()]를 끌면 輿(수레 여)가 된다.  興亡盛衰(흥망성쇠), 輿論調査(여론조사)로다.

  (들 거, 모두 거)는 與() 밑에 手()가 붙은 자인데 손이 다섯이나 되는 셈이다. 擧手敬禮(거수경례), 一擧兩得(일거양득)이로다. 얼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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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권상호
帚(비 추)의 갑골문의 자형은 빗자루 모양이다. 금문에는 중간을 끈으로 묶은 모습이 보인다. 해서에서는 이 끈은 멱(冖)으로 아랫부분은 건(巾)으로 바뀌었음을 볼 수 있다. /추/라는 발음에는 ‘내쫓다[追]’, ‘뽑다[抽]’, ‘가을[秋]’, ‘꼴[芻]’ 등이 있는데 의미상 서로 통한다.
  帚(비 추) 앞에 손[扌]을 붙이면 손에 빗자루를 들고 있는 형국이므로 당연히 ‘쓸 소(掃)’ 자가 되겠지요. 빗자루 대신에 사람을 붙잡으면 ‘부축하다, 돕다’의 뜻인 부(扶)가 된다.
  한 여인이 손에 빗자루를 잡고 있는 모습은 ‘며느리 婦(부)’이다. 예컨대 婦人(부인), 夫婦(부부), 新婦(신부), 姙産婦(임산부) 등이 있다.
  妻(아내 처)는 갑골문에서 여인의 머리를 얹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이 여인은 아내이고 머리를 잡은 사람은 남편이다. 그래서 이 글자를 ‘아내’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秋(추)에는 帚(비 추)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愁(수)
  爪(손톱 조)는 내미는 손이다. - 爭, 淨,
受(받을 수) - 授, 授受 帥(장수 수)가 守(지킬 수)한다. 袖(소매 수),  搜(찾을 수)
爰(이에 원) - 救援,
菜(나물 채) - 採(캘 채)

寸(마디 촌) - 尋(찾을 심)

攴(칠 복) 채찍질하다, 등글월문 = 복
殳(창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