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자료

노원신문 24- 낙엽 쓸자 쓸쓸한 가을이

낙엽 쓸자 쓸쓸한 가을이

도정 권상호

  방안에서는 TV 앞에 앉아 광저우 아시안 게임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마당에서는 가으내 떨어진 나뭇잎을 쓸어내느라 바쁜 계절이다. 낙엽을 쓸고 돌아서도 쓸쓸함이 가슴 한구석에 남는 계절이다. 전통적으로 손님이 오는 날은 마당부터 쓴다. 그래서 손님이 자주 드나드는 집은 늘 깨끗하고, 손님이 오지 않는 집은 지저분하게 마련이다. G20 정상회의로 너무나 큰 손님들이 다녀가는 동안 환경미화원을 비롯한 많은 주민이 깨끗한 거리, 쾌적한 환경을 만드느라 고생이 많았다.

 

  오늘은 이와 관련하여 淸掃(청소)와 관련한 한자로 문을 열어 볼까나.

  전통적으로 대표적인 청소 도구는 빗자루다. 빗자루를 나타내는 한자는 帚(비 추)와 彗(비 혜) 두 글자가 있다.

  (비 추)의 갑골문 자형은 빗자루 모양 그대로이고, 금문에 오면 빗자루의 중간을 끈으로 묶은 모양으로 바뀐다. 해서에 와서는 그 끈은 ()으로, 아랫부분은 巾()으로 바뀌어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대나무로 만든 빗자루 箒(비 추)도 있다.

  놀라운 일은 하늘에서도 빗질이 있다. 빛나는 긴 꼬리를 끌고 궤도를 그리며 운행하는 천체가 ‘살별’인데, 한자로는 彗星(혜성)이라 한다. (비 혜)의 모양을 보면 손에 빗자루를 잡고 있는 모양이다. 옛사람은 혜성이 날아가는 모습을 두고 하늘 빗질로 생각했나 보다. 노원은 교육, 문화, 복지 분야에서 彗星(혜성)처럼 나타나 ‘살기 좋은 마을 전국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눈은 쓸어야 다닐 수 있으므로 雪(눈 설)의 전서 (눈 설)에는 彗(비 혜) 자가 들어 있다. 눈송이 또는 나뭇가지에 꽃처럼 붙은 눈을 雪花(설화)라고 한다. 눈 위에 또 서리가 내리면 雪上加霜(설상가상)이다.

  또 하나, 마음을 쓸면 슬기로워지나니 慧(슬기로운 혜) 자가 증거이다. 智慧(지혜)로운 사람은 慧眼(혜안)을 가지고 있다.

  [()]에 빗자루를 들고 있는 모습의 글자는 掃(쓸 소)이다. 빗자루 대신에 사람을 붙잡으면 ‘부축하다, 돕다’의 뜻인 扶(도울 부)가 된다.

  집안의 청소는 여성의 몫인가 보다. 한 여인이 빗자루를 들고 있는 모습은 婦(며느리 부)이다. 예컨대 婦人(부인), 夫婦(부부), 新婦(신부), 姙産婦(임산부) 등이 있다.

  (아내 처)의 갑골문 형태는 한 여인의 머리를 얹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이 여인은 ‘아내’일 것이고 머리채를 잡은 사람은 남편이렷다. 妻家(처가), 妻男(처남), 愛妻家(애처가), 糟糠之妻(조강지처)로다.

 

  손으로 나뭇가지를 잡고 있는 모양은 支(가를 지, 지탱할 지)로서 枝(가지 지) 자의 원형이었다. 支局(지국), 支流(지류), 支給(지급), 支撑(지탱)이로다.

  손에 회초리[()]를 들고 있는 글자는 ‘(칠 복)’이다. 여기의 卜()은 의성어 //이자, 나뭇가지이기도 하다. 한자에 적용할 때는 쓰기 편한 ‘(칠 복)’으로 쓴다. 모양을 볼 때 文(글월 문) 자를 등에 지고 있는 형상이므로 ‘등글월문’이라고 하는데, 본 의미를 놓치기 쉬우므로 ‘칠 복’으로만 이해해야 다른 많은 글자에 적용할 수 있다. 영어 ‘복싱(Boxing)’에도 //이란 발음이 들어 있는 것은 우연한 일치일까. 어쨌든 ()이 들어가는 한자는 대단히 많다.

  (거둘 수)는 곡식을 치며 추수하는 모습이 이다. 발음은 /()/에서 //로 바뀌었다. (부르짖을 규)에서는 //에서 //로 바뀌었다. 秋收(추수), 收金(수금), 收支(수지), 收穫(수확)이로다.

  (고칠 개)는 자기[()]부터 쳐서 고치라는 교훈적인 의미가 들어 있다. 改良(개량), 改善(개선), 改築(개축), 改革(개혁)이로다.

  힘을 들이면 功(공 공)이 나타나고, 적을 치면 攻(칠 공)이 된다. ()의 예로는 功勞(공로), 功過(공과), 成功(성공), 螢雪之功(형설지공), ()의 예로는 攻擊(공격), 攻守(공수), 攻防(공방), 遠交近攻(원교근공) 등이 있다. 하지만 功(공 공)과 攻(칠 공)의 결과도 결국에는 空(빌 공)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몽둥이 수, 창 수)는 손에 창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고대에는 대나무나 나무로 만든 긴 병기의 이름이었다. 몽둥이를 던지면 投(던질 투)가 되고, 몽둥이로 때리면 毆(때릴 구)이다. 投手(투수), 毆打(구타)로다. (부릴 역)은 몽둥이 들고 일을 行()하도록 부리는 것이다. 兵役(병역), 負役(부역)이로다. (구분 단)은 낭떠러지 아래에서 망치를 들고 돌을 깨는 모습이다. 지금은 一段落(일단락)처럼 양사로 쓰이거나, 손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手段(수단), 일의 과정을 나타내는 段階(단계) 등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기온과 나뭇잎이 동반 墜落(추락)하는 秋節(추절)에는 鰍魚湯(추어탕) 먹고 自己改革(자기개혁)을 도모하자. 지난여름에는 밭에 자라는 芻(꼴 추)를 抽(뽑을 추)했지만, 이 늦가을엔 帚(비 추)를 들고 (추할 추)한 곳을 淸掃(청소)하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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