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干(십간) 속의 戊己庚辛壬癸(무기경신임계)
도정 권상호
오늘은 식물의 일생을 나타내는 十干(십간) 중의 甲乙丙丁(갑을병정)에 이어 戊己庚辛壬癸(무기경신임계)에 대하여 얘기해 보고자 한다.
戊(다섯째 천간 무)는 茂(무성할 무)의 본자이다. 이 글자의 갑골문 형상을 보면 휘어질 정도로 무성히 자란 식물을 묶어 둔 모습이다. 바로 앞의 丁(넷째 천간 정)에서 戊(다섯째 천간 무)까지 무사히 잘 자라 주었을 때, ‘이루었다’라고 하고, 한자로는 丁(정)과 戊를 합친 ‘成(이룰 성)’으로 표현한다. 成(성)이란 결국 丁(정)의 단계에서 戊(무)의 단계로 올라감을 가리키며, 문자학을 통하여 알 수 있는 성공의 개념이란 성장 과정에서 ‘끝마무리를 잘해야 한다.’라는 사실이다. 늦여름에 홍수가 나거나 우박을 맞으면 농사를 망치기 십상이다.
비슷한 글자로는 戍(지킬 수), 戌(열한 번째 지지 술), 戉(도끼 월) 등이 있다. 盛(담을 성)은 그릇 속에 무성하게 담음을, 城(성 성)은 흙으로 이룬 재를, 誠(정성 성)은 말대로 이룸을 나타낸다. <中庸(중용)> 13장에 ‘言顧行 行顧言(언고행 행고언)’이란 말이 나온다. ‘말은 행동을 돌아보고, 행동은 말을 돌아본다.’라는 뜻이니 言行一致(언행일치)와 함께 誠(정성 성) 자의 해설이라 할 수 있다.
己(여섯째 천간 기) 자는 무성하던 식물이 결실로 말미암아 구부러진 모습이다. 겸손한 ‘자기’의 뜻으로 발전한다. 그리하여 한문에서 己(기)는 1인칭인 ‘자기’가 되고, 人(인)은 ‘남’이 된다. 예컨대, <논어>에 ‘己所不欲 勿施於人(기소불욕 물시어인)’이란 말이 있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마라.’라는 말씀이다. ‘너희가 남에게 대접을 받고 싶어 하는 그대로 남을 대접하라.’라는 <성경>의 ‘마태복음’의 말씀도 상통한다.
옛사람들이 새끼로 매듭을 지어 사물을 기록하기도 하였는데, 이때의 매듭을 己(기) 자로 보기도 한다. 그러면 紀(벼리 기, 실마리)의 본자가 된다.
改(고칠 개) 자는 자기[己]부터 쳐서[攵(칠 복)] ‘고쳐야’ 함을 깨우쳐 주고 있다. 起(일어날 기)는 달리기[走(주)] 위해서는 몸[己(기)]을 옴츠렸다가 ‘일어나야’ 함을, 記(기록할 기)는 자기[己(기)]에 대한 말[言(언)]의 기록임을 보여주고 있다.
庚(일곱째 천간 경)의 갑골문, 금문, 전서까지도 ‘낟가리’ 모양이었다. 낟알이 붙은 곡식을 그대로 쌓아놓은 더미의 모습이다. 예서와 해서 시대에 오면 지금의 庚(경) 자 모습이 나오는데, 알곡을 큰 집[广(집 엄)]에 손[⺕]으로 넣는[入(들 입)]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앞의 己(기) 자는 ‘들에 익은 알곡’을, 庚(경)은 ‘창고에 넣은 알곡’을 가리킨다. 더러는 庚(경)을 ‘징’의 상형으로 보기도 한다.
庚(경)은 京(경)과 함께 같은 발음으로 ‘크다’의 뜻을 나타낸다. 예컨대, 唐(당나라 당)은 ‘크게 말하다[口]’, 庸(쓸 용)은 ‘크게 쓰다[用]’ 곧, 大用(대용)이다. 荒唐(황당)은 터무니없이 큰 말이다. 그런데 가진 땅이 많으면 唐(당) 나라 사람처럼 荒唐(황당)하게 땅땅(당당)거리게 된다.
辛(매울 신)은 끝이 뾰족한 형구의 상형이다. 立(설 립) 자를 거꾸로 세워 놓은 모양의 글자이다. 辛(매울 신)은 사람이 거꾸로 매달려 있으니 매우 괴로운 모양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므로 逆(거스를 역)의 의미와도 서로 통한다. 계절로 볼 때에 庚辛은 가을에 해당하고, 辛은 늦가을이니 날씨가 맵고, 코끝이 싸늘한 때이다. 예컨대, 매운 辛라면이 있고, 艱難辛苦(간난신고)도 있다.
辨(분별할 변)은 ‘죄와 죄를 칼로 매섭게 가르다’에서 ‘분별할 변, 분명히 할 변’이다. 辨明(변명), 辨別(변별), 辨證法(변증법)이로다. 辯(말 잘할 변)은 ‘죄와 죄를 말로 분별해 주다.’이다. 辯護士(변호사), 辯論(변론)이로다. 辣(매울 랄)은 ‘묶어 놓고[束(묶을 속)] 찌르다[辛(매울 신)]’의 끔찍한 뜻이다. 辛辣(신랄)이로다. 辛辣(신랄)한 비평이란 날카롭고 예리하여 아프기 그지없다.
辭(말 사, 사양할 사)는 ‘헝클어진 실[辭(사)의 왼쪽부분]과 같은 문제를 하나하나 매섭게[辛(신)] 하는 말’에서 ‘말 사’의 뜻이 있고, ‘말해도 들어주지 않는다.’하여 ‘사양할 사’의 상반된 의미도 있다. 歌辭(가사), 答辭(답사), 國語辭典(국어사전)은 전자의 예이고, 辭讓(사양), 辭職(사직), 辭表(사표)등은 후자의 예가 되겠다.
壬(아홉째 천간 임)은 ‘영글다’의 뜻이다. 싹이 나면 屮(싹 날 철) 자요, 더 자라면 生(생) 자이며, 씨가 영글면 壬(임) 자가 된다.
妊(아이 밸 임)은 여자의 배가 영그니 ‘임신할 임’으로 姙(아이 밸 임)과 동자이다. 姙娠(임신)이로다. 任(맡길 임)은 사람에게 영글게 맡긴 일로 ‘맡길 임’이다. 責任(책임)이로다. 荏(들깨 임)은 영근 깨, 賃(품팔이 임)은 ‘맡긴 일[任]과 돈[貝]의 거래’이다. 賃金(임금), 賃貸(임대), 賃借(임차)로다.
癸(열째 천간 계)의 갑골문 금문 전서까지의 모양은 씨앗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모양이다. 계수나무의 꽃술 모양과도 같아서 桂(계수나무 계)와 발음이 같다. 十干(십간)의 끝으로 季(끝 계)와도 통한다.
씨앗은 癸(계) 자처럼 사방으로 퍼져야 종자가 보존된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종자는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벼, 콩, 보리, 배추 등 인류에게 필요한 15만 6천 가지의 식물 종자를 종자은행에 보존하며 새로운 품종 개발과 생명공학 연구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신묘년 새해에 내가 보존하고 있고, 癸(계)처럼 나눠줄 수 있는 씨앗은 무엇인가.
권상호
---------------
葵(해바라기 규)는 사방으로 펼쳐진 해바라기 꽃이다. 揆(헤아릴 규)는 ‘사방을 손으로 재다’에서 ‘헤아리다’의 뜻이 된다.
----------------
남자는 8을 주기로 삼기 때문에 8×2 = 16세에 이빨을 다 갈고 성인이 되고자 변성이 시작되며, 8×8 = 64세에 인생의 겨울을 맞는다. 그리고 여자는 7을 주기로 삼기 때문에 7×2 = 14세에 이빨을 다 갈고 성인이 되고자 가슴이 나오며, 7×7 = 49세에 閉經(폐경)을 맞아 인생의 겨울을 맞는다.
이상에서 보듯이 十干은 ‘식물의 일생’을 상징한 것이다. 식물은 하늘을 바라보고 자라나므로 天干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山中無日曆이나 식물로 시간을 파악할 수 있다 했고, 꽃으로 마디를 잡아서 ‘24花信’을 만들었다.
十干은 적어도 夏, 殷, 周 때부터 사용하였고, 周代에 이르러 비로소 年자가 나왔다고 본다. 그럼 ‘年’자 이전에는 무슨 자를 썼을까? ‘載(실을 재, 해 재)’자를 사용했다고 본다. 가을에 추수한 곡식을 수레에 가득 싣고 와서, 잘 갈무리하는 모양의 글자이다.
한해, 곧 一年이란 식물이 돋아 春花秋實의 과정을 겪으며 한 바퀴 도는 과정이다. 年자의 古形인 ‘秊’자의 밑부분에는 발이 있으니 이는 ‘벼를 추수하고 한 바퀴 돌았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去’의 古字에 ‘厶’은 분명히 발의 모양인데, 이것은 ‘발자국을 남기고 간다’는 뜻에서 비롯되었다.
‘無’자는 ‘장식을 어지럽게 달고 춤추는 사람’을 나타낸다. 알고보면 無자는 춤을 추다가 보면 무아지경에 들어가기 때문에 ‘없을 무’라고 하였는데, 기실 역설적인 설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無와 상대되는 글자인 ‘有’자는 손에 ‘고기[月=肉]’를 들고 있는 형상이니 狩獵時代에 생겨난 글자이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舞’자의 밑에는 발자국이 방향을 달리하여 둘이 있으니 이는 ‘춤을 추며 두 발을 옮기는 형상’이다.
앞에서 十干을 식물의 일생으로 이해했는데, 十二支는 달[月]로 이해하면 쉽다.
十干은 날[日]을 가리키기 위해서, 十二支는 달[月]을 가리키기 위해서 殷나라 때 만들었고, 이 十二支를 하루의 시각에 배당하는 것은 前漢 시대에 시작되었으며, 干支에 대한 五行配當이 완전히 행하여져 年․月․日․時 및 方位가 정확하게 배정되면 干支五行說은 천지간의 근본 원리가 된다는 五行讖緯學이 前漢 말에 일어나 2천여 년 동안 계속되었으며, 현재도 유행한다.
싹날 철 犬
(식물은 하늘을 바라보고 자라고, 동물은 땅을 바라보고 자란다.)
四柱라 하면 生年 · 生月 · 生日 · 生時의 넷을 가리킨다. 生年은 해의 운행으로 陽이니까 ‘十干’으로, 生月은 달의 운행으로 陰이며, 일년은 열두 달로서 곧 ‘十二支’로 나타낸다. 生日은 열흘 곧, ‘旬’으로 구분되니까 ‘十干’으로, 生時는 하루를 열두 때로 나누었으니 ‘十二支’로 나타난다. 生年과 生日의 干에는 각각 支를 붙이고, 生月과 生時의 支 앞에는 干을 붙여, 여덟 글자 곧, 八字를 이룬다. 다시말하면 태어난 年月日時는 四柱이고, 그에 따른 각각의 干支 八字를 일컬어, 흔히들 四柱八字라고 한다. 十干과 十二支의 최소공배수는 六十이다. 따라서 四柱는 六十甲子의 순행으로 이루어 진다.
이 글에서는 十干과 十二支의 설문적 분석을 통하여 그 상징적 의미를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식물의 일생을 상징하는 十干에 대하여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