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息(휴식)
도정 권상호
산업화 기계화 자동화 사회가 되면 인류는 좀 더 편안하게 살 줄 알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세상은 점점 더 바쁘게만 돌아간다. 속도 시대가 되는 만큼 우리의 정신과 육체도 더 바쁘게 돌아간다. 역설적이지만 ‘바쁠수록 돌아가라.’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리하여 오늘은 休息(휴식)과 관련한 한자 이야기부터 풀어 볼까 한다.
그대, 가장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마음과 몸을 비우는 절대 휴식을 통한 자유 영혼을 꿈꿔 보지 않겠는가.
하던 일을 몽땅 멈추고 정녕 쉬는 마음으로 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 북한의 <조선말 대사전>에 ‘文化休息(문화휴식)’이란 말이 나온다. 문화생활을 즐기며 쉬는 것, 이 얼마나 멋진 유혹인가. 부담 없는 독서도 그 중의 하나이리.
休息(휴식)의 休(쉴 휴)는 사람[人(인)]이 나무[木(목)] 그늘에서 쉬는 모습에서, 息(쉴 식)은 코[自(자)]로 숨 쉬고 심장[心(심)]이 뛰는 것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데에서 ‘쉬다’의 뜻이 왔다. 곧, 休息(휴식)에는 몸 안팎에서 일어나는 휴식의 모습이 모두 나타나 있다. 무거운 짐을 풀어놓고 하는 말은 /휴~/이고, 숨을 쉴 때에 나오는 소리는 /식식/이다.
‘숨을 좀 돌리고 살라.’는 말은 잠시 여유를 얻어 휴식을 취하며 살아가라는 뜻이렷다. 그런데 숨이 막히면 窒息(질식)이다. 窒(막을 질)은 구멍[穴(혈)] 끝에 이르니[至(지)] ‘막히다’의 뜻이다. 休日(휴일), 休暇(휴가)로다. 子息(자식)에 ‘숨 쉴 息(식)’ 자를 왜 쓴 걸까. 의미상 자식은 나의 호흡과 같은 소중한 존재이고, 발음상 자식의 숨소리가 /식식(새근새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품 안의 자식’이란 말인가. 허걱.
呼吸(호흡)의 呼(호)는 숨을 내쉬는 것이요, 吸(흡)은 숨을 들이쉬는 것이다. 呼出(호출), 呼價(호가), 呼訴(호소), 呼兄呼弟(호형호제), 吸入(흡입), 吸煙(흡연), 吸血鬼(흡혈귀)로다.
休憩室(휴게실)의 憩(쉴 게) 자는 息(쉴 식) 자 앞에 舌(혀 설) 자가 붙은 것으로 보아, 잠깐 들러 쉬면서 대화나 먹거리를 나눌 수도 있는 방이렷다. 더러는 맛있는 걸 판답시고 ‘憇(쉴 게)’처럼 甘(달 감) 자를 노골적으로 붙여 놓은 곳도 있다. 속 보이네.
그런데 휴식이 지나치면 怠慢(태만)이 된다. 怠(게으를 태)는 ‘허물어진[台(태)] 마음[心(심)]’이고, 慢(게으를 만)은 ‘길게 끄는[曼(만)] 마음[忄(심)]’이다. 전자의 예로는 殆(위태할 태), 颱(태풍 태)가 있고, 후자의 예로는 漫(질펀하게 흐를 만), 鰻(뱀장어 만), 蔓(덩굴 만) 등이 있다.
怠慢(태만)에서 벗어나 마음이 중심을 잡으면 忠(충성 충)이 된다. 怠(태)의 반대자는 忠(충)인 셈이다. 衷(속마음 충)은 옷[衣(의)] 속에 忠(충)이 숨어 있는 글자이다. 衷情(충정), 苦衷(고충)이로다. 알고 보면 벌레[虫(충)]만큼 충성스런 것도 없다. 그래서 발음이 /충/이다.
丨(뚫을 곤)과 관련된 글자로 串(익힐 관, 꿸 관), 丳(산적 꼬챙이 찬), 患(근심 환) 등이 있다. 忠(충성 충)은 ‘中心(중심)’이 잡힌 마음이나, 患(근심 환)은 ‘串心(관심)’으로 삶아서 익힌 마음이니 근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음이 옆으로 삐져나와도 忡(근심할 충)이 된다.^^*
休息(휴식), 怠慢(태만)보다 勤勉(근면)을 택할 경우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勤(부지런할 근) 자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難(어려울 난) 자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難(어려울 난)은 ‘堇(근)+隹(추)’의 형태이다. 堇(근)은 ‘짐승의 가죽을 불에 태우는 모습인데, 여기에 ‘작은 새[隹(추)]’가 붙어 있다. 곧, 작은 새는 자칫 잘못하면 다 타고 먹을 게 없기 때문에 제대로 태우기가 ‘어렵다’는 뜻에서 온 글자이다. 이리하여 어렵사리 힘쓰는[力(력)] 것은 勤(부지런할 근)이고, 마찬가지로 어렵사리 피는 꽃은 ‘무궁화 槿(근)’, 어렵사리 하는 말은 ‘삼갈 謹(근)’, 어렵사리 어른을 뵙는 것은 ‘뵐 覲(근)’, 어렵사리 먹을 때는 ‘흉년 饉(근)’, 추위를 딛고 어렵사리 피어난 꽃은 ‘제비꽃 菫(근)’, 어렵사리 흐르는 물은 ‘한수 漢(한)’이다. 휴……, 쓰기도 어렵지만, 뜻도 어렵구먼.
대지진과 핵사고, 난개발과 전쟁 등으로 休息(휴식)을 취할 겨를도 없고, 자리도 없다. 難題(난제)로다. 어쩔거나.
권상호
陽春方來(양춘방래)하니 百花爭發(백화쟁발)이라.
따뜻한 봄이 바야흐로 오니, 온갖 꽃이 다투어 피도다.
蘆原(노원)에도 봄이 왔다. 중랑천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꽃소식이 아파트 울타리를 거쳐 불암산, 수락산으로 옮기 시작했다. 우리의 미적 경험을 확장시켜 준 시티 갤러리에 바야흐로 봄이 왔다. 어디, 봄의 전령사 개나리, 진달래, 벚꽃 이야기를 해 볼까나.
개나리를 한자로 迎春化(영춘화)라고 한다. 봄을 맞이하는 꽃이라는 뜻이다. 한방에서는 連翹(연교)라 한다. 영어로는 깜찍하게도 'golden bell flower'라고 하니 golden은 색깔, bell은 꽃모양을 가리킨다.
. 노원은 도시의 세련미와 역사적 전통미를 비롯하여 순수한 자연미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원에 사는 사람은 물론 방외의 사람들도 노원을 사랑합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남이 나를 사랑해 줄 리가 없듯이, 우리가 노원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노원을 사랑하겠습니까. 봄의 꽃, 여름 강, 가을 잎, 겨울 산 - 사랑의 노원은 그대로 자연박물관입니다. 노원에 대한 사랑의 노래 ‘蘆原八景(노원팔경)’을 지어 봅니다.
春 - 堂峴躑躅 三溪煙霞(당현척촉 삼계연하)
당고개 철쭉 피자, 상·중·하계 연하로세.
매화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벚꽃
매화 매(梅) 자의 옛 모습은 槑(매)이다. 어리석을 매(呆) 자를 겹쳐서 쓴 모습이다. 매화는 살구보다 먼저 피고 열매는 상대적으로 늦게 떨어진다. 또 매실은 과육과 핵이 잘 분리되지 않는 점핵성이 있고, 살구는 잘 분리되는 이핵성의 특징이 있다. 그래서 매화와 살구를 가리키는 한자 모양을 비교해 보면 퍽 재미있다. 매화 매(槑) 자의 모양은 나무는 붙어있고 열매[口]는 위에 매달려 있는 형상이지만, 살구 행(杏) 자의 모양은 열매가 나무 아래로 떨어진 모습이다.
권상호
도정 권상호
四端七情(사단칠정)이 있다. 四端(사단)이란 사람의 본성에서 우러나는 네 가지 마음씨로 仁義禮智(인의예지)를 가리키고, 七情(칠정)이란 사람의 일곱 가지 감정으로 喜怒哀樂愛惡欲(희로애악애오욕)을 가리킨다. 이 외에도 인간의 감정을 나타내는 한자로 怡(기쁠 이), 憂(근심할 우), 悲(슬플 비), 驚(놀랄 경), 恐(두려울 공), 懼(두려워할 구), 憎(미워할 증) 등이 있다.
이쯤하면 喜怒哀樂(희로애락)은 칠정 중에서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등을 아울러 이르는 말임을 알 수 있으리.
영탄법(詠嘆法) :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의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밖으로 드러나도록 하는 강조적 표현 기법.
叒 叕 取(취) 聚(취) 受(받을 수) 授(줄 수) 綴(철) 叔(아재비 숙) 叔父(숙부), 叠(겹쳐질 첩) 疊疊山中(첩첩산중),
帚(비 추)의 갑골문의 자형은 빗자루 모양이다. 금문에는 중간을 끈으로 묶은 모습이 보인다. 해서에서는 이 끈은 멱(冖)으로 아랫부분은 건(巾)으로 바뀌었음을 볼 수 있다.
帚(비 추) 앞에 손[扌]을 붙이면 손에 빗자루를 들고 있는 형국이므로 당연히 ‘쓸 소(掃)’ 자가 된다. 빗자루 대신에 사람을 붙잡으면 ‘부축하다, 돕다’의 뜻인 부(扶)가 된다.
한 여인이 손에 빗자루를 잡고 있는 모습은 ‘며느리 婦(부)’이다. 예컨대 婦人(부인), 夫婦(부부), 新婦(신부), 姙産婦(임산부) 등이 있다.
妻(아내 처)는 갑골문에서 여인의 머리를 얹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이 여인은 아내이고 머리를 잡은 사람은 남편이다. 그래서 이 글자를 ‘아내’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秋(추)에는 帚(비 추)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愁(수)
寸(마디 촌) 사람의 손으로부터 一寸되는 곳에 맥박이 뛰는 곳을 寸口라고 한다. 寸 은 又 를 따르고, 一로써 寸口의 위치를 가리켰다.
手(扌, 손 수) 拳鬪, 車掌, 如反掌, 擊退, 擧論, 打擊, 抗拒, 扶助, 搜査, 掌握, 愛撫, 攪亂(교란)
支(가를 지) 손으로 대나무 가지를 꺾어들고 있는 모습으로 枝의 본래자이다. '가지', '지탱하다', '가르다', '지출하다' 등과 관련된다. 鼓吹
攴(칠 복) 손에 회초리나 나뭇가지를 들고 가볍게 치는 모양을 표현한 글자로 '치다'의 뜻을 지닌다. 例) 攻擊, 敎學相長
손에 몽둥이나 창을 들고 있는 모양으로 '치다'의 뜻으로 쓰인다. 殺害, 毁損, 毆打
爪(손톱 조) 아래를 향해 무엇인가 잡는 손과 손톱의 모습으로, '손톱', '발톱', '손으로 잡다' 등의 뜻이다. 爭, 爬(긁을 파), 受(받을 수)
爸, 爹
皮(가죽 피) 덮여 있음을 뜻하는 厂(언덕 한)에, 뾰족하고 날카로운 연장을 상징하는 丨(통할 곤)과 오른손을 의미하는 又(또 우)로 구성된 글자로, 덮여있는 부위를 날카로운 연장을 이용해서 손으로 벗겨 쓰는 부위가 (동물의) 가죽이라는 뜻이다. '革'은 벗겨낸 껍질, '皮'는 벗겨내기 전의 피부의 상태, 벗겨내는 동작을 나타낸다.
例) 皺(주름 추)
鬥(싸울 투) 두 사람이 서로 마주 잡고 격투를 벌이는 모습..
鼓(북 고) 손에 북채를 들고 북을 치는 형상. 좌측의 士는 북에 달린 장식물, 口는 가죽을 댄 소리 나는 부분, 아래는 받침대, 우측의 '支'는 손에 나무막대를 잡고 있는 모습으로 '칠 복'의 뜻이다.
爪(손톱 조)는 내미는 손이다. - 爭, 淨,
受(받을 수) - 授, 授受 帥(장수 수)가 守(지킬 수)한다. 袖(소매 수), 搜(찾을 수)
爰(이에 원) - 救援,
菜(나물 채) - 採(캘 채)
寸(마디 촌) - 尋(찾을 심)
攴(칠 복) 채찍질하다, 등글월문 = 복
殳(창 수)
友, 及, 殳(창 수, 갖은등글월문), 急, 級 등의 글자들은 모두 又[손]과 깊은 관계가 있다. '友'자는 '又+又'로서 손과 손을 맞잡고 뜻을 같이 하는 사이, 곧 '벗'을 나타낸다. '及'자도 '又+人'으로 분석되며 곧 뒷사람의 손이 앞사람에게 미치는 형상에서 '미치다'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投(투)'의 몸에 해당하는 '殳(수)'자는 '几(궤)+又'로 이루어졌으며 오른손에 들고 있는 기다란 무기란 뜻에서 '창'이란 뜻을 나타내게 되었다. '急'자는 '心(심, 가슴)'에 들어오는 '刀(도, 무기)'를 '⺕(계, 손)'으로 막아야 할 정도로 급하다 하여 '급하다'의 뜻이 되었다. '級(급)'자는 전장에서 무기로 적의 머리를 벤 등급을 '糸(사, 실)'로 나타내었다고 하여 '等級(등급)' 또는 '階級(계급)'이라는 뜻으로 되었다.
又-友-及-急
/추/라는 발음에는 ‘꼴[芻], 뽑다[抽], 가을[秋], 쫓다[追]’ 등이 있는데 의미상 서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