喜怒哀樂(희로애락)
도정 권상호
이황과 기대승의 유명한 주자학 논쟁으로 四端七情論(사단칠정론)이 있다. 四端(사단)이란 사람의 본성에서 우러나는 네 가지 마음씨로 仁義禮智(인의예지)를 가리키고, 七情(칠정)이란 사람의 일곱 가지 감정으로 喜怒哀樂愛惡欲(희로애락애오욕)을 가리킨다. 이황은 사단을 칠정과 대립되는 것으로 본 理氣二元論(이기이원론)을, 기대승은 사단을 칠정에 포함되는 것으로 본 理氣一元論(이기일원론)을 주장했다.
오늘은 七情(칠정) 중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喜怒哀樂(희로애락)’을 중심으로 인간의 감정에 관한 한자를 살펴보기로 한다.
喜怒哀樂(희로애락)은 칠정 중에서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등을 아울러 이르는 말인데, 우선 발음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기쁘면 /히히/ 하고 웃지 않는가. 그래서 /喜(희)/라고 발음한다. 성이 나면 입이 삐죽이 나오며 /怒(노, no)/라고 부정하고, 슬프면 /哀哀(애애)/ 하면서 울게 된다. 그리고 즐거우면 /樂樂(락락, lala)/하며 환호성을 지르게 된다. 다시 말하면 입 모양만 보고도 그 사람의 감정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喜(기쁠 희)는 鼓(북 고)의 생략형인 壴(악기 이름 주) 밑에 口(입 구)가 붙어 있는 글자이다. 북을 치면서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모습이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喜悲(희비), 歡喜(환희)로다.
怒(성낼 노[로])는 ‘奴(종 노) + 心(마음 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종의 마음은 ‘성내기’ 십상이다. 怒氣(노기)를 띠다. 憤怒(분노)하다. 怒濤(노도), 怒發大發(노발대발)이로다.
여기서 奴(종 노) 자를 살펴보면 ‘한 여자를[女(녀)] 큰 손[又(우)]으로 붙잡아 종으로 부리는 모습’이다. 奴婢(노비), 奴隸(노예)로다.
哀(슬플 애)는 슬픔을 못 이겨 입[口(구)]을 벌리고 우니 옷[衣(의)]이 다 젖는 모습이다. 哀痛(애통), 哀悼(애도), 悲哀(비애), 哀歡(애환)이로다. 발음은 衣(의)에서 /애/로 바뀌었다.
樂(즐길 락{풍류 악, 좋아할 요})은 나무(木) 받침대 위에 북과 방울 등이 놓여있어 연주하는 ‘악기(樂器)’를 뜻한다. 갑골문에서는 ‘幺(작을 요) + 幺(작을 요) + 木(나무 목)’으로 현악기(絃樂器)를 가리켰는데, 금문에 와서는 현을 퉁기는 기구[白(백)]가 더하여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더러는 나무로 만든 무대[木(목)] 위에서 북[白(백)]을 북채[幺(요)]로 두들기는 모습으로 보기도 한다. 점차 의미가 확장되어, ‘즐거울 락’, ‘좋아할 요’ 자로도 사용되었다. 音樂(음악), 娛樂(오락), 苦樂(고락), 樂園(낙원), 樂山樂水(요산요수)로다.
愛(사랑 애)의 금문이나 전서 모습은 두 손으로 마음[心(심)]을 감싸고 입을 벌려 구애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해서에 와서는 ‘사랑이란 마음[心(심)]을 받는[受(수)]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런데 愛(애) 밑에 夂(뒤져 올 치)가 있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걸음걸이는 느리기 때문이다. 夂(뒤져 올 치)는 止(발 지, 멈출 지)를 거꾸로 한 글자로서 두 사람이 ‘천천히 걸어오는 모양’을 나타낸다. 各(각각 각)은 종일 흩어져 돌아다니다가 동굴[口(구)]로 ‘제각기’ 돌아오는 모습이다. 愛情(애정), 友愛(우애), 愛國愛族(애국애족)이로다.
惡(미워할 오)는 누가 내 마음[心(심)]을 짓누르니[亞(아)] 그를 ‘미워하다’라는 뜻이다. 憎惡(증오), 嫌惡(혐오)로다.
欲(하고자 할 욕)은 慾(욕심 욕)과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欠(하품 흠)과 음을 나타내는 谷(골 곡)이 합(合)하여 이루어진 글자이다. 欠(흠)은 사람이 입을 벌린 모양이며 欠(흠)이 붙는 글자인 歌(노래 가)ㆍ飮(마실 음) 따위도 모두 입을 벌리고 무엇인가 함을 나타낸다. 나중에 欲(하고자 할 욕)에 心(마음 심)을 더하여 慾(욕심 욕)이란 글자를 만들어서, 欲(하고자 할 욕)은 주로 동사로 慾(욕심 욕)은 주로 명사로 사용하게 되었다. 欲求(욕구), 欲望(욕망), 慾心(욕심), 貪慾(탐욕)이로다.
사람은 木石(목석)이 아니다. 喜怒哀樂(희로애락)의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 時中(시중)이라 했다. 기쁠 때는 웃고, 화날 때는 성내고, 슬플 때는 울고, 즐거울 때는 풍류를 즐기며, 때[時(시)]에 따라 알맞게[中(중)] 처신해야 하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