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자료

노원신문 37- 숫자 이야기 2

數字(숫자) 이야기 2

도정 권상호

  ()의 시작인 一()에서, ()까지는 지난번에 얘기했으니, 오늘은 百(), (), (), (), () 등의 글자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손 수)로 數(셀 수)를 헤아리니 발음이 똑같이 //이다.

  計算(계산)이라고 할 때의 計(헤아릴 계)는 말[()]로써 열[()]까지 헤아리는 모양이다. 計算器(계산기), 計量器(계량기), 計劃(계획)이로다.

  算數(산수)라고 할 때의 算(셀 산)은 ‘竹() + ()’로 이루어진 글자로, 대나무[()] 조각, 곧 산가지를 갖추어[(갖출 구)] 놓고 셈을 하는 모양이다. 算術(산술), 算出(산출)이로다.

  (열 십)은 수의 완성이자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수이기도 하다. 인간이 십진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양 손가락이 열 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하루를 열두 때, 일 년을 열두 달로 나눔은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네 손가락의 매듭의 수가 4×3 , 열둘이기 때문이리라. 여기에서 十干(십간)과 十二支(십이지)가 나오고, 이 둘의 최소공배수에서 六十甲子(육십갑자)가 나온다. 옳아, 모든 수는 내 손안에 있소이다.

  (일백 백)은 ‘白(흰 백) + (한 일)’로 이루어졌다. 물론 白()이 발음을 나타내고 一()이 위에 붙어서 하늘에 닿을 만큼 큰 수를 뜻한다. 이 글자가 만들어진 때에는 아마 온 세상에서 가장 큰 수이었을 것이다. 우리말로 백에 해당하는 말은 ‘온’인데, ‘온몸’, ‘온갖’ 등에서 접두어로 사용된 ‘온’이나, ‘온 누리(온 천지), ‘온 세상’, ‘온 나라’ 등에서 관형사로 사용된 ''이 모두 백()을 뜻하는 토박이말임을 알 수 있다. ‘온조’가 세운 나라가 ‘百濟(백제)’임도 무관하지 않다.

  百害無益(백해무익), 百聞不如一見(백문불여일견), 百萬長者(백만장자), 百拜謝罪(백배사죄), 百年佳約(백년가약), 百年偕老(백년해로)이로다.

  (일천 천)은 갑골문에서부터 해서까지 ‘人(사람 인) + (한 일)’의 구조로, ()에서 발음이 변하여 //이 왔고, 가로선 一()을 붙여 1천을 나타냈다. 2천은 가로선 두 개를, 3천은 세 개, 4천은 네 개를 그어 표현하고, 5천은 X와 비슷한 五()의 전서를 써넣어 표현하였다. 천의 우리말은 ‘즈믄’이다. ‘즈믄 해’는 곧, 천 년을 가리킨다.

  千秋(천추), 千金(천금), 千里鏡(천리경), 千里馬(천리마), 千里眼(천리안), 他鄕千里(천리 타향)이로다.

  (일만 만)의 본래 뜻은 전갈이었다. 갑골문과 금문 등의 자형을 보면 전갈의 두 집게 손과 몸과 꼬리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간체자 ‘万’은 한나라 때부터 사용되어 오늘날도 간체자로 사용되고 있다. 만의 토박이말은 요즈음 잘 사용하지는 않지만 ‘골’이다. ‘골백번’이란 말에 아직 그 흔적이 남아 있는데, 만을 백번이나 하니 ‘매우 여러 번’을 과장하여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만을 가리키는 우리말로 ‘거믄, 그믄, 드먼, 그물’ 등의 설이 있다. 양주동 박사는 ‘그물’을 만으로 보고, 우리말에 있는 가장 큰 수라고 하며, ‘가물가물하다’에서 그 흔적을 찾고 있다.

  千軍萬馬(천군만마), 千辛萬苦(천신만고), 千差萬別(천차만별), 千態萬象(천태만상), 千萬多幸(천만다행), 千萬不當(천만부당)이로다.

  (억 억)은 ‘人(사람 인) + (뜻 의)’로 이루어졌다. 물론 意()가 발음을 나타내고, 중국 발음은 똑같이 /yi(4)/이다. 사람의 뜻은 1억 가지나 될 정도로 많다는 뜻이다. 흔히 이럴 때에 // 하고 감탄사를 내지른다. ‘億()’에 해당하는 토박이말은 ‘잘’이다.

  追憶(추억)이라고 할 때의 憶(생각할 억) 자도 발음으로 볼 때, 생각이 억 개나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億劫(억겁), 億臺(억대), 億萬(억만), 億萬長者(억만장자), 億兆蒼生(억조창생)이로다.

  (조짐 조, 점괘 조, 조 조) 자는 점을 치는 데에서 나온 글자이다. 거북의 배 껍질에 갑골문을 써 놓고, 태울 때 나타나는 무늬의 모양으로 보고 점을 쳤다. 이때 갈라진 무늬 모양을 본뜬 것이 ‘兆(조짐 조)’이고, 점괘의 가지 수가 일조 가지나 된다고 보았다. ‘兆()’에 해당하는 토박이말은 ‘울’이다. ‘골, , 울’은 최현배 박사의 설이다.

  兆朕(조짐), 徵兆(징조), 吉兆(길조), 凶兆(흉조), 億兆(억조)로다.

  () 위에도 0을 네 개씩 붙여 경(), (), (), (), (), (), (), (), (), 항하사(恒河沙), 아승기(阿僧祇), 나유타(那由他), 불가사의(不可思議), 무량대수(無量大數) 등이 있다. 無量大數(무량대수) 1 다음에 0 68개 붙는 수이고, 유명한 검색 사이트인 구글은 1 다음에 0 100개 붙은 수 ‘구골’을 잘못 쓴 것이라나. 허걱.

  (셀 수)를 헤아리다가 壽(목숨 수)를 다하겠다. 이쯤 해서 그만둘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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