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면(面)’ 이야기
도정 권상호
오늘은 ‘얼굴 면(面)’ 자 이야기를 해 보자. 한 해가 서는 날이라 하여 ‘설날’이라 하는데, 설날이 되면 많은 친지와 面面이 있는 고향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面 자의 모양부터 보면, 面 자 속에는 코를 가리키는 자(自) 자가 들어 있다. 面 자 위에는 이마를 나타내는 一이 있고, 양쪽 뺨이 에두른 모습이다. 面의 구성요소는 이목구비(耳目口鼻)이다. 곧, 귀·눈·입·코가 그것이다. 우리말도 귀·눈·입·코처럼 중요한 것은 한 음절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지 않은가.
우선, 面의 구성요소인 耳目口鼻부터 살펴보자. 耳·目·口는 모양을 본떴다. 鼻는 코의 뜻을 나타내는 自와 음을 나타내는 卑(낮을 비)로 이루어져 있다. 원래 自는 코를 뜻했으나, ‘~부터, 저절로, 자신’ 등으로 의미가 확장되므로 코만을 뜻하는 鼻 자를 새로 만든 것이다.
어디, 自 자의 의미 확장 내력을 알아볼까나. 코로 숨쉬기 시작함으로부터 인생이 시작된다. 여기에서 ‘~로부터’의 의미가 생성되었다. 또 숨 쉬는 일은 자율신경계에 의하여 무의식중에 저절로 이루어짐으로 ‘저절로, 스스로’의 의미가 생성되었다. 自는 ‘자신’의 의미도 있는데, 이는 사람의 중심은 머리이고, 그 중앙에 코가 있기 때문이다. ‘얼굴 면(面)’, ‘머리 수(首)’, ‘머리 혈(頁)’에는 공통으로 自 자가 숨어 있다. 머리 首에는 머리카락이 보이고, 머리 頁에는 수염이 보일 뿐.
페이지를 나타내는 말로 우리는 ‘쪽’, 또는 ‘面’을 사용하지만, 중국에서는 ‘頁’을 쓴다. 그런데 이때의 발음은 ‘잎 엽(葉)’과 같이 /엽/으로 읽어야 한다.
기초 행정 단위로 읍(邑), 면(面), 동(洞)이 있다. 이때 面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얼굴을 판단할 수 있는 숫자가 面 단위의 5천 명 안팎이 된단다. 그러니 농경사회에 面面이 있는 사람의 경계가 행정단위 面이 된 것이다. 결혼이 있거나 초상이 나면 面面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먹는 것은, 당연히 만들기 쉽고 먹기 쉬운 면(麵, 국수 면)’이 제격이다.
‘잠잘 면(眠)’도 재미있는 글자이다. 面을 봐야 眠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수면(睡眠)이라는 단어의 두 글자 모습은 눈이 드리워져(垂, 드리울 수) 있거나 감고(民, 백성 민, 눈이 찔린 사람) 있는 상태이다.
이쯤이면 금주의 ‘筆 받다’ 투고 책임을 免(면할 면)할 수 있겠다. 귀한 지면(紙面)에 부족한 내용이라 면목(面目)이 없지만, 독자의 호응에 따라 면면(綿綿)히 이어질 수도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