以熱治熱(이열치열)
태양의 열기로 숨이 턱 밑까지 턱턱 막힐 듯한 여름을 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따가운 햇살의 자극과 옷을 벗기는 무더위가 있기에 오곡백과가 알알이 영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기분 좋게 참을 만하다. 게다가 오뉴월 삼복더위일지언정 시원한 소나기가 이따금씩 스치고 지나가기라도 하면 오히려 즐길 만한 여름이기도 하다.
소나기는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뚝 그치는 비다. 쑥스러운 표현이지만 소나기는 하늘이 大地(대지)를 격정적으로 사랑하다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급기야 쏟아 내고야 마는 하늘의 정기이다. 분명한 것은 소나기가 지나간 뒤에 대지의 모든 초목은 더욱 생기를 얻어 찬란하게 빛을 내며 우쩍우쩍 자라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나기는 거대한 天(하늘 천)과 地(땅 지)의 환상적인 대 러브로망이다. 음양학적으로 보면 ‘하늘’은 ‘아들’과 발음 구조가 서로 통하며 陽(양)에 해당하고, ‘땅’은 ‘딸’과 발음 구조가 서로 통하며 陰(음)에 해당한다. 하늘은 ‘한 알’ 즉 ‘큰 알’을 가리키고 땅은 ‘딴딴함’, 그래서 ‘지탱하다’의 의미를 지닌다.
땅을 가리키는 한자는 地(지)로서 발음이 /지/로 소리 나는데, 놀라운 일은 모든 /지/ 음의 한자는 陰(음)에 해당하며, 陽(양)을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왕 내친 김에 ‘/지/ 자 노래’를 불러 볼까나.
支(지탱할 지)는 손[又]으로 가지[十]를 지탱하고
枝(가지 지)는 가지[枝]로 잎과 열매를 지탱하며
池(못 지)는 땅[地]으로 물[氵]을 지탱하고
地(땅 지)는 흙[土]으로 하늘을 지탱하며
知(알 지)는 앎[知]으로 지식을 지탱하고
智(슬기 지)는 슬기[智]로 처신을 지탱하며
紙(종이 지)는 종이[紙]로 붓을 지탱하고
志(뜻 지)는 뜻[志]으로 마음을 지탱하며
誌(기록할 지)는 기록[誌]으로 사실을 지탱하고
識(적을 지, 알 식)는 적어서[識] 아는 것을 지탱하며
指(손가락 지)는 손가락[指]으로 수저를 지탱하고
持(가질 지)는 손[手]으로 물건을 지탱하며
旨(맛 지)는 맛[旨]으로 식욕을 지탱하고
脂(기름 지, 비게 지)는 비게[脂]로 살을 지탱하며
止(발 지, 그칠 지)는 발[止]로 몸을 지탱하고
祉(복 지)는 복[祉]으로 행복을 지탱하며
地支(지지)는 天干(천간)을 지탱하고
/지/ 중에 제일 큰 /지/는 大地(대지)로다.
하늘은 大地(대지) 사랑하기를 때로는 안개처럼, 때로는 이슬처럼, 때로는 보슬비처럼, 때로는 소나기처럼 그때그때 달리 한다.
7월 중순이라 이제 본격적으로 후텁지근한 날씨가 계속된다. 하지만 더위를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고로 以熱治熱(이열치열)이라 했다. 열로써 열을 다스린다는 말은 더위를 잊을 만큼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熱(열) 자는 ‘埶(심을 예)+灬(불 화)’로 이루어져 있다. 불씨를 심으니 불이 붙고 열이 난다는 뜻이다. 여름에 하루 놀면 겨울에 열흘 굶는다.’는 선조의 가르침이 있다. 농사에서 나온 말이지만 여름에 더욱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 有備無患(유비무환)이라 했다. 준비된 사람은 걱정할 것이 없나니.
권상호
본디 支(지)는 손[又]으로 나뭇가지[十]를 붙잡고 있는 모양으로 枝(가지 지) 자의 본자이다. 그래서 支(지)의 첫째 의미는 ‘나뭇가지’이다.
그런데 나뭇가지는 사방으로 갈래져 나가므로 支(지)의 둘째 의미는 ‘갈래지다’이다. 支流(지류), 支部(지부)라고 할 때의 支(지)는 ‘갈래지다’의 의미로 쓰였다.
그리고 技術(기술)이라고 할 때의 技(재주 기)는 열매를 따기 위해 나뭇가지를 손으로 다루는 기술이며, 나무껍질을 벗기는 기술은 術(꾀 술)이라 했다. 技術(기술)이란 가르쳐주지 않아도 사방으로 술술 갈래져 나간다. 그래서 術(술)에는 사방으로 통하는 사거리를 뜻하는 ‘行(행)’ 자가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손으로 나뭇가지를 잡을 때, 나뭇가지는 陽(양)이고, 손은 陰(음)이 된다. 음은 양을 떠받들어 지탱하고 있는 형국이 되므로 支(지)의 셋째 의미는 ‘지탱하다’가 나온다.
낙화난상지[落花難上枝]
[명사] 한번 진 꽃은 다시 필 수 없다는 뜻으로, 한번 저지른 일은 다시 돌이킬 수 없음을 이르는 말.
埶(예) = 藝 =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