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境과 鏡은 모두 竟으로 구성되었지만 竟의 기능과 결합 과정은 사뭇 다르다.
竟은 갑골문에서도 지금처럼 音과 人(사람 인)으로 구성되었다. ‘설문해자’에서는 竟을 ‘음악이 끝나다’는 뜻이라고 했지만 人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아마도 ‘사람(人)의 소리(音)’는 전해지는 거리에 한계가 있다는 뜻에서 ‘끝’이나 ‘다하다’는 의미가 나왔을 것이다.
竟에 土(흙 토)가 더해진 境은 땅(土)의 끝(竟)을 말하여, 영역이 끝나는 境界(경계)나 邊境(변경)을 뜻한다. 그래서 境에서의 竟은 소리부와 의미부를 겸하고 있다.
鏡은 鑑과 연관되어 탄생한 글자다. 지금의 거울은 대부분 유리로 만들지만 그 전에는 주로 청동을 사용했다. 청동거울도 없던 그 옛날에는 큰 대야에 물을 받아 거울을 대신했다.
그런 모습을 반영한 글자가 監인데, 갑골문에서 물이 담긴 그릇(皿·명)에 얼굴을 비추는 모습을 형상적으로 그렸다. 그래서 監은 거울로 쓸 수 있는 아가리가 넓은 큰 그릇을 말했으나 이후 ‘살피다’나 ‘보다’는 뜻도 함께 가지게 되었다. 그러자 그릇을 지칭할 때에는 金(쇠 금)을 더하여 鑑으로 분화했다.
監에서 분화된 鑑은 물을 담는 커다란 그릇이자 거울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적으로 ‘거울’을 표시할 글자가 다시 만들어졌는데, 그것이 바로 鏡이며, 鏡은 鑑의 소리부인 監 대신 竟을 넣어 만든 글자다.
鏡자의 등장은 청동거울의 보편적인 사용을 의미한다. 그러다 한나라에 들면 거울 뒷면의 무늬가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나는 ‘마법의 거울’까지 등장하기도 한다.
청동은 불투명성인데 어떻게 뒷면의 무늬가 비추어진단 말인가? 그래서 사람들은 이를 魔鏡(마경)이라 불렀다. 1832년 이 魔境이 서구에 전해졌을 때 그 비밀을 풀고자 많은 과학자들이 달려들었지만 그 해답은 1백년이나 지나서야 겨우 얻을 수 있었다. 그 비밀은 거울 뒷면의 무늬를 돋을새김 하여 거울 면에 극도로 정교한 볼록면을 만들고 굴절도를 조절한데 있었다. 현대의 첨단기술로도 1975년에 이르러서야 이의 복원에 성공할 수 있었으니 한나라 때의 높은 공예 수준을 짐작해볼만 하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