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工夫)와 휴식(休息)
도정 권상호
2012학년도 새 학기도 한 달이 지났다. 초·중·고교 주5일제 수업 전면 시행으로 토요일 수업이 사라졌다. 금요일 저녁이 되면 이틀간이나 쉰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울렁인다. 이레 중 닷새는 오지게 공부하고 이틀은 푹 쉴 수 있다. 이를 기념하여 오늘은 공부(工夫)와 휴식(休息)을 화두로 삼았다.
공부(工夫)란 말은 ‘십년공부 도로아미타불’이라는 속담에서 보듯이 불교 용어에서 비롯했다. 불도(佛道)를 열심히 닦는다는 의미에서 출발했으나, 지금은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의 뜻으로 쓰인다. 工夫(공부)를 굳이 해석하자면 ‘일하는 사나이’쯤 되겠다. 이 두 글자에 ‘공부하다’는 의미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일하듯 공부해야겠구나.’라는 사실은 깨우칠 수 있다. 工夫(공부)가 중국어로는 ‘틈, 여가, 품꾼’, 일본어로는 ‘궁리, 생각, 인부’ 등의 뜻이 있다. 물론 우리와 같은 의미로도 사용되지만.
工(장인 공)이란 ‘이쪽과 저쪽[二] 사이의 거리[丨]’를 나타낸다. 장인의 최초 모습은 ‘자로 거리를 재는 사람’이었다. 여기에서 ‘장인, 일, 공교하다’ 등의 의미로 발전했다. 江(강 강)은 ‘양쪽 언덕 사이[工]에 물[氵]이 흘러가는 모습’이고, 空(빌 공)은 ‘구멍[穴(혈)]에 틈새[工]가 있음’을 나타낸다. 攻(칠 공)은 ‘거리[工]를 두고 치는[攵(칠 복)]’ 것이고, 擊(칠 격)은 ‘맞부딪히며 치는’ 것이다. 功(공로 공)은 힘[力]을 쏟음이 남과 차이[工]가 있어야 ‘功勞(공로)’로 인정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工事(공사), 工業(공업), 工場(공장), 工程(공정), 竣工(준공), 加工(가공), 木工(목공)이로다.
夫(사나이 부)는 成人(성인)이 되어 상투에 비녀[一]를 꽂은 모습이다. 상투를 하면 어엿한 大丈夫(대장부)가 되고, 또 아내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서 ‘남편’의 의미가 나온다. 夫君(부군), 農夫(농부), 夫婦有別(부부유별), 夫唱婦隨(부창부수), 女必從夫(여필종부)로다.
다음으로 진정한 休息(휴식)에 대해 알아보자. 문자학적으로 보면 休息(휴식)의 休(휴)는 육체적 휴식이요, 息(식)은 정신적 휴식이다.
休(쉴 휴) 자를 두고 그냥 ‘나무 밑에서 사람이 쉬고 있다.’라고 보면 오산이다. 쉬려면 집 안에서 편안히 쉴 것이지, 하필이면 맹수가 달려오고 비바람이 몰아칠 지도 모를 나무 밑에서 쉬고 있단 말인가. 이것은 ‘열심히 일한 사람[亻]이 나무[木] 그늘에서 잠시 쉬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므로 육체적 휴식이다. 일하지 않은 사람은 쉴 자격이 없다. 쉴 때는 /휴~/ 하고 쉴 것이다. 여기에서 음이 나왔다. 休日(휴일), 休暇(휴가), 連休(연휴), 休戰線(휴전선), 休憩室(휴게실), 休紙桶(휴지통)이로다.
息(쉴 식) 자는 ‘自(코 자) + 心(마음 심)’으로 이루어진 글자이다. 코로 숨 쉬고, 심장이 뛰는 외에는 어떤 육체적 노동도 없다. 숨은 쉬어야 하고 맥박은 뛰어야 한다는 사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번 도 멈출 수 없는 絶體絶命(절체절명)의 작용이다. 그래서 이는 자율신경계가 담당하고 있다. 그리하여 息(식)이란 잠잘 때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잠은 일체의 육체적인 노동이 없음은 물론 정신적 휴식의 꽃이다. 그래서 잠을 잔다는 사실은 정신적인 면에서 보면 ‘죽음’과 같다. 죽음의 또 다른 표현인 永眠(영면)이란 긴 잠, 곧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닌가. 잠잘 때의 소리가 /식~식~/ 하므로 /식/으로 발음한다고 본다. 여기에서 발전하여 ‘생존하다. 생활하다. 아이. 이자’ 등의 뜻으로 발전한다. 棲息(서식), 窒息(질식), 子息(자식), 利息(이식)이로다.
주5일제 수업의 장점으로는 징검다리 휴일에 따른 혼란이 없고, 휴식 시간의 확대, 자기 주도적 학습 기회의 확대, 주말 가족 및 주변 사람들과의 친교 시간의 확대 등이 있다. 한 가지 염려라면 우리나라의 가장 큰 고질병 중의 하나인 사교육 시장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맞벌이 부부나, 자녀의 학업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의 경우, 주말을 이용한 과외 지도로 아이들의 학업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수도 있다. ‘주5일제 특수’를 선점하기 위한 학원업계, 여행업계, 체험학습업계 등의 열기도 대단하다.
열심히 공부한 끝에 다가오는 휴식이라는 달콤한 보상은 우리의 뇌를 춤추게 한다. 주5일간 열심히 일한 당신, 푹 쉬어라. 그런 당신의 모습이 정녕코 아름답구나.
권상호
공부(工夫)는 원래 불교에서 말하는 주공부(做工夫)에서 유래한 말이다. '주공부(做工夫)'란' 불도(佛道)를 열심히 닦는다.'는 뜻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공부라 함은 참선(參 禪)에 진력하는 것을 가리킨다. 불가에서 공부(工夫)에 관한 기록은 선어록(禪語錄)에 많이 나오는데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해야 한다고 한다.
공부는 간절하게 해야 하며, 공부할 땐 딴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며, 공부할 땐 오로지 앉으나 서나 의심하던 것에 집중해야 한다.
바뀐 뜻
학문을 배워 익히는 일 모두를 말한다. 오늘날에는 오로지 제도 교육 안에서 배
우는 것만을 가리키는 말로 한정되어 쓰는 경우가 많다.
1. 수단을 강구하다. 궁리하다. 생각을 짜내는 것. 용례. 後六章, 細論條目工夫.(뒤의 6장은 조목의 공부를 자세히 의논한 것이다. <주자, 대학장구>.
2. 마음의 수양. 의지의 단련 등에 마음쓰는 것. 朋友講習, 更莫如相觀而善工夫多.<近思錄, 爲學>.
3. 공정, 부역, 일. 皆資人力, 又奪人居宅, 工夫萬計.<晉書>.
4. 중국에서는 gongfu로 발음하며 옛날 임시 고용 노동자. 시간. 짬. 틈 등의 의미로 쓰이며 功夫로 쓰는 경우는 솜씨, 노력 등의 의미로 쓰이는 데 이는 宋代 이후의 白話에서 쓰인 것이다. 일본에서는 kuhuu 로 발음하면 궁리, 고안, 생각의 뜻으로 쓰며, kouhu로 발음하면 토목공사의 일꾼 등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중일과 달리 이런 구분이 없고 한가지 의미 곧 어떤 학문이나 일 또는 기술 따위를 배우거나 익혀 그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이란 뜻으로만 쓰인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뜻으로 쓰는 것은 바로 불교용어에서 온 말이기 때문이다.
5. 불교의 용법. 목적을 위해 힘쓰는 것. 한마음으로 불도수행에 정진하는 것. <<祖堂集>> 등에 "向外覓工夫, 總是癡頑漢. 밖을 향해 공부를 찾으려 하니 어리석고 꽉 막힌 사람이로다." 우리말 용례로는 세조가 간경도감에서 간행한 <<蒙山和尙法語略錄諺解>>에 "오라면 工夫ㅣ 니거"에 처음 나온다. 이 때 공부는 불법을 일심으로 열심히 닦는 것을 말한다. 참고로 말하면 십년공부나무아미타불은 十念工夫나무아미타불(죽기 전에 나무아미타불을 열번만 염불공부를 하여도 극락왕생 한다는 내용으로 <<無量壽經>>이란 경전에 나오는 말이다)의 와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