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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事亨通 黑龍大運(만사형통 흑룡대운)
도정 권상호
이번 ‘필받다’ 칼럼의 화두는 노원신문사에서 새해 덕담으로 제의해 온 것이다. 처음 있는 일이다. 늘 그런 것도 아니고, 정말 50회가 넘도록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하기야 계절적, 사회적 감각이야 나보다 월등히 뛰어난 분들이 계신 곳이 신문사가 아니던가. 명색이 칼럼니스트라면, 특히 문자학을 통한 칼럼을 쓴다고 한다면, 화두 거리로 무엇이 떨어지든 잘 비벼서 눈으로 먹을 만한 요리를 해내야 한다. 비록 명품 요리는 아닐지언정. 특별히 이번은 555호니깐. 앗싸.
‘萬事亨通 黑龍大運’이라. 임진년 신년 덕담으로 제격이다. ‘임진년’ 하면 임진왜란이 떠올라, 머리에 안개가 끼고 쥐가 난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나는 거 아니냐?’하고 은근히 염려하게 되고, 또 무사히 한해가 잘 넘어갔으면 하는 소망을 하게 한다. 그러기에 ‘萬事亨通 黑龍大運’이란 이 8자가 八字(팔자)를 고쳐줄 것만 같은 감이 잡힌다.
‘萬(일만 만)’은 원래 사막의 절지동물, ‘전갈’을 가리킨다. 萬(만) 자의 艹(초)는 전갈의 양쪽 가위 발을, 田(전)은 몸뚱이를, 禸(유)는 번쩍 든 꼬리를 본뜬 글자이다. 전갈이 알을 많이 낳는다고 하여 백의 백인 ‘10,000’ 을 뜻한다. 전갈은 한자로 ‘全蠍(전갈)’로 쓰고, 현대 중국어에서는 ‘蝎子(갈자)’로 나타내며, 萬(만) 자가 전갈인 것은 ‘蠆(전갈 채)’ 자에 남아 있다. 蜂蠆(봉채)라고 하면 독성을 품은 ‘벌과 전갈’을 뜻한다.
萬(만)은 꽉 찬 수이다. 그래서 발음이 滿(찰 만)과 발음이 같다. 灣(물굽이 만)에는 바닷물이 언제나 가득 차 있다. ‘매우 드묾’을 이를 때, ‘만에 하나’, ‘萬一(만일)’이라고 한다. ‘한글 맞춤법’ 제44항에, “수를 적을 때에는 ‘만’ 단위로 띄어 적으므로, ‘수천수백’과 같은 것은 붙여 적는다.”라고 적고 있다. 순우리말로 千(천)은 ‘즈믄’, 만은 ‘거믄’ 또는 ‘골’이라고 한다. ‘골백번’이란 말은 만을 백번 센 숫자이니 매우 큰 수를 뜻한다. 萬歲(만세), 萬能(만능), 萬無(만무), 萬代(만대), 萬物相(만물상), 一波萬波(일파만파), 萬不得已(만부득이), 千不當萬不當(천부당만부당)이로다.
‘事(일 사)’는 史(역사 사)에서 온 글자이다. 본래 ‘史(역사 사), 吏(벼슬아치 리), 使(하여금 사), 事(일 사)’ 등은 같은 글자였다. 史는 ‘中(맞을 중)+又(오른손 우)’로 짜인 글자이다. 中(맞을 중)은 동물(口)을 화살(丨)로 잡은 모양이고, 이것을 꼬챙이에 꿰어 손(又)으로 들고 오거나 요리하는 것을 바로 ‘일’로 본 것이다. 이러한 내력을 기록한 것이 史(역사 사)의 시작이고, 잡은 것의 일부는 윗사람(亠)에게 세금으로 바치는 모양에서 吏(벼슬아치 리)가 생겼다. 史(사)가 일에서 ‘역사’의 의미로 쓰이자 事(일 사)를 만들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옳거니, 일어나면 일을 해야 한다. 일찍 일어나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言(말씀 언)과 行(행실 행), 곧 言行(언행)뿐이다. 대상은 人(사람 인)과 事(일 사), 곧 人事(인사)뿐이다. 그러면 결론은 나왔다. 올바른 言行(언행)으로 人事(인사) 잘하며 살아가는 것이 참삶이렷다.
‘享(제사 드릴 향)’과 ‘亨(형통할 형)’은 갑골문, 금문에서 보면 다같이 ‘亯(제사 드릴 향, 형통할 형)’처럼 써서, 高(높을 고) 자와 같이 높은 건축물을 나타냈다. 高(고)는 드나드는 문이 있지만, 亯(향)은 제사를 드리는 집이라 신위 쪽으로는 문이 없는 형태이다. 게다가 병풍까지 쳐 놓으면 뒤는 분명히 막힌다. 亯(향)이 전서에 오면 큰 건물을 떠받드는 모양의 T 자를 붙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위의 曰(왈) 자의 일부와 어울려 ‘子(자손 자)’ 자로 변하며, 그 결과 예서에서 享(향) 자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예서에 오면 享(향)과 亨(형)의 두 글자로 나뉘는데, 享(제사 드릴 향)이 亨(형통할 형)을 낳는 것은 제사를 마치면[了(마칠 료, 깨달을 료)] 만사가 亨通(형통)해 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 享(제사 드릴 향)과 亨(형통할 형)은 ‘宗廟(종묘)’의 상형이고, 종묘에 ‘제사를 드려야’ 하늘과 조상으로부터 복을 받고 또, 모든 일에 ‘형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얼쑤.
‘通(통할 통)’은 ‘辶(쉬엄쉬엄 갈 착) + 甬(통 용)’으로, 甬(손잡이 있는 나무통 용)은 用(나무통 용, 쓸 용)에서 나오고 발음도 같다. 甬(용)에다 농기구인 가래를 붙이면 勇(날쌜 용) 자가 탄생한다. 그런데 用(용)이 ‘쓰다’, ‘사용하다’의 의미로 쓰이자, 다시 桶(통 통) 자를 만들었다. 通(통할 통)은 ‘손잡이가 있는 나무통을 들고 나아가다.’에서 ‘통하다, 쓰임 받다’의 의미가 되었다. 따라서 萬事亨通(만사형통)은 ‘모든 일이 뜻한 바대로 막힘없이 유용하게 잘 이루어짐’을 뜻한다.
甲辰(갑진)은 靑龍(청룡), 丙辰(병진)은 赤龍(적룡), 戊辰(무진)은 黃龍(황룡), 庚辰(경진)은 白龍(백룡), 그리고 올해 壬辰年(임진년)은 黑龍(흑룡)으로 오행 상으로는 水(물 수), 방위로는 北(북)에 해당한다. 龍(용) 자체가 물을 의미하지만, 특히 黑龍(흑룡)은 물을 얻어야 大運(대운)이 열린다.
大運(대운)의 ‘運(옮긴 운, 운수 운)’ 자의 모습을 살펴보자. 軍(군사 군)은 가만있으면 적으로부터 화살이나 칼을 맞아 죽는다.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뺑뺑이를 돌려야 한다. 움직여야 ‘運數(운수)’가 열리는 것을…….
피해 갈 수 없는 選擧(선거)로 是非(시비) 많을 12(시비?)년, 물의 해에 치러질 總選(총선)과 大選(대선), 모두 물의 날[水요일]에 치러진다. 물갈이가 심할 듯하다. 이곳이다 싶으면 빨리 옮겨가고, 이때다 싶으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이 사람이다 싶으면 내 사람으로 만들라. 설령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마음에 쿠션을 깔고 최대한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하자. 나이스 초이스!
2012년에는 모두 ‘용~타(용하다, 용을 타.)’는 소리를 듣는 黑龍大運(흑룡대운)을 빈다. ‘용케’ 잘 처신하여 ‘용솟음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용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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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옥
이 기가막힌 한자풀이와 더불어 얼쑤와 나이스를 혼용 절묘한 추임새가 너무 정겹습니다
올해도 즐겁고 건강하신 활동 기대할게요. 감사합니다.
권상호
한국예술문화원과 홍석창 교수님 제자들 모임에서 뵈었던 분이시죠?
감사드리고 모두 님들의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송샘께도 더한 건강과 필운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