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에 노원구 중계동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藝友 송형익 교수의 지도를 받는 제자들의
클래식 기타 연주회가 있었다.
이른바 제14회 카쎌 정기연주회.
단원 학생 40여명 성인 20여명으로 이뤄진 연주회는
시종일관 뜨거운 갈채 속에 노원문화예술회관을 뜨겁게 달구었다.
'고양이 춤'을 연주한 이창민군은 철모르고 일찍 피어난 개나리 마냥 순수하고 천진난만했다.
'안단테 쎈치멘탈'을 연주한 정재원군은 초등학생 답지 않게 여유가 있고 생기가 넘쳤다.
중1 김건우군의 '알함브라 궁전의 회상'은 어른의 연주처럼 추억이 묻어나는 연주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옛궁전을 찾아가 이러저리 돌아다니는듯했다.
선화예고 1년 김호준군의 '전주곡 1번'은 맑고 티가 없는 물속을 들여다 보는 듯 깔끔했다.
위례고 3년 주세화양의 '아마존여인의 전설'은 우울하고 애잔한 분위기 속에 안개가 드리워진 늪을 걷는 듯하였으며, 특수주법이 삽입되어 있어서 절묘하게 나른함을 벗어나고 있었다.
청원고 2년 김경완군의 '전주곡 2번'은 화려하고 현란한 음상에 티없이 정재된 운지 속에 말쑥한 연주를 보여주었다.
선화예고 2년 지혜인양의 '첼로조곡 BWV 1006'은 셈여림이 별로 없음에도 시종 당당하고 여유있는 연주 자세를 보여 주었고, 떫음 속에 단맛이 잡히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서울음대 4년 송나예양의 '세빌리아'는 화려하되 야하지 않고, 장중한 분위기 속에도 애잔함이 엿보이며, 종내는 속삭이듯 애원하듯 하다가 마지막에는 잔치집의 폭죽마냥 감동적인 대미를 장식하고 있었다.
기타 2중 중에서 최재열 원지유 두 학생의 '밤과 꿈'은 안개 낀 호숫가에서 이슬을 맞으며 다소곳하게 연주하는 분위기가 일품이었고
조현옥, 정지현의 '월광' 2중주에서는 달빛의 간지럼 속에 부끄러워하고 쑥스러워하는 두 친구의 겸손의 미덕을 보여 주고 있으며
'고향곡 40번'을 연주한 김경완 군과 아버지 김영문 선생님의 연주는 부자간의 깊은 정이 듬직하게 베어나오는 듯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을 읽고, 아들은 아버지의 손길을 읽는 환상적인 조화를 연출하였다.
양선희 이민규 김건우 이중호 이중희 방주영 박창대 고영승 김호준 김익수 제위의 기타 중주 '철새는 날아가고'는 동장군이 물러가고 멀리서 봄바람이 불어와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으며, 이제 막 너른 잔디 위에서 살랑이며 봄풀을 일깨우고 있었다.
어느덧 연주회는 이제 상승 기류를 타고 클라이막스를 맞이했다.
송형익 지존님의 기타 독주 중 '식인종의 춤'은 식인종의 부페 잔치 후의 무도회를 통한 接神의 순간을, '플라맹고 즉흥곡'은 연주라기보다 이미 入神의 경지에 든 沒我, 忘我의 몸부림이었다. 중요한 점은 기타 연주보다 연주자 자신의 몸이 최고의 악기라는 점을 여실히 증명해 주는 한판의 굿판이랄까? 인간과 동물의 경계, 나아가 동물과 식물의 경계마져 흐트러져 사라진 태초의 群舞였다.
이어진 노원 기타 앙상블의 열기...
'사랑을 위하여'는 생을 사랑하는 지혜를 깨우쳐 주고, 절제된 감정으로도 웅변 이상의 고백을 느끼게 하며, '미뉴에트'의 잔잔한 감동은 다양한 이웃끼리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듯, 그 여운은 오래 가슴에 남으리라.
마지막으로 펼쳐진 한국 청소년 기타앙상블의 내일을 위한 희망의 협연은 한 마디로 합하여 선을 이루는 경지였다. 단체 속에서 개체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단세포들이 모여 하나의 유기체를 형성하는 자연의 질서를 보여 주었다. 다양한 나무들의 모여 하나의 아름다운 숲을 이루었다고나 할까? '할아버지 고물시계', '뻐꾹 월츠', '알함브라 궁전의 회상', 말라게니아'가 연주되는 동안, 청중은 눈발처럼 허공을 맴돌다가 차분히 가라앉아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신비롭고 경이로운 세계를 창조하였다.
앵콜곡 '휘파람'은 통일로 가는 문을 경쾌하게 두드리고 있었고, 못내 자리를 뜨지 못하는 많은 청중들은 허공에 여전히 남아있는 기타 선률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