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의 홍매와 동백 |
진도엔 이미 봄이 왔나보다.
세찬 바람을 뚫고 불어온 봄의 입김이
동백과 홍매화의 꽃망울을 터뜨렸다.
내륙에서는 아직 겨울 티를 벗지 못했는데
그곳엔 이미
봄기운이 여인의 치맛자락을 파고들고 있다.
울돌목의 세찬 물살은
북진하여 올라오는 훈풍을 시셈하며
매섭게 투정을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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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시 한구절을 지어본다.
猿年雨水節迓春遊覽全南珍島有感
(원숭이 해 우수절에 봄을 맞아 전남 진도를 유람하다가 느낀 바 있어서)
紅梅一幹當春美(홍매일간당춘미)
홍매화 한 가지는 봄을 맞이하여 아름답고
白菜千坪似夏鮮 (백채천평사하선)
밭의 배추 천 평은 여름과 같이 고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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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와 동백꽃을 바라본다.
홍매화는 야한듯 하면서도 수줍음을 간직하고 있고
동백꽃은 화려하면서도 슬픈 사연이 스며있는 듯하다.
홍매화가 발랄한 귀여운 소녀라면
동백은 마음씨 좋은 이웃 처녀 같다.
겨우내 옴츠렸던 선정적인 목을 내밀면
점잖은 양반도 갈길을 잊는다.
홍매는 복잡한듯 오묘하고
동백은 강렬한듯 청순하다.
두 년 모두 너무 붉어 유치할 것 같은데,
오히려 짙붉은 빛이 지고지순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빨강색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미는 진정 누굴까
홍매 아니면 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