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내가 본 정의화> 작은 붓 큰 인연

<내가 본 정의화>

작은 붓 큰 인연

 

정의화 국회의장님은 무겁되 어둡지 않고, 합리적 엄숙함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친근한 이웃입니다. 이러한 성정은 놀랍게도 함자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정의감에서 우러나오는 기개를 뜻하는 의기라 할 때의 옳은 의()’ 자와, ‘서로 뜻이 맞아 잘 어울림을 뜻하는 화합이라 할 때의 화할 화()’ 자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분과 어울리는 사자성어를 들라면 여민동락(與民同樂)’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의장님과의 소중한 인연은 무엇보다, 작지만 영원한 먹 자국을 남겨주는 붓이 맺어주었습니다. 부연하자면 의장님의 20대 직계 선조이신 고려 말 충신,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선생의 대책문(對策文) 전문을 불초 서예가인 필자가 10곡 병풍 위에 붓글씨로 써서 의장님께 올린 인연입니다.

대책문이란 과거시험 답안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흔히 대책문을 줄여 대책(對策) 또는 책문(策文)이라고도 하는데, 임금이 시국이나 사건에 대하여 순문(詢問)하면, 그에 대한 방책(方策)을 적습니다. 필자는 역사적 명문인 포은 선생의 대책문을 읽고 또 읽은 뒤,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산 지역인 무수골에 들어가 목욕재계 후 정성스럽게 써 내려갔습니다. ·초서체로 썼기 때문에 하루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 병풍은 국회부의장을 거쳐 국회의장이란 막중한 임무를 맡으셨을 때도 의장님 등 뒤에서 국회의장실을 지키고 있다가 한남동의 국회의장 공관을 거쳐, 2016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장서각(藏書閣)에 기증되어 영구 보존된 상태입니다. 장서각은 조선왕실의 자료를 모은 왕실도서관으로 한국학 전문도서관입니다. 당시 한국학중앙연구원 이배용 원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몇 분이 자리한 가운데 국회의장실에서 간단한 증정 의식을 거친 뒤 장서각에서 특별전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핵심 문장을 발췌하여 쓴 또 다른 작품은 중국 황희지미술관에 전시 소장되어 있습니다.

감동적인 사실은 대책의 내용이 포은 선생께서 과거에 수석 합격한 해인 공민왕 9(1360)의 현안과 대응방법을 말해주고 있음에도, 그 내용이 시대를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현 실정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포은 선생께서 후손 정 의장님에게 정치가로서의 바른길을 깨우쳐주기 위해 쓰신 내용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생깁니다.

 

문무(文武)를 함께 쓰는 것은 모든 왕이 따라야 할 대법(大法)이고 만세불변의 원칙이다. ()은 융성을 유지하고 완성을 지킬 수 있게 해주며, ()는 어지러움을 바로 잡고 바름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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