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인(慧印) 스님 임종게(臨終偈)
불기 2560(2016)년 6월 23일 은해사(銀海寺) 조실(祖室) 포산당(包山堂) 혜인 스님이 원적(圓寂)에 들었다. 연전 설날에 덕숭산 수덕사에서 설정 스님과 함께 다담(茶談)을 나누며 내 글씨에 관심을 보여주셨던 혜인 스님께서 입적하셨다는 소식은 너무나 뜻밖의 일이 되고 말았다. 이에 스님의 임종게를 씀으로써 슬픔을 대신하고자 한다. 세간에 틀리고 잘못 읽은 글자가 많기에 바로잡는 뜻도 있다.
無路之處孵眞命(무로지처부진명) 길 없는 곳에서 부처님 뜻 기르고자 하나
無始無終於此法(무시무종어차법)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것이 불법이로다.
或建或破天堂獄(혹건혹파천당옥) 천당과 지옥을 세우기도 부수기도 하나니
是以凜騰三界主(시이늠등삼계주) 이러면 늠름히 삼계 주인이 될 수 있으리.
若沒尋覓甘泉則(약몰심멱감천즉) 만약 물맛 좋은 진리의 샘 찾지 못한다면
與摩尼珠隔千丈(여마니주격천장) 마니주와 천 길이나 떨어져 헤매고 있으리.
是什麽(시십마) 이것이 무엇인가.
1, 2행은 가없이 영원한 불법(佛法)의 세계를 노래하고 있다. 부화(孵化)라고 할 때의 부(孵)는 ‘알을 까다, 기르다’의 뜻이고, 진명(眞命)은 천명(天命), 천의(天意)의 뜻이나 여기서는 불명(佛命), 불의(佛意)의 뜻이다. 무시무종(無始無終)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는 뜻으로 불생불멸(不生不滅)과 상통하는 말이다. 차법(此法)은 마땅히 무실무허(無實無虛)의 불법(佛法)을 일컫는다.
3, 4행은 불법을 찾는 과정에서의 번뇌를 거쳐야 삼계의 주인이 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머릿속에 천당과 지옥을 세우고 부수는 일은 수도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행자의 갈등 모습이다.
5, 6행은 진리의 샘을 찾지 못했을 때의 낙담(落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니(摩尼)는 여의주(如意珠) 또는 보주(寶珠)를 말하며, 이 구슬은 빛나고 깨끗하여 때가 묻지 아니하고 불에 들어가도 뜨겁지 않다고 한다.
스님, 길 없는 곳에서 참 생명의 길을 찾아, 이제 당당히 성불하시어 우주의 주인공이 되셨나이다. 스님의 곁에는 언제나 샘솟는 감천(甘泉)이 흐르고 손에는 여의주(如意珠)가 보이나이다. 그쪽에서는 是什麽(시십마)가 필요 없으시죠?
수월 권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