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엄법사(聖嚴法師, 1930~2009) 게송(偈頌)
대만은 지진과 태풍 등의 천재지변이 많은 나라다. 그런데도 세계 어느 곳이든 재난이 발생하면 앞서 달려가는 단체 중의 하나가 대만 불교자원봉사단이다. 대만도 우리와 같이 대승불교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무엇보다 불교의 현대화와 생활화에 앞장서고 있으며, 특히 교육 불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바탕에는 법고산(法鼓山) 성엄법사(聖嚴法師, Sheng-Yen, 1930~2009)의 공이 매우 크다. 성엄법사는 일본에 유학하여 석·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에 건너가 포교 활동을 하기도 했다. 대만에 돌아온 뒤로는 법사를 따르는 신도들이 끊임없이 늘어났다. 이에 8년 동안 불사를 크게 펼쳐, 1989년 3월 금산(金山)에 ‘법고산세계불교교육원구(法鼓山世界佛教教育園區)’라는 대찰(大刹)을 완공하기에 이른다. 다음은 성엄법사가 설법하던 중에 불자와 함께 즐겨 낭송했던 게송이다.
留得青山在 (유득청산재) 푸른 산 남겨 두었으니
不怕没柴燒 (불파몰시소) 땔나무 걱정은 없으리.
我還有呼吸 (아환유호흡) 내게 아직 호흡 있으니
當然滿足了 (당연만족료) 당연히 만족하고말고.
모든 걱정은 스스로 만든 비교의 마음에서 일어난다. 이를테면 ‘부자면 좋고 가난하면 나쁘다’라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면 세상에는 갈등과 싸움만 남는다. ‘부자라도 좋고, 가난해도 좋다’라는 절대적 인식을 가질 때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많아도 좋고, 적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라는 마음의 깊이를 가질 때 진정한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리우 올림픽. 이겨도 좋고, 져도 좋고, 출전하지 못해도 좋다. 내 곁에는 푸른 산이 있고, 땔나무가 있으니 무슨 걱정인가.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면 호흡에 집중해야 한다. 살아가면서 폭풍우와 같은 어려움을 만날 때도 있다. 이런 때일수록 더욱 경건하게 호흡해야 한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이다. 호흡한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그토록 중요한 호흡을 하고 있는데 만족하지 못할 게 무엇인가.
생활 속의 보리 곧, 평범 속의 특별한 깨달음이 중요하다.
수월 권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