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성(性)이 성났다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12
성(性)이 성났다

음성언어인 말과 문자언어인 글의 변화를 보면 세상의 흐름이 보인다.
일찍이 ‘성(性)’에 따라붙는 말은 으레 ‘도덕, 윤리’와 같은 것이어서 ‘성도덕, 성윤리’라는 말이 그만큼 자연스럽게 들렸다. 그래서 성에 대하여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성은 신비롭고 성(聖)스러운 영역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추문’, ‘추행’이나 ‘폭행’, ‘폭력’과 같은 끔찍한 단어가 ‘성(性)’ 자 뒤에 따라붙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성이 섹스라는 야한 이름으로 개명을 하고 신문, 잡지는 물론 스마트폰과 컴퓨터 속까지 아예 점령해 버린 듯한 느낌이다. 모니터 주변의 발칙한 사진들은 온통 성(性) 지뢰밭이다. 마우스를 갖다 대는 순간 야동과 야사가 터지고 만다.
추문(醜聞)은 ‘추근’거리며 행하는 ‘추잡’한 소문이고, 추행(醜行)은 순간의 자극을 ‘추구’하다가 영원히 ‘추락’하게 되는 행위이다. 그리고 폭행(暴行)은 난폭한 행동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강간을 완곡하게 이르는 말이기도 하며, 폭력(暴力)이란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하고 물리적 힘을 이용하여 신체적 손상까지 입히는 경우를 뜻한다.
 ‘여교사 성폭행’,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 ‘성폭행 연예인’, ‘고교생 집단 성폭행’, ‘장애인 상습 성폭행’, ‘몰카족’ 등의 뉴스 타이틀을 보면 성 문제에 있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양쪽 모두 직업이나 계층, 나이와는 무관하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특정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전자발찌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범인들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직장 안에서는 사건을 덮는 데 급급하고, 개인적으로는 순간적 실수 정도로 인식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 물론 정신질환자라면 치료를 해야 하고, 그래도 안 되면 격리수용을 해야 마땅하다. 성폭력 피해는 피해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엄청난 정신적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에 피해자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해야 한다.

성(性)은 본래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지닌 성품 곧, 마음 바탕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맹자는 마음 바탕은 선천적으로 착하다고 보고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했다. 하지만 성이 ‘남녀의 육체적 관계’를 가리키는 뜻으로 의미가 확대되자 유교 사회에서는 성을 금기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성에 대하여 왜곡된 인식을 하게 되었다. 성에 대한 가르침은 없이 감추는 것만 미덕으로 생각해 온 것이 더 큰 문제였다.
누구나 성장하면서 성에 대하여 어느 정도는 스스로 깨닫게 되지만 실은 눈높이에 맞는 '성 건강' 도우미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가정에서는 성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 학교에서는 성교육을 하긴 하지만 쏟아지는 음란물과 무분별한 성 정보 등으로 인하여 성의 쾌락적이고 자극적인 측면만 드러나고 위기 대처 방법은 모르고 있다.
이처럼 왜곡된 성 지식을 바로잡아 주고 행복한 성문화 운동을 펼치고자 지난달 한국에이즈퇴치연맹(대표 권동석)에서는 서울시 성북구에 한국성교육센터를 설립하고 문을 열었다. 여기에서는 누구든지 성교육을 받을 수 있고, 기구를 통하여 임신과 출산 및 육아 체험을 할 수도 있다. ‘똑똑’ 노크하고 들어가면 나올 때는 성에 대하여 똑똑해진다는 의미에서 ‘똑똑 성교육관’이라 이름 붙였다. 또 성은 어린이는 물론 청소년, 성인 등 누구나 주위의 또래들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 특성이 있으므로 센터에서는 ‘또래 지킴이’ 운동을 펼치고 있다.
모든 언어는 발음이 서로 같으면 의미도 서로 통한다. 특히 우리말과 한자는 더욱 그렇다. 말하자면 음통의통(音通義通)이라 할 수 있겠다. 예컨대, /지/라는 발음에는 ‘지탱’의 의미가 담겨있다. ‘땅 지(地)’는 하늘을 지탱하고, ‘종이 지(紙)’는 붓을 지탱하며, ‘못 지(池)’는 물을 지탱하는 등의 예를 보면 음통의통이 확실해진다. 이처럼 ‘섹스’를 뜻하는 /성(性)/도 발음을 같이하는 다른 글자들을 통하여 성의 성격을 규정지을 수 있다.

첫째, 성(性)은 신비롭고 고결하다. 그래서 ‘성스러울 성(聖)’과 통한다. 
둘째, 그러면서도 성은 별처럼 아름답다. 그래서 ‘별 성(星)’과 통한다.
셋째, 성은 성스럽고 아름답기에 잘 살펴야 한다. 그래서 ‘살필 성(省)’과 통한다.
넷째, 이토록 고귀한 성은 평생 정성으로 잘 가꿔야 한다. 그래서 ‘정성 성(誠)’과 통한다.
다섯째, 성은 고귀하기에 성처럼 든든하게 잘 지켜야 한다. 그래서 ‘성 성(城)’과 통한다.
여섯째, 굳게 지켜야 할 성이지만 ‘성숙한 인간’ 곧, 성인(成人)에게만은 허락된다. 그래서 ‘이룰 성(成)’과 통한다.
일곱째, 하지만 성의 원초적 의의는 혈통을 잇는 데 있다. 그래서 ‘성 성(姓, family name)’과 통한다.

성(性)은 글자 모양에서 보듯이 마음에서 돋아난다. 성(性)에 눈뜨는 것도 마음에서 비롯하고, 사랑을 나눔도 마음에서 비롯한다. 사랑의 결실로 결혼하고 2세가 태어나면 부모로부터 성(姓)을 받는다. ‘앞으로 담배를 피우면 성을 갈겠다’에서 보듯이 우리는 굳은 결심을 할 때 성을 담보로 말한다. ‘성 성(姓)’ 자를 보면 모계사회에서 생겨난 글자가 아닌가 한다. XY 염색체를 가진 남성에 의해 남녀가 구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것을 수용하는 쪽은 여성이다. 사랑은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그래서 사랑은 깊이 생각하여 헤아린다는 뜻의 ‘사량(思量)’과 통한다.
정상이 아닌 성욕을 가졌거나 성적으로 이상한 행위를 하는 사람을 가리켜 ‘변태(變態)’라고도 한다. 변태란 동물이 알에서 부화해서 성체(成體)가 되기까지 여러 가지 형태로 변하는 일, 곧, 탈바꿈을 가리킨다. 인간 변태는 한마디로 비정상이란 얘기니 미리 경계해야 한다.

그러면 성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까. ‘생각 사(思)’ 자에 그 해답이 있다. 사(思)는 원래 ‘정수리 신(囟)’ 밑에 ‘마음 심(心)’을 더한 글자였는데, 예서 시대가 되면서 신(囟)이 전(田)으로 바뀌었다. 머리에서 나오는 ‘생각’과, 가슴에서 나오는 ‘의지’가 결합될 때 진정한 사(思)가 된다. 문제는 생각만 하고 의지가 없어도 안 되고, 의지만 있고 생각이 없어도 문제가 된다. 생각은 올바른 방향을 낳고, 의지는 꾸준한 노력을 낳는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만년에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칠십 년이나 걸렸다”라고 고백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라는 말이 맞나 보다.
무더운 여름, 노출의 계절에 남녀 간에 서로 친하다는 이유로 농담을 주고받겠지만 신중하지 못하면 성이 성낼 수도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성폭행을 예방을 위한 단어로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추천한다. 한 호흡 멈추고 상대방의 처지를 생각해 보면 성폭행은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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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권상호
선생님 안녕하세요 ?
전화드린 (주)이삭에프앤비 대표이사 김육용 입니다.
정자 현판 글씨는 다음과 같습니다.
?暳亭
물맑을 린(인)
많은 별이 반짝일 혜
정자, 머무를 정
즉, 맑은 물이 흐르고 하늘의 반짝이는 많은 별들이 머무르는 곳이란 뜻입니다.
살펴 보시고 많은 고침을 부탁드립니다.

크기는 140X40cm 우에서 좌로 쓰시면 좋겠습니다. 낙관과 직인은  3곳에 새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연락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김육용 올림
(주)이삭에프앤비
부산 기장군 일광면 횡계길 7
T.051-723-2293~4
F.051-938-0329
www.isfoods.com

isfoods@isfoods.com
권상호
호암 이병철 서예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277&aid=0002315643
'성공의 운은 우둔하면서도 끈기 있게 기다리는 사람에게 온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호암 이병철 회장(1910~1987)이 1984년에 손수 쓴 휘호 '운둔근(運鈍根)'이다.

살아 생전 호암의 경영철학이 그대로 배어 있다. 특히 휘호 '운둔근'은 지난 2004년 인기리에 방영된 MBC 특별기획 드라마 '영웅시대'에서 공개돼 더욱 화제가 됐다.

오는 12일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경영철학과 기업가정신을 느낄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신세계갤러리는 호암 이병철 회장이 직접 쓴 서예작품 31점과 유품 등을 모은 '묵향(墨香)에 담긴 호암의 정신'전을 준비했다.

호암은 평소 집무실에 늘 지필묵을 갖춰 놓고 하루의 일과를 서예 작업으로 시작할 만큼 서예를 즐겼다고 한다.

특히 쉽고 매끄러운 문장, 아름답고 선명한 글을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즐겨 쓴 정갈한 붓글씨는 꾸밈이 없으면서도 고졸한 맛을 풍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자서전에서 "무심히 그은 일 획, 일 점의 운필(運筆)이 마음에 들 때의 희열이란 이루 형언할 수 없다"고 했다.

호암은 주로 논어와 같은 경서나 고사에서 따온 글귀를 많이 썼으며 경영철학과 생활신조를 짧은 경구로 만들어 서예작업의 소재로 삼았다. 도전과 개척의 삶을 살아내는데 바탕이 됐던 생활신조와 좌우명도 자주 쓰곤 했다.

전시장 한 켠에 걸려있는 '인재제일(人材第一)'이라는 문구에서는 '사업=사람경영'을 강조했던 호암의 경영철학이 오롯이 묻어난다. 이는 오늘날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피어난 삼성의 인사 원칙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호암은 임직원들에게 '기업경영의 근본이 사람이므로 인재를 제일로 삼아라'라고 항상 당부했다"고 말했다.


 
1980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집무실에서 서예를 연습중인 호암 이병철 회장의 생전 모습. 오른 쪽은 이건희 전 회장(당시 부회장).

 '세기적 기업인'으로서의 호암의 족적은 '고객제일(顧客第一)'이라는 글귀에서 새삼스레 크게 다가온다.

기업경영을 통해 널리 사람들에게 베푼다는 뜻의 '기업제민(企業濟民)', 수출증대를 통해 나라에 기여해야 한다는 '수증보국(輸增報國)'도 호암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글이다.

'경청(傾聽, 남의 충고를 귀담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겸허(謙虛, 겸손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라)' 등 생활철학을 담은 서예작품들도 나왔다.

박건현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호암의 서예 사랑은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라 대부분이 그의 생애를 일관해 온 가치를 담은 글귀들이자 회사를 일으켜 세우고 키운 경영철학과 방침이었다"며 "가족과 후배들에게는 애정을 담은 교훈이었다"고 전했다.
권상호
2010년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의 서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호암 탄생 100주년을 맞아 2일부터 8일까지 호암의 서예작품과 유품,사진 등을 모은 '묵향(墨香)에 담긴 호암의 정신'전이 광주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다. 삼성 그룹의 창업회장인 故 이병철 회장은 생전 집무실에 지필묵을 갖춰놓고 글씨를 썼으며 서예가로부터 꾸준히 지도를 받기도 했다. 호암은 주로 논어 같은 경서나 고사에서 따온 글귀, 또는 본인의 경영철학이나 생활신조를 표현한 경구 등을 서예로 남겼다. 이번 전시회에는 1972년작 고객제일(顧客第一)을 비롯해 '무한탐구(無限探求)''기업제민(企業濟民)' 등 호암의 경영철학과 인재론, 생활철학을 표현한 서예 작품 31점과 붓, 벼루, 메모지와 만년필 등의 유품이 전시됐다. 에서도 계속된다.
권상호
http://news.joins.com/article/19361860

고 박정희 전 대통령 골프채, 삼성그룹 창업자 호암 이병철회장이 자필로 적은 프로필과 사진이 경매에 나왔다.
고미술전문 미술품경매사 아이옥션이 12일 여는 1월 장터경매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오더 메이드 골프채는 시작가 450만원, 고 이병철 회장의 프로필과 사진은 40만원에 경매에 오른다.
커피색으로 변한 갱지에 이 회장이 쓴 프로필은 흥미롭다. 56세에 썼다고 적혀있는 '나의 몸'은 신장 164cm, 체중 55kg로 그 옆에는 조금 작은 글씨로 '단 70세때에는 50kg'이라고 써있다. 이 회장은 1987년 77세로 별세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편지도 200만원에 출품됐다. 대한민국 공군 창설 주도자 장지량 전 참모총장에게 보낸 단문 편지다.
지난해 서거한 거산 김영삼 대통령의 휘호 ‘극세척도’도 나왔다. 시작가는 180만원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 길을 개척한다는 의미로 우리 앞에 놓여진 어려운 일들을 잘 헤쳐 나가라'는 뜻이다.
대통령의 휘호라도 작품성에 따라 가격은 천지차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조선일보에 써준 휘호는 시작가 4500만원에 나왔다.
‘풍우표령지제 위국언론창달’ (비바람 휘몰아치듯 혼란한 시대, 국가를 위하는 언론을 창달하자)라는 글로 "부드러우면서도 대범하고 굳세 '뼈가 단단한 글씨'"라는 평이다. 서예전문가들은 "이 전대통령은 13세부터 서예를 익혀 현대 지도자는 물론 왕조시대 왕까지 포함해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번 경매 최고봉은 서예가 한석봉의 서적이다.한 석봉의 나이 62세, 별세하기 1년 전 작품이다.

1605년에 사망한 한석봉의 해서체에서 초서체까지 실린 책으로 누렇다못해 가죽껍질처럼 변한 서첩은 추정가가 8000만원으로 매겨졌다.서첩 책자 마지막 장에는 '萬曆 三十二年 甲辰 中夏 五院 爲 曺弼善 學士' 만력 32년(160년) 여름 하순에 조필선 학사에 이 글을 써 줌이라고 명시되어 있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