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망년회 술 시조

이 술이 무슨 술인고 청주와 탁주로다.

다 마시고 취할진데 청탁을 관계하랴?

좋은 벗 함께한 자리니 아니 깬들 어떠리.(신흠 페러디)

 

자네 지금 술 마시거든 부디 날 부르게나.

내 곁에 꽃자리 있으면 나도 자네 청하옴세.

평생에 시름없을 일 의논코자 하노라.(김육 페러디)

 

꽃 피면 달 생각하고 달 밝으면 술 생각하고

꽃 피자 달 밝자 술 얻으면 벗 생각하네.

언제면 꽃 아래 벗 데리고 완월장취(玩月長醉) 하려뇨.(이정보)

 

대추 볼 붉은 골에 밤은 어이 떨어지며

벼 벤 그루터기에 게는 어이 다니는고.

술 익자 체 장수 돌아가니 아니 먹고 어이리(황희)

 

짚 방석 내지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마라 어제 진 달 돋아온다.

아희야 박주산채(薄酒山采)일망정 없다말고 내여라.(한호)

 

잔 들고 혼자 안자 먼 뫼흘 바라보니

그리던 님이 오다 반가움이 이리하랴.

말슴도 우움도 아녀도 못내 됴하 하노라.(윤선도)

 

청초 우거진 골에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웠는다?

홍안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는다?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 하노라.(임제)

 

재너머 성권롱 집의 술닉닷 말 어제 듯고

누은 쇼 발로 박차 언치 노하 지즐타고.

아해야 네 권롱 겨시냐 뎡좌수(鄭座首) 왓다 하여라.(정철)

 

술을 취케 먹고 두렷이 앉았으니

억만 시름이 가노라 하직한다.

아이야 잔 가득 부어라 시름 전송하리라. (영의정5차 정태화)

 

벼슬을 저마다 하면 농부 할 이 뉘 있으며

의원이 병 고치면 북망산이 저러하랴.

아이야 잔 가득 부어라 내 뜻대로 하리라.(조선후기 시서화가 김창업)

한 잔() 먹새그려 또 한잔 먹새그려.

 

술깨어 일어앉아 거문고를 희롱하니

창밖에 섰는 학이 즐겨서 넘노는다.

아해야 남은 술 부어라 흥이 다시 오도다.(숙종 때 김성최)

 

곶 것거 산() 노코 무진무진(無盡無盡) 먹새그려.

이 몸 주근 후면 지게 우희 거적 더퍼 주리혀 매여 가나

유소보장(流蘇寶帳)의 만인(萬人)이 우러네나,

어욱새 속새 덥가나무 백양(白楊) 수페 가기곳 가면,

누른 해, 흰 달, 굴근 눈, 쇼쇼리 바람 불 제,

뉘 한잔 먹쟈할고.

하믈며 무덤 우희 잔나비 휘파람 불제, 뉘우친달 엇더리. 장진주사(將進酒辭)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을 꺾어 술잔 수를 꽃잎으로 셈하면서 한없이 먹세 그려.

이 몸이 죽은 뒤면 지게 위에 거적을 덮어 꽁꽁 졸라매 가지고 (무덤으로) 메고 가거나,

아름답게 꾸민 상여를 많은 사람들이 울며 따라가거나,

억새, 속새, 떡갈나무, 은백양이 우거진 숲을 가기만 하면

누런 해, 밝은 달, 가랑비, 함박눈, 회오리바람이 불적에

그 누가 한 잔 먹자고 하리요?

하물며 무덤 위에서 원숭이가 휘파람을 불며 뛰놀 적에는 (아무리 지난날을) 뉘우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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