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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매법상大梅法常의 게偈
摧殘枯木依寒林(최잔고목의한림)
幾度逢春不變心(기도봉춘불변심)
樵客遇之猶不顧(초객우지유불고)
郢人那得苦推尋(영인나득고추심)
부러져 꺾인 나뭇가지 찬 숲에 의지하니
봄이 와도 요 모양 요 꼴
나무꾼도 그대로 내버려두는데
목수가 가져간들 무엇에 쓰겠는가?
이 게송은 7언절구로 운자韻字는 ‘림林’, ‘심心’, ‘심尋’이다. 내용 자체는 ‘최잔고목摧殘枯木’에 대한 해설이다. 최잔고목이 한림寒林에 의지하고 있다고 했는데, 최잔고목은 도대체 어떠한 나무이고 한림은 어떤 환경일까?
최摧는 ‘꺾다’, ‘부러지다’의 뜻이고, 잔殘은 ‘허물어지다’, ‘남다’의 뜻이다. ‘고목古木’은 오래되었지만 목숨이 붙어있는 나무이고, ‘고목枯木’은 아예 말라죽은 나무이다. 고목을 물건으로 치면 폐물이라 할 수 있다. 고물古物은 고물상에라도 넘길 수 있지만, 폐물廢物은 버리는 데에도 돈이 드는 물건이다. 따라서 최잔고목摧殘枯木이란 꺾이고 허물어져 목수는 말할 것도 없고, 나무꾼의 손길조차 닳지 않는 나무라 하겠다.
소설小雪 지나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한림寒林의 계절이 되었다. 한림은 낙엽 진 뒤의 황량한 겨울 숲이지만, 무덤이 있는 을씨년스런 숲을 가리키기도 한다. 한림은 수목이 살기에 매우 척박한 환경이다.
그런데 이 시가 마조도일의 제자인 대매법상大梅法常의 게송이고 보면, 최잔고목은 입적한 스님이라기보다 지극히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모든 번뇌 망상에서 벗어나 영원한 진리를 깨닫고자 수도修道하는 탁발승托鉢僧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탁발승은 행운유수行雲流水처럼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운수납자雲水衲子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한림에 의지한 최잔고목’은 ‘지극히 청빈淸貧한 삶 속에서 화두의 끝을 놓지 않고 수도하는 운수납자’의 모습의 비유라 하겠다.
새봄이 오면 최잔고목에서 과연 열반涅槃의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분명한 진리는 겨울이 혹독할수록 봄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수월 권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