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대사達磨大師 게송偈頌
외식제연外息諸緣 밖으로는 모든 인연을 끊고
내심무천內心無喘 안으로는 마음에 헐떡거림 없어라.
심여장벽心如墻壁 마음이 담장의 벽과 같으니
가이입도可以入道 도의 경지에 들어갈 수 있으리로다.
인연因緣이란 말의 ‘인因’은 원인을 도와 어떤 결과가 생기게 하는 근본적인 조건이나 동기로서 ‘직접적인 원인’을 뜻하고, ‘연緣’은 그 결과가 생기게 하는 조건으로서의 ‘간접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문자학적으로 보면, ‘인因’은 한 성인成人이 깔개를 차지하고 드러누워 있는 모양인데, 이 사실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여 그의 곁에 한 여인이 다가오면 ‘혼인 인姻’의 결과를 낳는다. ‘연緣’ 자 안의 ‘단彖’ 자는 주둥이가 긴 멧돼지 모양인데 주역에서는 ‘판단한 단彖’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연緣’이란 멋대로 얽혀있는 멧돼지 발자국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을 뜻한다. ‘서가래 연椽’이나 ‘전자 전篆’도 서로 얽혀 있다는 점에서는 ‘인연 연緣’ 자와 뜻이 통한다.
비유하자면 근본적인 조건으로서의 씨앗은 인(因)이고, 그 씨앗이 싹트고 자라나 꽃을 피우고 다시 열매 맺게 해 주는 다양한 조건인 빛·물·흙 따위는 연(緣)이라 할 수 있다.
살다 보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런저런 일로 어쩔 수 없이 얽혀 맺어지는 인연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를 ‘반연絆緣’이라 한다. ‘얽어맬 반絆’ 자를 보면 인연은 한쪽의 작용으로 맺어지는 게 아니라 서로가 반반의 원인 제공으로 이뤄진다.
1행의 ‘식息’ 자는 생존의 최소 조건인 ‘숨쉬기[自]’와 ‘심장박동[心]’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쉬다’, ‘끊다’ 등의 뜻으로 파생된다. 2행의 ‘천喘’ 자는 천식喘息이라 할 때 쓰는 글자로 숨이 차서 헐떡이는 모양이다. ‘단耑’ 자는 새싹과 뿌리가 막 자라기 시작하는 모습으로 원기가 왕성하게 오르내린다는 뜻이다.
달마대사의 깨달음 시에 의하면 도道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선택보다 단절이 우선이다.
丙申年 붉은 원숭이해에는 육식六識을 낳는 六根육근은 푹 쉬게 하고, 심성心性을 더럽히는 육진六塵과는 이별을 해야겠다. 오직 나 자신과 약속할 것은 ‘육근청정六根淸淨’뿐이렷다.
수월 권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