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光樓(구광루) 柱聯(주련)
六根但守三空戒 (육근단수삼공계) 육근으로 다만 삼공의 계를 지켰을 뿐인데
雙眼曾得七祖燈 (쌍안증득칠조등) 두 눈은 이미 칠조의 등불을 얻었다네.
寶刹樓臺八面通 (보찰루대팔면통) 보배로운 사찰 누대는 여덟 방향으로 통하고
珠林雲樹千山合 (주림운수천산합) 아름다운 숲을 이룬 많은 나무는 천산에 모였네.
淸景常開松嶺月 (청경상개송령월) 맑은 경치 늘 펼쳐지고 고갯마루 솔엔 달이 뜨며
香泉時擊石門風 (향천시격석문풍) 향기로운 샘은 이따금 솟고 석문엔 바람이 인다.
玉毫不着世間塵 (옥호불착세간진) 부처님의 옥호에는 세상 먼지 묻지 않고
日晃金輪湧佛光 (일황금륜용불광) 해 같이 밝은 금륜엔 불광이 용솟음친다.
구광루(九光樓)는 해인사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구광루라는 이름은 화엄경(華嚴經)에서 따온 말인데, 화엄경에서는 부처님께서 아홉 곳에서 설법하시면서 그때마다 설법하시기 전에 백호에서 광명을 놓으셨다는 이야기가 있다.
1, 2구는 집착을 끊고 고승(高僧)의 지혜를 얻는 기쁨을 3, 4구는 사찰과 주변 경관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5, 6구는 우주와 자연의 오묘한 움직임을, 7, 8구에서는 깨달음의 순간에서 솟구치는 감동을 노래하고 있다.
육근(六根)이란 육식(六識)을 낳는 여섯 가지 근원(根源)으로 곧,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 의(意)를 가리킨다. 육식을 육감(六感)이라고도 한다. 육근의 집착을 모조리 끊고 무애(無礙)의 묘용(妙用)을 발하여 깨끗해지는 것을 육근청정(六根淸淨)이라고 한다.
삼공계(三空戒)는 인공(人空), 법공(法空), 구공(俱空) 등 3가지 공(空)의 관한 계율을 말한다. 인공(人空)은 아공(我空)이라고도 하는데 인간은 오온(五蘊)의 일시적인 화합에 지나지 않으므로 거기에 불변하는 자아(自我)라는 실체가 없음을 뜻한다. 법공(法空)이란 우주 만유의 법은 인연의 일시적인 화합에 지나지 않으므로 거기에 불변하는 실체가 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그리고 구공(俱空)은 유(有)와 무(無)가 모두 텅 비었다는 뜻이다.
칠조(七祖)는 화엄칠조(華嚴七祖)를 말하니, 마명보살, 용수보살, 중국의 두순, 운화존자 지엄, 현수대사 법장, 청량대사 증관, 규봉대사 종밀 등이다.
옥호(玉毫)는 32상(相)의 하나로, 부처님의 두 눈썹 사이에 있는 희고 빛나는 가는 터럭을 말한다. 백호상(白毫相)이라고도 한다.
일황(日晃)은 해와 같이 밝음을 뜻한다.
금륜(金輪)은 쉽게 말해 세계를 받들고 있다는 삼륜(三輪) 가운데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수미산 둘레에 있는 구산팔해(九山八海)와 사주(四洲) 밑에는 그것들을 떠받치고 있는 거대한 세 원통형의 층(層)이 있는데, 위층을 금륜(金輪), 중간층을 수륜(水輪), 아래층을 풍륜(風輪)이라 한다. <끝>
수월 권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