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먹탱이의 예서야 놀자 9
-필(feel)이 필(筆)을 필(必)히 움직인다-
권상호 (고려대학교 최고위과정 담임교수)
지난 주말에는 원주 한지테마파크에서 주관하는 ‘대한민국 한지서예·문인화 휘호대회’ 심사를 위해 운곡(耘谷) 원천석(元天錫)의 고향이자 한지(韓紙)의 고장인 강원도 원주에 다녀왔다. 한때는 참가 서체로서 육조 해서가 주름을 잡던 때가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놀랍게도 예서체로 참가한 사람이 가장 많았고 대상도 예서에서 나왔다.
순간 내 머리를 스치는 노래가 있다. 7~80년대에 우리나라를 강타한 스페인의 여성 2인조 그룹 Baccara의 노래, ‘Yes Sir I can buggie’라는 노래가 그것이다. 왜냐하면, 내 귀에는 ‘Yes Sir’가 ‘예서’로 들렸기 때문이다.
어떤가요? 이제 예서에 자신이 붙었나요? ‘써야지 써 봐야지’ 하고 꿈만 꾸고 벼르기만 하면 평생 붓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된다. 글씨 공부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그러하다. 꿈은 꿈일 따름이다. 꿈은 휘발성이 강하여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금세 날아가 버린다. 단 한 번일지언정 실천이 중요하다.
고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 걸렸다.’라는 고백의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겸손에서 하신 말씀이겠지만 이를 서예 학습에 적용해 보면 잔꾀(머리)로 쓰지 말고 진정(가슴)으로 쓰라는 얘기로 들린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머리와 심장과의 거리인 40센티를 뛰어 넘어야 한다.
취미가 서예라 하면서도 일주일에 단 한 번도 붓을 잡지 않았다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좀 못 쓰면 어떠랴?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자신 있게 붓 잡아(붙잡아) 보자. ‘쪽팔림은 순간이요 실력은 영원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감은 자신감이라 했다.^^ 그럼 제일 맛없는 감은 당연히 열등감이렷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술은 입술이지만 입술보다 더 매혹적인 술은 예술, 그 중에서도 서예술이다.
서예가들 사이에 주고받는 우스개가 있다. 서예는 세우는 예술이라고. 부드러운 모필을 세우는 데 일 년이 걸렸느니, 삼 년이 걸렸느니 한다. 사람도 서야 걸을 수 있듯이 붓도 세워야 쓸 수 있다. 역입(逆入)할 때 구부러진 붓끝은 절(折)을 넣거나 회봉(回鋒)을 하면서 세운다.
예서의 경우 삐침 획을 도법(挑法)으로 처리할 때도 붓을 벌떡 세워야 필획의 자연스런 맛이 난다. 도1과 도2에서 각각 ‘포(布)’, ‘금(金)’ 자를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서예는 모양을 만들기가 아니라 동작이다. 모든 운동에서 기본 동작이 중요하듯이 서예도 자세와 동작이 중요하다.
그렇다. 붓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우선 설 줄 알아야 하고, 날이 지나고 힘이 붙으면 의식하지 않고서도 벌떡 일어서고 훌쩍 앉을 줄도 알아야 하며, 마지막 단계로는 어디든 <SPAN style="FONT-FAMILY: '바탕','serif'; mso-ascii-fo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