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월간 묵가 6월호 - 유쾌한 먹탱이의 예서야 놀자 6(미완)

유쾌한 먹탱이의 예서야 놀자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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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 권상호(문학박사,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서예문인화 글로벌 최고위과정 담임교수)

 

* 자동차는 운전(運轉)하면서 이동하지만, 서예는 운필(運筆)하면서 글씨를 쓴다. 세상의 차로(車路)는 곧은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굽은길도 거쳐야 한다. 필로(筆路)에서도 차로처럼 반드시 굽은 길도 거쳐야 한다. 굽은 길도 두 가지가 있다. 클로버형 인터체인지처럼 둥글게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마을 골목길처럼 90도 또는 그 이상으로 갑자기 꺾어 돌기도 한다. 서예에서는 전자를 (구를 전)’이라 하고, 후자를 (꺾을 절)이라 한다. 곧 점진적 곡선 방향 이동은 전()이고, 급격한 직선 방향 이동은 절()인 셈이다.

전서(篆書)는 절 없이 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데 비하여, 예서(隸書)는 전서의 여러 곳에서 전이 절()로 바뀌었다. 오늘은 바로 이 절()에 대하여 공부하고자 한다.

가로획과 세로획이 만날 때는 항상 긴장하게 된다.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지 고민되기 때문이다. 두 획 중에 어느 한 획을 양보시키면서 써야하기 때문이다. 가볍게 악수하게 하든가, 아니면 아예 튼실한 포옹으로 만나게 할 수 있다. 가로획과 세로획이 서로 잘난 체하며 힘겨루기를 하다가는 망가지기 일쑤이다. 따라서 절() 획은 하듯 양보하며 써야 한다.

인간사도 여러 면에서 서예와 마찬가지이다. 먼 이웃과는 싸울 일이 없다. 가까이 있는 이웃과는 이런저런 일로 부딪히게 마련이니까 서로 미워하고 다투는 일이 많다. 이웃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서예를 통하여 선린외교(善隣外交)를 배워야 한다. 가깝기에 조건 없이 더 친해져야 하는 것이 서예의 미덕이다.

 

 

세월은 흘러가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멈춰선 세월도 있다. ‘세월호가 바로 그것이다. 배만 가라앉았으면 세월호 침몰일 텐데, 3백여 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있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라 일컬어진다. 오늘로 꼭 한 달이 되었는데, 그 동안 온 국민이 허탈을 넘어 멘붕 상태에 빠져들었다. 어찌할거나 어찌할거나... 모든 게 잘못 되었다는데...

올해는 비극의 연금술사 셰익스피어가 탄생한 지 4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물론 셰익스피어는 희극과 희비극도 많이 썼지만 비극으로 더 이름이 나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리어왕, 맥베스, 오셀로외에 세월호란 작품이 하나 더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리고 또한 금년은 1894년 갑오경장(甲午更張) 2주갑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조선 고종 31(1894) 갑오년에 개화당 정권이 정치 제도를 근대적으로 개혁한 일로 지금은 갑오개혁(甲午改革)이라 고쳐 부르고 있다. 여기서 관심을 끄는 말은 경장(更張)’이라는 단어이다.

이런 시국에 딱 어울리는 고사성어로 한서(漢書)동중서전(董仲舒傳)에서 유래하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이란 말이 있다.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맨다라는 뜻으로, 느슨해진 것을 긴장(緊張)하도록 다시 고치거나, 나아가 사회적 정치적으로 과거의 잘못된 제도를 바꾸어 크게 개혁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 말은 한()나라 경제(景帝) 때의 박사(博士)인 동중서(董仲舒)가 뒤이어 즉위한 무제(武帝)에게 올린 글에서 유래하며, 인재(人材)를 등용할 때 넓고도 신중할 것을 바라는 내용이다. 실제도 한 무제는 고조선에 한사군(漢四郡)을 설치하는 등 우리로서는 기분 나쁜 황제이지만 한나라 입장에서 보면 가장 강성한 국가를 건설한 황제였다.

해현경장(解弦更張)의 해() 자는 (소 우)(뿔 각)(칼 도)의 합자(合字)로서 소의 살과 뼈를 따로 바르다에서 물건을 가르다’, ‘물건(物件)을 풀어 헤치다의 뜻으로 바뀌었다.

() 자는 본디 활시위의 뜻이었으나, 활시위를 타는 데에서 악기가 비롯하여 악기 줄[]’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의 긴 가로획을 맞이하기 위하여 의 두 번째 획이 미리 양보하는 형국으로 썼다.

()의 본자는 고칠 경()’으로 새롭게 돋아나도록[] 회초리로 치는[] 데에서 다시 바꾸다’, ‘악기의 현을 조율하거나 바꾸다라는 뜻이 되었다. 마지막 획을 길고 씀으로써 경장(更張)의 준엄함을 나타내고자 했다.

() 자는 []을 길게[] 늘이다에서 활에 화살을 대어 쏘는 일을 뜻하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의식과 제도의 개혁이 있기를 기도한다. 바탕은 진실(眞實)해야 한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양심(良心)이 부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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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권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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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호
서예는 특별한 게 아니다.
그냥 일상이다.

필획은 동작 이상일 수 없듯이
작품은 사람 이상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