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두어 번 뵌 적은 있지만 오늘은 은천 김민홍 시인께서 만든 자리에 독대하다시피 한 귀한 자리였다.
36년생이시니까 일흔 다섯에 접어드신다. 백발 무늬만이 춘추를 짐작케 할 뿐 생각이나 말씀은 청춘 병장 소주를 반주로 드시다 말고 여덟번째 시집 <바보야 바보야>를 털썩 내놓으셨다. 사인을 해 주시는데.. 주머니 속 사인펜은 주인을 닮아 이미 닳고 빛바랬다. 소주를 찍어 겨우 그어 보는데 찬 하늘에 비행기 꼬리 사리지듯. 손가락으로 낙관을 하는데 반찬으로 내놓은 김치국물이 인주를 대신했다. ----- 넓은 들판에 예쁜 꽃이 겨울 눈 속에 피었습니다. 권상호 사백께 이창년 드림 경인년 원단 -----
손자, 손녀와 더불어 즐기신 시화판에 나도 끼어들어 오후 내내 다 읽었다. -----
금년에는 유난히도 시인과 인연이 많다. 초하룻날에 양평에 은거하시는 <시인정신> 주간 양재일님을 뵌 것을 시작으로 엊그제는 김용오 시인과의 주역과 선문답을 아우른 깊은 대화를 그리고 어제는 이창년, 김민홍 시인과 소탈하고도 멋진 자리를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