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많을 때
다 버리고 쉬고 싶은 거 있지.
나는 그 길을 택했다.
토요일 낮에
한 주일의 정리를 열심히 하던 차에
가문의 영광, 현담 권순창의 중환자실 소식...
숨 가쁘게 달려와 이제 쉴 만한 인생의 가을길인데 혈압으로 삐걱하다니.
어디론가 떠나고픈 마음
숨 가쁘게 흘러와 이제 쉴 만한 한강의 두물머리 길을 택했다.
그곳엔 현담처럼 휘파람 소리도 고운 인정 많은 화가 수암 박경호
물고기보다 물고기 그림자를 더 잘 그리는 가힐 김영한 화백께서 살고 계신다.
지난 주 한강살가지문화제에서도 뵀던 분들.
30km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한 필 하지 않을 수 없지.
地位淸高道自腴(지위청고도자유) 지위 맑고 높으며 도심 절로 깊으신데
超然物外夢仙區(초연물외몽선구) 속세 훌쩍 뛰어 넘으시어 신선 세계 꿈꾸셨구료.
烟霞洞密花開落(연하동밀화개락) 골짜기엔 안개 자욱 꽃은 피고 지는데
竹樹林深路有無(죽수림심로유무) 대나무 숲 우거진 길, 있는 듯 없는 듯
漫說丹砂能換骨(만설단사능환골) 단사로 환골탈태 헛일인 줄 알면서도
何須白日强懸壼(하수백일강현곤) 대낮에 어찌하여 허튼 수작 기하셨수.
披圖爲想神遊適(피도위상신유적) 그림 펼쳐놓고 신선놀음 상상함에
愧我心塵跡更蕪(괴아심진적경무) 마음의 때 지난 자취 부끄러울 뿐인 걸.
소천 선생님 사모님의 지극한 접대
경기민요 하시는 이효자?, 화가 황해선님도 살고 있는 남양주.
은평구 양반 화가 효정 이상관님.
결국
소천 사랑방의 초대를 받아
매운탕에 막걸리...
거나하게 들이킨 끝은 1박 2일로 이어진다.
새벽 5시까지 말로서 세상을 여러 번 뒤엎고
8시까지 세 시간 취침
양평 선지 해장국 한 그릇 넘기고
오남 호수 옆에서 사우나를 했다.
이어진 관음봉 산책
見聖庵이 지키고 있었다.
절에 비해 유난히 큰 일주문
국당 조성주 선생의 현판이 걸려 있었다.
뜰 앞에 많은 국화가 메운 향기를 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