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노원신문 인터뷰

2010 노원신문 새 연재
도정 권상호의 ‘필 받자!’
문자 속에서 찾아내는 동양철학

그동안 연재해 온 김상순의 ‘생활의 발견’이 개발시대인 1960~70년대 한국인의 도시애환의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관심 속에 단행본으로 출판되었습니다.

노원신문은 경인년 새해부터 서예가 도정 권상호의 ‘필받자’를 연재합니다. 말과 문자, 특히 우리 문화의 70%를 차지하면서도 우리에게 멀어지는 한자를 통해서 글자 속에 담긴 조상의 삶과 해학, 동양철학의 진수까지를 느껴보는 기획입니다.

도정선생의 파자해(破字解)에 따르면 우리가 원하는 행복(幸福)의 행(幸)이란 ‘辛+一’로 분석하여 매운(辛) 고초를 겪고 나야 행(幸)에 이를 수 있는 것이고, 복(福)이란 ‘示+畐’으로 분석하여 시(示)는 하늘이 내리는 복이고 복(畐)은 인간의 노력으로 얻는 부(富)이므로, 복이란 하늘이 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개인의 노력만으로도 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 두 가지가 합쳐져야 진정한 복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풀이하여 쉽고도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도정선생이 직접 붓(筆)으로 설명하는 글자(字)들을 쓰면서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도정선생은 “우리말 조어의 70%가 한자조어법으로 만들어 진 것이지만 신세대들은 영어에 젖어있어 한자에 두드러기를 느낄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 우리 선조들의 삶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와의 단절을 가져오고 나아가 미래를 위한 튼실한 생각의 뿌리가 잘려지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아쉬워하면서 “문자를 통해서 선조들의 지혜와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음은 물론 동양의 역사와 철학까지 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말과 한자의 어원을 찾는 책들이 시중에도 많지만 글자 본래의 의미에서 벗어나 교육적 목적을 명분으로 즉흥적인, 자극적인 접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도정선생은 “공부도 하고, 글자의 맛도 느끼고, 예술적 흥취도 느낄 수 있도록 그동안 연구하고 공부한 것을 정리하면서 연재하겠다.”고 연재의 포부를 밝혔다.

도정선생은 “이젠 사투리도 다 없어졌다. 사투리 속에 담겨있던 혼도 다 없어졌는데 이제 살리겠다고 한다. 판타지문학으로 공전의 히트를 친 ‘반지의 제왕’도 알고 보면 유럽북구의 신화를 바탕으로 만든 상상력의 산물이다. 과거에서 미래의 문화를 만들어낸 셈이다. 한자는 남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역사를 담은 글자이다. 미래는 영어라고 하는데, 10년, 100년 뒤를 모른다. 세계의 중심이 금세기에는 한자 문화권인 동북아 중심으로 바뀔 것이다. 한자는 더 이상 과거의 문자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문자이다. 골치 아픈 어려운 문자로 생각하는데 기본만 충실하면 나머지는 이해하면 되고, 두뇌개발과 창의력 증진의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몰라도 되는 글자가 아니라 알면 돈이 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자신에 스스로 놀라게 된다.”고 강조한다.

권상호 선생은 경북 예천 출생으로 안동권문의 유학적 전통에 따라 초등학교 때부터 서당에서 한자공부를 했다. 그가 태어난 수동 마을에는 서당이 두 개나 있을 정도였다. 68년 한글전용정책이 시작되자 힘을 잃은 서당의 성촌훈장이 돌아가시는 아픔도 있었지만 고교시절 이재녕 교감선생님을 만나 다시 한문공부를 계속했다. 경북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입학해서도 대구향교에 나가 사서삼경을 배웠다. 대학 내에 서예동아리 ‘경묵회’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한문에 서예의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도 교학상장(敎學相長)을 실천해 오고 있는데, 그 예로 나이 들어서도 성백효 선생, 오초 황안웅 선생, 보문 송찬우 선생, 소천 박영호 선생 등으로부터 배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신일고등학교와 석박사 과정의 공부를 한 경희대 및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예과에서 한문 강의를 해 오고 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초대작가로서 대전을 2회나 심사한 바 있고, 한국서예학회 이사, 한국예술문화원 부이사장, 삼청시사 이사, 국보문인협회 자문위원, 노원구문화재자문위원, 노원문화발전위원 등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도정선생은 특히 시간, 공간, 인간이 삼간(三間)으로 하나되는 서예 퍼포먼스 ‘라이브서예’로 일가를 이루고 있다. 작년과 금년 1월 1일자 중요 일간지 10여 개에 그의 신년휘호가 소개될 정도이다. 라이브 서예가로서 이명박 대통령 취임축하 휘호, 미국, 캐나다, 중국, KBS, EBS, 종로, 보신각, 숭례문, 청계천, 대학로, 해인사 등지와 카페나 각종 행사장 등에서 100여 회 라이브 서예 공연, 노원과 관련해서는 노원구청과 노원구의회 현판, 천상병 시인 기념공원 '귀천정' 및 매월당 김시습 정자 '매월정' 등이 있고 이 외에도 많은 제액, 책 신문 등의 제호, 현판, 상품 로고, 신문 칼럼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개인전 4회 및 그룹전 220여 회를 기록하고 있다.

라이브 서예란 음악, 무용 등과 함께하는 현장 서예로서, 본인이 용어를 만들고 2002 한일월드컵 때 남산 한옥마을에서 첫선을 보였으며, 현재 일반화 되어 전세계 예술계에 소개되고 있다. 대중과 함께 하는 현장 붓글씨를 시연함으로써 서예가와 관중이 함께 즐기는 라이브 서예에 대해 “삶 자체가 1회성이듯, 글씨도 일회성이다. 서예는 인생과 닮아있다. 내가 살아가며 행동하는 것이 다 라이브고, 우리 만나는 세상은 무대이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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