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의 8강 꿈은 차갑게 사라지고
피파컵은 스페인에게 돌아갔다.
펠레의 저주, 아르헨티나의 저주, 점치는 문어...
마법의 공 자블라니, 부부젤라의 소음, 스타없는 월드컵...
많은 기록과 얘깃거리를 뒤로 한 채
오늘 새벽 3시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건 그렇고
친구들마져 부끄러워하는 아반테 1호를 타고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거의 습관적으로 신일에 와서 하루를 시작한다.
우선 일에 집중이 잘 되고
함께 식사하고, 뒷산 산책도 하고, 샤워도 할 수 있어 좋다.
무엇보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이
늘 옆에 있어서 좋다.
오후 3시면 어김없이 빵 하나가 주어지고
그러면 단추만 누르면 나오는 커피 한잔을 뺀다.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3대이다.
집 서재 심사굴, 서예실인 부휴실, 그리고 학교의 지호락방에 있다.
어딜 가든
나만의 절대적인 자리는 한 평 밖에 되지 않지만
거기에는
음악이 있고
다기가 있고
그리고 붓이 있다.
손을 뻗으면
책도 손에 들어오고.
삼각산 능선이 붉게 타오르면
서실로 향한다.
그리고 열두 시 어름에야
집으로 출근한다.
그러고 보니 교단 생활 33년째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