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필묵의 서정전(박혁남)'을 다녀오며

갈등이 많은 주말이었다.
이럴 때는 손바닥에 침을 뱉고
‘탁’ 쳐서 침이 튀기는 쪽을 선택하면 쉬운 일인데.
젊잖은 체면에 그럴 수는 없고.
제자들의 졸업작품전 축하의 글쓰기 및 졸업 논문 체크,
동문회 편지 주소 작성 및 부치기,
노원서예협회전 기사 쓰기,
한국서예비평학회 논문발표도 듣고 싶고,
이 자리에는 오랜만의 친구들도 만날 수 있을 법하다.
대구예술대 백영일, 계명대 김광욱, 경기대 임종현, 경원대 전상모 교수 등도 만날 수 있겠고...
특히 딸내미가 다니는 계명대학교 김광욱 교수와는 적조했다.
하지만 동료 박혁남 교수전을 어찌 빼 놓으랴.
일찌감치 인천을 향했다.
도착까지 집에서 3시간의 혼잣길 -
이 정도면 도라도 깨칠 수 있는 충분한 사유의 시간이다.
내가 쏠로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아무 면식 없이 ‘나’ 안의 또 다른 많은 ‘나’와 떠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인터넷으로 충분히 사전 답사를 했다.
송내역에서 내려 8번버스 타고 시립체육공원 하차
구월로와 호구포길이 만나는 모래마을 사거리 지나
모래내시장 입구를 찾으면 만사 오우케이 -빛-이 나타난다.
앞으로는 효성상아아파트, 신세계아파트, 옆으로는 롯데케슬골드,
좀더 내려가면 복개좌로가 나오고,
그곳에 주차가 가능했던가?
돌아오는 길도, 그 누구도 없이 세 시간을 즐기며 돌아오니 밤 열두 시가 넘었다.
‘공산주의에 이어 자본주의도 무너지는가?’
‘정신적 원시시대가 도래하는가?’
‘서예는 왜 존재하는가?’
‘미추흘의 <미>도 물인가?’
‘인천이 대구보다 인구 많고, 서울보다도 넓다지?’
‘나만 남기고 다들 떠난 걸 보니, 내가 의식 없이 앉아 있었나?’
‘혼자 다니고, 혼자 놀고 하다가 보니 그렇지 뭘-’
‘아냐, 순간 분위기에 푹 빠져 헤엄치다가 보면- 그려-’
- 돌아오는 길에 문자 메시지도 정리하고, 그리운 사람에게 메일도 보내봤다.
의정부행 1호선 지하철 내에도 우울한 얼굴들만 가득했다.
드르렁 거리며 잠자는 친구, 참 팔자 좋다.
나도 따라서 눈을 감는다. 한 시간은 때웠다.
애정 행각을 벌이는 젊은이 한쌍, 감정에 충실하구먼.
노래방 분위기를 떠올려 본다.
뒤풀이 노래방에서 한곡 불렀는데도 왠지 후련치 않다.
토탈아트 김경배 목판화가님의 목걸이를 만져본다.
01190393076
한국미술협회 인천광역시지회 박영동 부지회장님은 고 동정 박세림선생 집안으로 국문과
출신이다. 지금 다시 대전대 서예과에 다닌다 하셨지?
01693391256
청학중학교 교장 이덕호 선생님,
‘속절’ 건배를 하고 ‘교포’를 배웠다.
당당하고 듬직한 이리 전북기계공고 후배가 떠오른다. 양주 마시러 가자고 했는데.
호를 지어올린 인테리어 디자이너 靑玄 金容寬님, 수원대 제자 松志 金殷慶님.
이 글은 아마도 온새 임동숙님이 제일 먼저 읽어 줄 것 같다.
초등학교 3학년 다니는 아드님의 눈초롱이 정겹다.
오늘의 최대 성과는 아무래도
보고 또 봐도 싫증나지 않는 박교수님의 글씨이다.
교차하는 획 하나 없이 뻘쭘하기 짝이 없는 한글을
조형적으로 성공시킨 훌륭한 전시회다.
손님 많기를 기도한다.
서예를 아끼는 노원구청 감사담당관 김현조님의 개성적인 모습이 갑자기 떠오른다.
녹향원 벽에 걸 ‘금강산도 식후경’(40*150) 글씨 준비를 해야지.
복분자 두 병을 서비스 받았으니...
아냐 새벽 3점 반이니까
일단 잠부터 자고 내일을 생각하자.
잠은 매일 죽는 연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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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권상호
김주성, 이부재, 이연재, 이남아, 김정민, 신동운, 이문희, 차대영님. 다도에 박영자, 김서형님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