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酬酌, 斟酌, 酌定(作定), 參酌

酬酌, 斟酌, 酌定(作定), 參酌

 

스마트폰 문자로 '수작(酬酌)이란' 유익한 글을 받았다. 여기에 문자학적 살을 덧붙여 본다.
    
멀리서 벗이 찾아 왔다. (有朋自遠方來)...
그리웠던 친구였으니 반가울 수밖에. (不亦樂乎)...
이 사람아~ 먼 길을 찾아와주니 정말 고맙네. 술 한잔 받으시게.”
자네는 그간 어떻게 지냈는가?”
이렇게 술잔을 주고받는 것을 수작(酬酌)’이라 한다.
왁자지껄한 고갯마루 주막집 마루에 장정 서넛이 걸터앉아 주안상을 받는다.

 

이 대목에서 왁자지껄의 어원을 살펴본다.

왁자: 정신이 어지러울 만큼 떠드는 모양 -> 왁자하다.

왁자그르르: 여럿이 한데 모여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왁자그르르하다
왈가왈부(曰可曰否), 왈시왈비(曰是曰非): 좋으니 나쁘니 하고 떠들어댐.

왈자(曰者): 화류계 가운데에서 말과 행동이 좀 거친 창기를 이르는 말. 왈패(曰牌).

녹피에 가로 왈자, 녹피왈자(鹿皮曰字): 일정한 주견(主見) 없이 남의 말만 듣고 이랬다저랬다 행동한다.

지껄지껄. 지껄대다. 지껄거리다. 떠지껄이다.

당신의 입은 사복개천(司僕開川)이야.” “사복 물어미냐 지절거리기도 한다.”

사복개천은 거리낌 없이 상말을 마구 하는 사람을 뜻한다. 현재의 서울 교보빌딩 뒤에 복천교가 있던 근처에 조선 시대엔 궁중의 말()을 맡아 보던 관청인 사복시(司僕寺)가 있었다. 이곳의 개천은 말똥 따위로 인해 매우 더러웠음에서 나온 말이다.

 

한 잔씩 나눈 뒤 연지분 냄새를 풍기는 주모에게도 한 잔 권한다.
어이! 주모도 한잔할랑가?”
한 놈이 주모의 엉덩이를 툭 친다.
이때 주모가 허튼수작(酬酌) 말고 술이나 마셔~” 한다.
수작(酬酌)은 잔을 돌리며 술을 권하는 것이니 친해 보자는 것이고,
주모의 말은 친한 척 마라. 너하고 친할 생각은 없다는 뜻이다.
수작(酬酌)은 본래 술잔을 서로 주고받는다는 뜻에서 출발하여
말을 서로 주고받음, 또는 주고받는 그 말  
엉큼한 속셈이나 속 보이는 짓을 얕잡아 이르는 말
등의 뜻으로 발전했다.


(갚을 수)’ 자는 을 뜻하는 술동이 모양의 술 유()’ 자와
섬 마을을 뜻하는 ()’자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수() 자는 섬마을을 오가듯이 주인과 손님이 술잔을 주고받다는 뜻이다.
(술 따를 작)’ 자의 구기 작()’은 술을 뜰 때 사용하는 숟가락 정도의 작은 국자를 가리킨다.
'구기'는 자루가 달린 술 따위를 푸는 용기를 가리키며, ()은 잔()의 의미도 있다.
  
도자기 병에 술이 담기면 그 양을 가늠하기 어렵다.
가요(歌謠)라고 할 때의 노래 요()’나 요령(搖鈴)이라고 할 때의 흔들 요()’ 자에는
공통적으로 술동이나 술병의 술이 안 보이기 때문에 흔들어 봐야 어느 정도 남아있는지 알 수 있다.
그리하여 //라는 발음 안에는 보이지 않는다’ ‘흔들다’ ‘짐작하다등의 의미가 들어 있다.
요령(妖靈)의 아가씨도 그 깊이를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병을 이 정도 기울이면 술이 나올까...' 하며 천천히 술을 따른다.
이것이 짐작(斟酌)이다.
'술 따를 짐()'주저하다’ ‘머뭇거리다는 뜻이 있다.
따라서 짐작(斟酌)'미리 어림잡는 것'이다.
술의 출발은 오디술이다.
오디술은 본래 한자로 '()'이었다.
'()''달 감()' + '비수 비()'였는데, 중간에 실수로 비()가 필()로 바뀌었다.
()는 숟가락 시()의 본자였는데, '변화'의 의미로 바뀌자 새로 () 자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시()'심하다' 뜻으로 쓰이자 다시 만든 글자가 '오디술 심()' 자이다.  
  
무슨 일을 할 때는 우선 속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한다.
이것이 작정(酌定)이다.
일의 사정을 헤아려 결정함의 뜻이다.
작정(酌定)’은 원래 따르는 술의 양을 정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비슷한 말에 작정(作定)도 있다.
이는 일을 어떻게 하기로 결정함을 뜻한다.
무작정(無酌定)’ 술을 따르다 보면 잔이 넘친다.
무성의하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무례한 짓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오랜만에 찾아온 벗이라 해도 원래 술을 많이 못하는 사람이라면,
마구잡이로 술을 권할 수는 없다.
나는 가득 받고, 벗에게는 절반만 따라주거나 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상대방의 주량을 헤아려 술을 알맞게 따라주는 것이 참작(參酌)’이다.
판사가 형사피고인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형량을 정할 때
정상 참작(情狀 參酌)해 작량 감경(酌量 減輕)한다라는
말을 쓰는 것도 술을 따르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라 하니
술 한잔에도 여러 의미가 있음을 알고 난 후 마시면 그 맛이 더 좋을 것 같다.
'작략 감경''정상 참작' 비슷한 말이다.
정상 참작은 법률적으로 특별한 사유가 없더라도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법원이 그 형을 줄이거나 가볍게 하는 것을 뜻한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