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존재의 의미

한자 철학 - ‘存在’의 의미

‘존재 이유’ ‘존재 가치’ ‘신성한 존재’ ‘존재와 불안의 일상 속 동거’ ‘인간의 존재 가치’ ‘방탄소년단의 존재 가치’ ‘빛나는 존재감’ ‘남다른 존재감’ ‘존재감 알리기’ ‘핫한 존재감 뿜뿜’ ‘美친 존재감 발산’ ‘가릴 수 없는 존재감’ ‘가까이할 수 없는 존재’ 등과 같이 우리는 일상에서 ‘存在(존재)’ 또는 ‘존재감’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존재’를 철학 또는 문학의 소재로 다룬 책은 매우 많다. 지금까지 철학에 있어서 존재는 현재의 존재로서만 존재할 수 있다고 보았으나 독일의 실존철학자 하이데거(M. Heidegger, 1889~1976)<시간과 존재>에서 미래가 존재하기 때문에 현재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심리학에서는 ‘욕구 5단계설’로 유명한 미국의 인본주의 심리학자 매슬로(Maslow, 1908~1970)의 저작 <존재의 심리학>이 있고, 문학에서는 체코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1929~ )의 대표적 장편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있다.
존재의 사전적 의미는 ‘현실에 실제로 있음(현존, 실존)’ 또는 ‘그런 대상’을 가리킨다. ‘신의 존재’라고 할 때는 앞의 예가 되고, ‘악명 높은 존재’라고 할 때는 뒤의 예가 된다. 철학에서 ‘존재’란 ‘의식으로부터 독립된 객관적인 물질의 세계(sein)’를 뜻한다. 여기에서 존재는 實在(실재)보다 추상적이고 넓은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문자학적으로 본 存在(존재)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存’과 ‘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눈에 들어오는 공통분모는 바로 ‘才(재주 재)’이다. 여기서 ‘才’란 ‘나무를 다루는 기술’을 뜻했다.
才(재)의 갑골문과 금문을 보면 ‘지표에 돋아나는 싹과 뻗어 내리는 뿌리’를 상형하고 있다. 그런데 가운데 두툼한 점이 늘 의문의 핵으로 남는다. 두툼한 점을 ‘다진 흙이나 구덩이’로 봐도 좋고 ‘씨앗’으로 봐도 좋다. 문제는 지표면을 중심으로 ‘싹은 돋아나고 뿌리는 내리뻗음’에 있다. 여기에서 才(재)자는 단단한 터전(튼튼한 근본)에 자리 잡고 ‘있다’에서 ‘변화(싹과 뿌리의 성장)’을 뜻을 더하게 된다.
‘在(재)’는 才(재)에서 생겨난 글자이다. 才(재)의 의미가 ‘재주’의 의미로 확대되자 ‘있다’의 본뜻을 살리기 위해 ‘흙더미(土)’를 더하여 ‘在(있을 재)’를 만들었다. 발음도 똑같다. 다시 말하자면 돋아나는 싹을 뜻하는 才(재)자에 ‘흙을 북돋워준다’는 의미의 土(토)자를 더하여 在(재)자를 만듦으로써 ‘실존’, ‘있음’의 의미를 살렸다. 여기에서 ‘生存(생존)’ 또는 ‘存在(존재)’의 의미가 탄생한다. 싹이 자람은 ‘생존’해 있음을 뜻하고, 생존해 있음은 ‘존재의 가치’, ‘존재의 의미’가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材(재)도 才(재)에서 생겨난 글자이다. 역시 발음이 같다. 才(재)의 뜻이 才能(재능), 才質(재질)에서처럼 ‘재주’의 의미로 쓰이자 새로 만든 글자가 ‘材(재목 재)’이다. 木材(목재), 素材(소재), 材料(재료)라고 할 때의 材(재)이다. 단순히 재주가 뛰어난 사람을 人才(인재)라 한다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학식이나 능력을 갖춘 사람은 人材(인재)이다.
싹이 자라나 옮겨 심을 정도가 됨을 뜻하는 글자는 栽(심을 재)이다. 이 역시 발음이 같다. ‘苗木(묘목)’의 뜻에서 ‘나무뿌리에 흙을 북돋아 栽培(재배)하다’의 뜻으로 발전한다.
식물을 재배하되 그 노력이 일회로 끝나서는 곤란하다. 여기에서 나온 글자가 再(두 번 재)이다. 再次(재차) 再確認(재확인)하고 再檢討(재검토), 再考(재고)하며 길러야 한다.
이렇게 하여 잘 자란 재목이나 알곡은 실어 날라야 집을 짓고 먹을 수 있게 된다. 이 모양을 나타낸 글자는 載(실을 재)이다.
재물에도 싹이 난다. 재물도 재배해야 늘어난다. 여기에서 나온 글자가 財(재물 재)이다. 옷을 짓기 위해서는 마름질해야 한다. 여기에서 나온 글자는 裁(마를 재)이다.
인간을 잘 기르면 나중에 한 나라의 재상이 될 수 있다. 여기에서 宰(재상 재)자가 나왔다. 집안에 재상이 나오면 누구나 감탄하게 된다. 여기에서 哉(탄식할 재)가 탄생한다.
그런데 동전에 양면이 있듯이, 아무리 잘 재배한 穀物(곡물)이나 材木(재목)일지언정 한순간의 실수로 말미암아 災殃(재앙)을 입을 수 있다. 여기에서 나온 글자가 災(재앙 재)이다. 災(재)는 물난리와 불난리를 합친 글자이다. 물난리 끝에는 건질 것이라도 있다지만, 불난리는 ‘재’만 남는다. 늘 하는 말이지만 순우리말 ‘재’도 한자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조상을 잘 모시기 위해서는 사당을 지어야 한다. 이 집이 齋(집 재)이다. 이 글자에는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다’는 뜻의 齋戒(재계)와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노력하다’는 뜻의 精進(정진) 의미도 있다.


지금까지의 모든 글자의 발음은 /재/로 의미가 서로 통함을 살펴보았다.

다음으로는 存在(존재)라고 할 때의 ‘存(존)’자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存(있을 존)’에는 어린아이를 뜻하는 子(자)자가 들어있다. 이로 볼 때 存(존)은 ‘어린아이를 잘 살펴 기름’의 뜻에서 출발한다. 여기에서 存(존)은 ‘인간의 존재’를 의미함을 알 수 있다. 나아가 存(존)은 ‘존재’ ‘살아있다’ ‘안부를 묻다(存問)’ ‘보살피다’ ‘保存(보존)하다’ 등의 뜻으로 발전한다.
살아있든 죽었든 간에 어떤 분의 인격이나 사상이 뛰어나 마음에 늘 存在(존재)하고, 영원히 그 정신을 保存(보존)하고 싶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은 尊敬(존경)하게 된다. 따라서 ‘尊(높을 존)’자도 ‘存(있을 존)’자와 유관함을 알 수 있다.

 

진정한 존재 의미를 모르고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을 수 없다. 이상에서 우리는 ‘存在(존재)의 의미’를 찾아보았다. 존재는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再考(재고), 三考(삼고)하여 ‘싹을 키움’ ‘꾸준한 변화’에 그 참뜻이 있다. 식물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나’로 변화해야 하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나’로 가꿀 때 열매 맺는 삶을 이룰 수 있다. 存在(존재)의 순우리말 ‘있다’와 ‘이시다’(있다의 고어)’는 ‘잇다’(①두 끝을 맞대어 붙이다. ②끊어지지 않게 계속하다)와 무관하지 않다. 꾸준히 이어질 때 ‘있음(存在)’의 의미가 있다. 지금 당신은 변화, 창조하는 새로운 삶을 꾸준히 잇고 있나요? 그럴 때 비로소 ‘存在(있음)의 의미’가 있다 하겠다.
‘오늘’ ‘하늘’이라는 말의 공통점은 ‘늘’이 붙어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늘 시간적으로는 오늘에, 공간적으로는 하늘에 갇혀 있다. 내가 사라질지라도 오늘과 하늘은 늘 그대로 존재할 것이다. 부사 ‘늘’이나 동사 ‘늘다’도 ‘오늘’ ‘하늘’과 관련이 있다. 우주의 빅뱅론 들지 않더라도 시공간은 줄곧 늘고 있다.
변화, 창조하는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오늘’에 충실해야 한다. 천둥 번개가 치고 새까만 밤이 와도 저 위에는 ‘늘’ ‘하늘’이 있듯이 내게는 ‘늘’ ‘오늘’만이 있을 뿐이다. 과거는 추억 속의 과거일 뿐이고, 미래는 상상 속의 미래일 뿐이다. ‘금’처럼 빛나는 ‘지금’, ‘소금’처럼 맛 나는 ‘지금’, ‘금세’ 지나가 버리는 ‘지금’, ‘지금, 여기에서 나부터’ 멋진 ‘삶의 劃(획)’을 그어 보자. 우리는 모두 서예가이니까.

 

 

*욕구 5단계
1단계(생리적 욕구): 생존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요소로 음식, 물, 성, 수면, 항상성, 배설, 호흡 등
2단계(안전의 욕구): 신체적·정서적으로 안전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 
3단계(사회적 욕구): 대인 관계로부터 오는 애정과 소속의 욕구. 집단 가입, 인간관계 유지 욕구
4단계(자기존중의 욕구): 다른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와 존경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
5단계(자아실현의 욕구): 성장, 자아실현 등을 통해 자신의 잠재 가능성을 실현하려는 욕구. 자기의 잠재적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창조적인 인간이 되고자 하는 최고 수준의 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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