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동방대 교수작품전

 

 * 초정 권창륜 선생님과 함께 내 작품 앞에서 - 입원하시기 하루 전의 정정하신 모습

2024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서예문인화교육강사과정 교수작품전


권창륜 이영철 조종숙 권경상 권상호

김정민 김지양 손외자 여성구 윤경숙

이광희 이인용 이일구 정명숙 정태수

정헌만


* 후기 :

마지막 사진 한 장의 의미...

곁에 서 계신 초정 권창륜 선생님 

이제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하늘나라에서

더 행복한 서예 세상을 펼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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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권상호
"붓은 떨고 먹은 울다"

- 초정 선배님 영전에 올립니다 -

​2024. 1월. 북경에서 썼던 글을 올립니다.

'중명련국제(中名联国际)' 주최로 '한중 수교 32주년 기념전' 행사가 열리고 있던

'베이징 룽더셴 현대미술센터(北京龍德軒當代藝術中心)'에서

존경하는 초정(艸丁) 권창륜(權昌倫) 선배님께서 유명(幽明)을 달리하셨다는 비보를 들었습니다.

황우섭 재경 동문회장으로부터의 전화였습니다.

초정 선생님은 서예의 고장, 경북 예천에 있는 대창중고등학교 13년 선배이십니다.



돌이켜보면 학창시절, 모교 여기저기에 걸려있는 자랑스러운 선배님의 먹빛은

후배들의 가슴에 남아 향학열에 불을 지펴 주셨습니다.

2년 전에는 개교 100주년 기념 휘호도 함께했고,

여러 해 동안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전에서도 동행해 왔었습니다.

전시 오픈 날이면 뒤풀이 자리에서 밀려오는

그 많은 후학들의 술잔도 거뜬히 받아넘기셨는데,

이제 모두 전설이 되고 친견할 수 없게 되다니, 황망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선배님의 안타까운 부고(訃告) 소식을 접한 붓은 떨고 먹물은 울고 있습니다.

모든 예술인은 큰 슬픔에 빠져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이별은 오랫동안 예술계에 큰 공허함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토록 강건하면서도 부드럽고, 박학하면서도 깊이 있는 평론은 이제 어디에서 읽을 수 있나요?

그토록 다정다감하신 눈빛은 어디에서 뵈며, 정겨운 뒤풀이 덕담은 어디에서 들을 수 있나요?

여든이 넘어서도 20대의 열정으로 창작에 여념이 없으셨던 선배님,

당신이 떠난 이 순간 눈부신 화선지와 묵향으로 가득 찼던 세상은 어두워졌습니다.

그러나 당신 마음의 온기를 전해주는 붓 자국은

신품(神品)이란 이름으로 여전히 후손의 가슴속에 각인되어, 영원히 그 빛을 더할 것입니다.



언제나 작품이나 말씀으로 감동을 주시던 선배님,

가실 때는 떠난다는 빈말 한 마디, 메모 한 글자도 없으십니까?

선배님의 크나큰 예술적 업적과 헌신에 감사하면서도

따르지 못함에 부끄러움만 남습니다.

당신의 사랑을 잊지 않고, 못다 하신 뜻을 가슴에 새기며

후학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987년으로 기억합니다.

선배님으로부터 직접 서예 지도를 받고자 홍제동 유진상가로 공부하러 다닐 때였지요.

두어 달째 되던 어느 날,

제가 중3 때의 담임이었던 홍오선 선생님께서 선배님 곁에서 붓글씨를 쓰고 계시더군요.

알고보니 선배님과 대창고 5회 동기셨다지요?

당시 반장에 뽑혔던 저로서는 더 가까이서 함께 배우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혹여 옛 담임선생님께 누가 될까 봐 선배 사부님 곁을 떠나고 말았답니다.

그리하여 대학 선배이신 근원 김양동 선생님을 찾아가 공부하게 되었지요.

또 하나, 그해에 제가 재직하던 신일고등학교에서 황금사자기 야구대회에서 우승을 했답니다.

지금까지도 최다 우승학교로 기록되어 있습니다만,

학교 재단에서는 이를 특별히 기념하기 위해 선배님께 휘호를 받고자

이일천 교장 선생님을 모시고 사숙을 찾아간 적이 있었답니다.

그 작품은 지금도 자랑스럽게 학교 역사자료실에 걸려 있습니다.

그때 저도 선배님의 글씨든 도장이든 하나를 소장하고 싶어

큰 마음 먹고 서랍에 금일봉을 넣어두고 나왔었지요.

'塗' 자의 글자 구성이 어렵다며 차일피일 미루신 게 37년의 세월이 지났네요.

이젠 내세에서나 뵈면 그때 받도록 하겠사오니 괘념치 마시옵소서.

동학(同學)과 제자들에게 깊은 정을  남기고 떠나신 선배님,

당신을 기리는 뜨거운 만장(輓章)은 차가운 삭풍을 막고, 하늘을 가리겠지요.

선배님의 예술은 그 어떤 때보다도 더 강하게 울려 퍼져

그 진한 감동과 아름다움은 후손의 기억 속에서 길이 남아

때로는 역사로 기록되고, 때로는 신화로 구전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