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는 붓으로 표현하는 자연예술"
2004년 11월 08일 (월) 김현종 eye@jejunews.com
제주도서예학회, 도민 위한 문화예술강좌
수원대 권상호 교수 '자연, 인간 그리고 서예' 발표
"서예란 호(毫.붓의 털끝) 안에서 수묵의 하강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보슬비에서부터 소나기, 우박까지 다양한 자연현상을 만들어 내는 예술입니다".
(사)제주도서예학회(회장 이광호)가 6일 국립제주박물관 강당에서 마련한 '제주도민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강좌'에서 수원대 권상호 교수는 1주제 '자연, 인간 그리고 서예' 강연을 통해 서예의 독자적인 예술성을 강조했다.
권 교수는 서예의 자연성에 대해 "붓은 동물성이요 종이는 식물성이며 먹은 광물성"이라며 "따라서 글씨를 쓰는 서사행위는 동물들이 초원을 달리며 먹 알갱이 씨앗을 뿌리는 것이며, 수묵은 씨앗들이 잘 퍼지도록 뿌리는 물이다"고 표현했다.
이어 그는 서예용구의 인간성을 살피고 "중국식 명칭인 문방사보(文房四寶)는 유물적인 입장에서 붙여져서 다분히 실용 지향적이고 출세 지향적이다"고 언급한 뒤 "우리나라의 문방사우(文房四友)는 유심적 입장에서 붓.먹.벼루.종이를 의인화하고 벗으로 인식한 것으로 인간적이며 정겨운 표현"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또한 서체-자연(나무)-인간을 비교하며 0전서(篆書)-뿌리와 줄기-부동의 정면자세 0예서(隸書)-분화된 가지-두 팔을 들고 흔드는 자세 0해서(楷書)-맑은 날의 나뭇잎-가볍게 운동하는 측면자세 0행서(行書)-바람 부는 날의 나뭇잎-다양한 표정으로 걷는 모습 0초서(草書)-폭풍우 속의 나뭇잎-뛰며 재주 부리는 모습을 각각 동일시했다.
그는 심성 개발과 관련해서는 "서예에서 차가운 머리가 강하면 너무 계산적인 작품이 나와 못 쓰고 뜨거운 가슴만 앞세우면 의욕만 넘치는 격식 없는 작품이 되고 만다"면서 "지성과 감성이 적절하게 조화될 때 훌륭한 작품을 창출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권 교수는 서예학습의 성숙단계를 서사(書寫.기호 쓰기)-서법(書法.법대로 쓰기)-서예(書藝.아름답게 쓰기)-서도(書道.도통한 쓰기)로 나눈 뒤 "형(形)을 잡으려 하면 혼(魂)이 날아가고 혼을 잡으려 하면 형이 날아가는 데 이 둘을 동시에 잡았을 때 서도의 경지라 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이날 수원대 김주성 교수는 2주제 '문인화의 특성과 작화법'을, 수원대 차대영 교수는 3주제 '동.서 문화예술의 차이에 대하여'를 각각 발표했다.
한편 제주도서예학회는 지난해 서예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