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노원신문 새 연재- 도정 권상호의 ‘필 받자!’ |
문자 속에서 찾아내는 동양철학 |
[2010-01-04 오후 1:49:00] |
2010 노원신문 새 연재
도정 권상호의 ‘필 받자!’
문자 속에서 찾아내는 동양철학
그동안 연재해 온 김상순의 ‘생활의 발견’이 개발시대인 1960~70년대 한국인의 도시애환의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관심 속에 단행본으로 출판되었습니다.
노원신문은 경인년 새해부터 서예가 도정 권상호의 ‘필받자’를 연재합니다. 말과 문자, 특히 우리 문화의 70%를 차지하면서도 우리에게 멀어지는 한자를 통해서 글자 속에 담긴 조상의 삶과 해학, 동양철학의 진수까지를 느껴보는 기획입니다.
도정선생의 파자해(破字解)에 따르면 우리가 원하는 ‘행복(幸福)’은 ‘매운(辛) 고초를 겪고 나야 행(幸)에 이를 수 있고 (辛+一), 하늘이 내리는 복(示)과 인간의 노력으로 얻는 부(富)(‘示+畐’로 풀이하여 쉽고도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필받자’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을 도정선생이 직접 붓(筆)으로 글자(字)들을 쓰면서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도정선생은 “우리말 조어의 70%가 한자조어법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신세대들은 영어에 젖어있어 한자에 두드러기를 느낄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 우리 선조들의 삶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와의 단절되고 나아가 미래를 위한 튼실한 생각의 뿌리가 잘려지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아쉬워하면서 “문자를 통해서 선조들의 지혜와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음은 물론 동양의 역사와 철학까지 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말과 한자의 어원을 찾는 책들이 시중에도 많지만 글자 본래의 의미에서 벗어나 교육적 목적을 명분으로 즉흥적인, 자극적인 접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도정선생은 “공부도 하고, 글자의 맛도 느끼고, 예술적 흥취도 느낄 수 있도록 그동안 연구하고 공부한 것을 정리하면서 연재하겠다.”고 연재의 포부를 밝혔다.
도정선생은 “판타지문학으로 공전의 히트를 친 ‘반지의 제왕’도 알고 보면 유럽북구의 신화가 바탕이다. 과거에서 미래의 문화를 만들어낸 셈이다. 한자는 남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역사를 담은 글자이다. 한자는 더 이상 과거의 문자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문자이다. 골치 아픈 어려운 문자로 생각하는데 기본만 충실하면 나머지는 이해하게 되고, 두뇌개발과 창의력 증진의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자신에 스스로 놀라게 된다.”고 강조한다.
권상호 선생은 경북 예천 출생으로 안동권문의 유학적 전통에 따라 초등학교 때부터 서당에서 한자공부를 했다. 68년 한글전용정책이 시작되자 힘을 잃은 서당의 성촌훈장이 돌아가시는 아픔도 있었지만 고교시절 이재녕 교감선생님을 만나 다시 한문공부를 계속했다. 경북대 국어교육과에 입학해서도 대구향교에 나가 사서삼경을 배웠다. 대학 내에 서예동아리 ‘경묵회’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한문에 서예의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초대작가로서 대전을 2회나 심사한 바 있고, 한국서예학회 이사, 한국예술문화원 부이사장, 노원문화발전위원 등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또 성백효, 오초 황안웅, 보문 송찬우, 소천 박영호 선생 등으로부터 배우면서, 한편으로는 신일고와 석박사 과정의 공부를 한 경희대 및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예과에서 한문 강의를 하며 지금도 교학상장(敎學相長)을 실천하고 있다.
도정선생은 특히 시간, 공간, 인간 등 삼간(三間)으로 하나되는 서예 퍼포먼스 ‘라이브서예’로 일가를 이루고 있다. 중요 일간지가 모두 그의 신년휘호를 소개할 정도이다.
라이브 서예란 음악, 무용 등과 함께하는 현장 서예로서, 2002 한일월드컵 때 남산 한옥마을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전세계 예술계에 소개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축하 휘호, 숭례문 추모공연 등 국내외 각종 행사장 등에서 100여 회 서예 공연을 펼쳤다. 노원구청과 노원구의회 현판, '귀천정' '매월정' 이 그의 작품이다.
대중과 함께 하는 현장 붓글씨를 시연함으로써 서예가와 관중이 함께 즐기는 라이브 서예에 대해 “삶 자체가 1회성이듯, 글씨도 일회성이다. 서예는 인생과 닮아있다. 내가 살아가며 행동하는 것이 다 라이브고, 우리 만나는 세상은 무대이다.”고 설명한다.
▲ 노원신문 백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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