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자세(姿勢)
원전 : 閔祥德 <書法百問百答>
붓을 들고 종이에 글을 쓸 때 먼저 생각할 것은 정확한 자세이다. 정확한 자세란 일점일획(一點一劃)에도 전신의 힘을 경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그러자면 온 몸의 어느 부분이나 모두가 '자연(自然)스러운' 상태에 있어야 하며, 긴장하거나 흥분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힘을 얻을 수 있고, 또한 오래도록 글씨를 써도 지치는 일이 없게 되는 것이다.
정확한 자세를 취하기 위한 방법과 유의할 몇 가지 사항은 다음과 같다.
엉덩이는 의자에 편안하게 하여 앉는다. 서서 쓰는 경우에는 두 다리는 평행으로 자연스럽게 딛고, 어느 한쪽을 약간 앞으로(약 1척[尺]정도) 내어 디디어 힘을 고르게 주어야 한다.
왼손은 종이를 누르고, 오른손으로 붓을 잡는다. 이때 오른 팔이 책상 위에 닿는 일이 없도록 한다.
허리와 등은 바르고 곧게 하되, 약간 앞으로 기울여 피로를 덜고, 긴장을 피하게 해 준다. 따라서 글씨를 쓸 때, 붓은 가슴 앞 1척(尺) 쯤에서 좌우로 움직이게 되고, 글씨를 쓰는 동안 무의식중에 허리나 등이 굽는 일이 적어진다.
가슴은 활짝 펴고 책상에서 약 10cm의 거리를 두어 활동할 여지를 준다.
머리는 단정하게 좌우 어느 쪽으로도 비틀거나 기울지 않아야 한다.
두 눈은 법첩(法帖)이나 종이만 주시하여, 온 정신을 거기에 쏠리도록 하고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된다.
만일 큰 글씨나 큰 폭의 작품을 할 경우라면 구속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하여 앉는 대신 곧바로 서서 상하로 신전하고 좌우로 휘두를 수 있는 자세를 취한다. 그러면 기세 또한 웅건(雄健)해진다. 이때에도 두 다리를 가지런히 세우지 말고, 오른쪽 다리를 앞으로 반보 쯤 내어 딛고, 상반신이 앞으로 기우는 듯 왼손으로 책상을 짚고 편안하게 하면, 온몸의 기력을 쏟을 수 있다. 오른손을 '들고' 쓴다는 것은 단순히 완력(腕力)뿐이 아니라 온몸의 힘을 모으는 것이 되어 점획(點劃)은 물론 작품 전체에 힘을 넘쳐흐르게 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된다.
그러면 글씨 쓰는 자세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처음 글씨를 배우는 사람은 간혹 글씨 쓰는 자세를 중시하지 않는데 이런 경우는 글씨를 잘 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심신의 건강에도 직접적으로 해가 된다. 그래서 글씨를 쓰는 것은 앉은 자세나 선 자세를 막론하고 모두 반드시 정확한 방식과 방법을 갖추어서 좋은 습관을 길러야 한다.
글씨 쓰는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첫째, 심기(心氣)가 화평하고 정서가 안정되어야 한다. 소위 '영정치원(寧靜致遠)'이라 했으며, 그렇게 되면 뜻과 손이 하나가 될 수 있다.
둘째, 상삼점(上三点)과 하삼점(下三点)의 글씨 쓰는 자세 및 신체(身體)와 기운(氣運)이 서로 결합하는 도리를 알아야 한다. 하삼점(下三点)은 두 발과 엉덩이가 삼점(三点)을 이루는 것을 가리킨다. 앉은 자세가 정확해야 하니, 두 발이 편안해야 몸이 바르다. 상삼점(上三点)은 두 손과 어깨가 삼점(三点)을 이루는 것을 가리킨다. 상하가 균형을 이루어야 힘을 집중시킬 수 있다. 한 손은 책상을 짚는데(자연스럽게 해야 한다.) 그 힘을 빌려 붓을 쥔 손이 합리적으로 힘을 발휘하도록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붓을 쥔 손이 지탱할 곳이 없어서 팔을 들고서 글씨를 오래 쓸 수 없게 된다.
어깨와 등은 기(氣)가 운행하는 중요한 길이다. 붓이 종이에 닿기 전에 마땅히 입을 다물고 코로 숨을 쉬어야 한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기(氣)를 아래로 가라앉힌 후에 기(氣)를 서서히 등을 거쳐서 어깨를 지나 팔과 손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 만약 기공(氣功)이 숙련되면 여유 있게 운필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서예에서 항상 말하는 '기(氣)가 열 손가락을 통하여 한 점에 집중된다.(기력이 붓끝에 집중된다)'는 이치이다.
상세하게 말하면 글씨 쓰는 자세는 다리를 약 한 자 정도로 벌리고 좌우의 발을 평행선에 둔다. 양 무릎도 자연스럽게 벌린다. 엉덩이는 의자에 반듯이 하고 허리와 등은 곧게 하며 가슴과 책상의 거리는 약 두 치 정도로 하고 머리는 조금 숙이는데, 너무 많이 숙이는 것은 좋지 않으며 대략 책상과의 거리는 한 자 정도이다. 오른손으로 붓을 쥐고 목을 바르게 하고 머리는 단정하게 하며 두 눈은 앞의 법첩을 본다. 몸이 기울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등과 허리가 굽어서는 안 되고 머리를 낮게 숙여 글씨를 쓰거나, 책상에 엎드리듯 하거나 책상에 의지해도 안 된다. 만약 등, 허리가 굽거나 책상에 엎드리거나 책상에 의지하는 나쁜 습관을 기르게 되면 곧 혈액의 운행에 방해가 되어 심신의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다.
앉은 자세로 쓸 수 있는 것은 한 치 정도의 해자(楷字)이다. 그래서 한 치 이상의 큰 글씨를 쓸 때는 서서 써야 한다. 만약 앉아서 큰 글씨를 쓰면 글씨의 점, 획에 대해서 착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글씨가 변형될 수도 있다. 더욱이 큰 작품을 쓸 때 앉아서 쓰면 전체를 볼 수 없어서 하나로 조화되기 어려우며 글씨의 기운(氣韻)도 생동하기 어렵다. 역대 서가들은 대자(大字)를 쓸 때 서서 항상 현완(懸腕)으로 하였다. 선 자세에서는 두 다리는 자연스럽게 땅을 밟고 몸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기울이며 허리를 약간 굽히고, 머리를 숙여 지면을 주목하고 왼손으로 종이를 누르고 오른 손으로 붓을 쥐어야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두 다리는 반드시 가지런히 벌려 놓아서는 안 되고, 발을 앞뒤로 조금 벌려서 편안하게 해야 하며 다만 책상에 기대어 글씨를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요컨대 앉은 자세 선 자세에 대하여 비록 획일적인 것을 고집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그 중요한 점은 심신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전제하에서 전체를 돌아보아 두루 몸이 편안하고 자연스럽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