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철학박사, 한국국제서법연맹 회장 서협 : 110-123 서울 종로구 종로3가 175-4 종로세운상가 802호 2269-2323/ 019-9119-2323
학계에서는 서의 발생을 3000여년 이전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현금에 이르러 5000년이니 8000년이 라는 학설도 전개되고 있다. 그 가장 오랜 유적은 은, 상(殷, 商)시대의 갑골문자(甲骨文字)다. 갑골문자 이후 중국의 문자는 대전(大篆), 소전(小篆), 예서(隸書), 해서(楷書), 행서(行書), 초서(草書) 등으로 발전하면서 서(書)는 서체, 필법, 결체(結體) 등 조형적인 변화와 그 조화를 다채롭게 보이고 있다. 따라서 서의 역사는 문자의 진화 및 서체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즉 문자가 없었더라면 서는 없었을 것이다. 아울러 문자의 진화 및 서체의 발달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아름다운 서예술 또한 없었을 것이다. 이 기본적인 사실은 서예술의 연구에 있어 그 출발점이요, 귀착점이 되어야 한다.
지, 필, 묵(紙,筆,墨) 서를 연구하고 학습하는데는 여러 가지 용구가 있어야 한다. 그 중 보편적으로 누구나 많이 쓰는 것이 붓과 먹, 종이다. 서의 발달과 종이 및 먹과 붓의 발달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붓이 발명 된 이후 다채로운 선과 형 등 붓의 표현력은 서법예술성패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시, 서, 화의 문묵 생활에 있어서 구비되어야 하는 문방사보, 붓(筆), 먹(墨), 종이(紙), 벼루(硯)중에서 주역을 맡는 것이 필묵이다. 필묵은 상호 표리적인 보완관계에서 서법의 묘를 연출하게 된다. 서화의 기술과 예술성은 필(筆), 묵(墨)의 묘용에 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종이를 통해서 조형화 시각화되기 때문에 서법의 성과는 지, 필, 묵 3자의 품질과 특성 및 질적 우열의 복합적인 문제가 서법의 전문성과 예술성을 좌우하게 된다. 즉 조형이라는 과제 앞에 기교와 재질에 따라는 조형성과 예술성의 문제를 깊이 고려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조형예술이라는 차원에서 서, 화를 연수 해 보면 지, 필, 묵은 단조한 것이 아니다. 검은 것은 먹이요, 흰 것은 종이라는 흑백의 단조한 세계가 아니다. 지면에 전개되는 구체적인 필묵의 변화와 그 형자(形姿)는 무궁한 정감과 무한의 깊이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근거한 필법(筆法), 묵법(墨法), 또한 단조롭게 않다. 서법이 만인의 사랑을 받으며 역사적으로 면면히 이어 온 독자적인 조형성 및 예술성 또한 여기에 있고, 창조의 기쁨 또한 여기에 있다. 색을 유채색과 무채색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무채색을 단조한 검정으로 속단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묵색은 수많은 층과 신비로운 깊이가 있다. 묵색의 신비를 요리하고 연출하는 멋이 서화가의 권능이고 자부라고 하겠다. 먹을 농묵(濃墨), 담묵(淡墨), 건묵(乾墨), 초묵(焦墨), 습묵(濕墨), 숙묵(宿墨) 등으로 요리하게 되면 먹의 선택법이 넓어지고 그 조형 효과 또한 다채롭기 때문에 흥미로운 조형세계의 창출이 가능한 것이다. 먹의 특성과 효용은 실기를 통하여 체험 해 보지 않고서는 그 오묘한 진가를 감지 할 수 없다. 글씨나 수묵화를 그려서 작품내용의 재료를 기재할 때 일반적으로 먹, 종이, 물이라고 기재하게 되는데, 이 3자의 화합에서 먹은 무한의 변화를 창출하게 되는데 이 변화는 천태만상이지만 같은 것이 없다는 점이 먹만의 독자적인 예술창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먹의 표현효과는 용필(붓질)과 상호보완하고 종이의 질과 물의 가감에 따라 상호 작용하여 농담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묵색 또한 일일이 다르게 변화한다. 즉 지면 공간에서 전개되는 먹과 먹의 대비에서 무한의 변화가 일어나고 종이와의 흑백의 대비에서 이합집산(離合集散), 태세소밀(太細疏密)등 먹의 다채로운 조형적 역할이 고조된다. 이러한 정자의 면모를 가리켜 필가묵무(筆家墨舞)라는 단어가 등장하게 된다. 필가묵무(筆歌墨舞) 필가묵무(筆歌墨舞)란 붓이 노래하고 먹이 춤춘다는 뜻으로 자기 뜻대로 자유자재로 글씨를 쓸 수 있는 경지를 이르는 말이다. 서기들이 일반적으로 붓과 먹, 종이의 특성과 성능을 단조롭게 보고 손쉽게 여기지만, 서예술이나 수묵화의 세계는 지, 필, 묵의 긴밀한 접촉에서 창출되는 유심한 작업이 아니겠는가? 중국대사전에 올라있는 종이의 종류만 하더라도 130여종에 이르고 그 특성 또한 다른 점을 참고해야 한다. 필가묵무의 내용과 조형성을 간명하게 살펴보면 장(欌)과 노(露), 질(疾)과 삽(澁), 윤(潤)과 갈(渴), 순(順)과 역(逆), 방(方)과 원(圓), 강(剛)과 유(柔), 돈(頓)과 좌(挫), 연(軟)과 미(楣), 기(氣) 와 골(骨), 풍신(風神), 기운(氣韻)등의 작용에 따라 그 정자(情姿)의 인상과 맛이 다르다. 그리고 이러한 정자의 차이는 필획에 따라 서체에 따라 또한 그 차이를 확인 할 수 있고, 수묵화에 있어서는 소재의 특성에 따라 또한 그 변화가 다르다. 이러한 정자의 인상과 맛을 음악과 관계지어 보면 저음에서 고음으로 전개되는 무수한 음을 필요에 의해 조화를 고려하여 제소리를 내어 주는 것이 붓이 권능이라고 비유해 볼 때 필가묵무의 시공(時空)이 보다 분명해 질 것이다. 필가묵무의 시공은 서가의 일터요 서기의 자율로운 창조공간이다. 서기의 권능이란 이 시공에서 결정적인 미의식과 조형성을 발휘하는데 있다. 여기 결정적인 미의식과 조형성이란 서가의 고차원의 미의식과 심오한 철학적, 미학적 조형내용과 양식의 축적에서 이루어진 옥자적인 창조성의 권능을 의미한다. 흑백의 공간, 흑백의 서의 세계, 백을 알고 혹을 지키고 혹을 알고 백을 살리는 필가묵무의 조화의 세계는 영원히 영원히 가능성의 세계로 서화가를 유혹하고 선도 할 것이다. 아울러 조석으로 노래하고 춤추는 끝없는 인생의 과제가 있다면 필가묵무의 서가인생이 아니겠는가! <한국인터넷서예작가회 홈페이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