尙有十二 微臣不死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불멸의 충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보여준 애국애족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요청된다. 남북한 대치상황에서 한반도 주변 열강들은 패권적 자국 이익을 위해 혈안이 돼 있다. 국민적 화합에 기반한 튼실한 경제와 국방, 지혜로운 외교력 등이 아쉽다. 절체절명 위기를 승리의 기회로 반전(反轉)시킨 충무공의 리더십이 그래서 더욱 값지다.
그 상징어가 바로 “전하.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고, 저는 죽지 않습니다(今臣戰船 尙有十二 微臣不死)”이다. 충무공이 원균의 모함으로 권율 도원수 밑에서 백의종군하다 다시 삼도수군통제사 자리에 오른 뒤 ‘배가 열두 척밖에 남지 않았으니 해군을 육군과 합하라’는 조정의 지시에 대해 올린 장계의 내용이다.
당시 왜적, 일본군은 전선 500여척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군(大軍)을 상대로 그러한 결의를 한 것은 참으로 엄청난 정신력이다. 이순신 장군은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必死則生 必生則死)’는 결연한 의지로 명량(鳴梁)바다로 출전해 12척의 함선으로 133척의 적군과 대결해 31척을 격침하는 기적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순신 장군은 23번 벌인 전투에서 일본보다 병력은 약했지만 모두 승리했다. ‘학익진’(鶴翼陣:학이 날개를 펴듯 둘러싸서 공격하는 진법) 같은 독창적 전술과 거북선 등 신무기로 무장한 데다 솔선수범해 장졸들에게 용기를 준 지도력의 결과다. 또 있다. 백성을 귀하게 여긴 결과 그들과 하나 돼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사실이다. ‘상군서(商君書)’는 이렇게 경책한다. “백성들이 용감하면 싸움에서 이기고, 백성들이 용감하지 못하면 싸움에서 진다(民勇者 戰勝 民不勇者 戰敗).”
그럼 오늘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국민화합과 경제활성화, 이를 발판 삼은 평화통일과 선진한국 건설일 것이다. 그게 ‘충무공의 나라사랑’을 배우는 일이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백성들을 부유하게 하는 것으로 마땅히 근본을 삼아야 한다(爲國者 以富民爲本).” 후한 때 사상가 왕부(王符)가 ‘잠부론(潛夫論)’에서 경책한 가르침이다. 청사에 빛나는 충무공 정신! 내일은 이순신 장군 탄신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