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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감

차 이야기

차를 반 항아리 달이고
향 한 심지를 피웠네
외딴 집에 누워
건곤고금乾坤古今 을 가늠하노니
사람들은 누추한 집이라 하여
살지 못하려니 하건만
나에게는
신선의 세계인저
-- 허균의 시 '누실명陋室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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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시기 좋을 때...

몸과 마음이 한가롭고 고요할 때
연못가의 수양버들이 봄비에 젖을 때

마루에 앉아 흰구름을 바라보고 있을 때
섬돌 및 귀뚜라미 울고 낙엽이 질 때
        .
새싹이 돋고 나비가 꽃을 찾을 때
어지럽게 돌아가는 세상 잠시 짬을 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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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권상호
방 넓이는 10홀이고
남으로 두 외짝문이 열렸어라
낮 해가 와서 이미 밝고도 따뜻하네
집은 비록 벽만 세웠으나
책은 네 부분을 갖추었네
남은 건 쇠코잠방이 하나
오직 탁문군의 짝이라네
반 사발 차를 따르고
한 대의 향을 사르네
누웠다 일어났다 유유히 지내며
하늘과 땅 옛과 지금을 생각하네
(생략) 허균의 '누실명'에서
권상호
누실명 - 허균

십 홀쯤 되는 방에
남으로 지게문 둘을 내니
한낮 볕 밝고도 다사롭네

집이라야 벽 뿐이지만
책은 고루 갖추었네
쇠코잠방이 입은 이몸
탁문군의 짝이라네

반 사발 차 마시고
향 하나 사르며
한가롭게 지내면서
천지고금을 생각하노라

사람들은 좁은 방이라
누추해서 어찌 사노라지만
내가 보기에는 신선의 경지로구나
마음과 몸이 편하거늘
그 뉘라서 누추하다 하리
내가 생각하는 누추함은
몸과 명성이 함께 썩는 것

원헌은 봉호에 살았고
도연명은 띠집에 살았다네
군자가 산다면
어찌 누추하리요
박준수
차는 무욕(無慾)이다

박 준 수
동양다원 고문
한국차생활문화원 명예이사
동양교회 목사

월파청향(月波淸香)

향기로운 바람 아래
유리창으로 초승달빛 흘러오고
고요히 앉아 맑은 차 한 잔
행복은 푸른 달빛파도에 넘실댄다

가물대는 가로등 불빛. 늦은 저녁에 공원을 산책한다. 하얗게 깔린 안개와 먼지의 수원성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 장년에 들어섰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더 영적인 존재가 되어 간다는데 여위어 가는 초승달에도 마음이 쓰이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한 잔 들어 달빛에 비치인 얼굴을 보니 일렁거리는 묵은 습관. 오랜 감기를 버리기 어려워도 근심 잊기에는 충분하다. 님 안에서 차를 부으면 이미 모든 복은 갖추어진 것이다. 더 이상은 욕심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욕망의 바다를 표류하면서 목이 말라 끝없이 바닷물을 퍼 마시지만 정작 그 갈증은 해소하지 못한다. 오히려 더욱 심각한 갈증이 엄습하고 천 가닥 만 가닥 마음이 갈라져 다잡기 힘든 것이다. 탐욕은 하나를 충족시켜주면 또 다른 하나를 강요한다.

중국 고전 『세설신어』를 보면 “진나라 범선(范宣)은 마음씨가 깨끗하고 행동이 검소하였다. 예장태수를 지낸 한백(韓伯)이 비단 일백 필을 주자 받지 않고, 반으로 감하여 오십 필을 주어도 받지 않았다. 이와 같이 반감하여 드디어는 한 필에까지 이르렀으나 끝내 받지 않았다. 뒷날 한백이 범선과 같은 수레를 타고서 그 안에서 옷감 두 단을 끊어 범선에 주면서, ‘사람으로서 어찌 자기 부인에게 홑치마 하나 없도록 할 수야 있겠는가?’ 라고 하니, 그제야 범선이 웃으면서 받았다”고 하였다. 모름지기 지도자들의 무욕과 검소에서 시민들이 윤택하게 되는 것이다.

차 생활은 속된 욕망을 제어한다

조선시대의 이목(李穆) 선생의 『다부』(茶賦)에 이르기를, “그 다섯째 사발에 색마(色魔)가 달아난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색마는 욕정을 의미한다. 사람이 식욕을 채우면 성욕을 만족시키려 한다. 식욕과 색욕은 인간의 육체적인 욕구이다.

2차적인 욕구는 사회적인 욕망이다. 즉 무리 중에서 으뜸이 되고자 하는 심리이다. 이는 명예욕이다. 이목 선생은 『다부』에서 6덕(德)을 언급하고 “백락천(白樂天)의 심기(心機)”, “소동파(蘇東坡)의 깊은 꿈” 을 말하면서, “이는 조물주의 은총이시라. 나는 옛사람과 함께 마주하여 지내는 바일지라. 어찌 의적(儀狄)의 미친 약을 함께 하여, 장부가 찢기고 창자 문드러지게 하며, 천하 사람으로 하여금 덕을 손상하고, 천명을 재촉하는 자와 한날에 말하랴”며 선현들의 뜻과 천하의 덕을 손상시키는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인간의 마지막 욕망은 곧 종교적 욕구이다. 명예를 얻게 되면 피조물인 인간이 신적인 존재가 되기를 갈망한다. 이는 곧 위선과 교만이다. 이목은 『다부』에서,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하였는데, “하나님 모시고 두려움과 경계로 말하리니, 삶은 죽음의 그림자요 죽음은 삶의 뿌리이매, (중략) 즐거움 도모치 않아도 저절로 이르네. 이 또한 내 마음의 차(茶)이거늘, 또 저 무엇을 구하리요”라고 하였다. 이는 곧 하나님을 경외하고 차 이외에는 구하지 않겠다는 청빈과 무욕의 삶을 말해준다. 이것이 그의 “다부, 차의 노래에 대한 결론”이다.

차 생활은 무욕을 추구한다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이 필요하듯 과장된 웃음과 행동은 위선과 허식이다. 과도하게 보이지 않고, 지나치게 행동하지 않고, 자신에게 부합된 언행이 중요하다. 또한 자신의 공적을 숨기지 않으면 그 공로가 자신을 해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덕(德)이 흥하면 없는 듯이 처신하고 공로가 크면 물러나 쉬어야 안전하다. 이 때문에 “제갈량의 부인은 추물이었고, 왕안석의 나귀는 절름발이였으며, 소하(簫何)는 담장과 가옥을 치장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욕심이 없으면 불행도 없다. 욕망을 제거했는데 어찌 화가 미치겠는가? 솔로몬은 극단적인 선을 주장하지 말고, 극단적인 악을 따르지 말라고 하였다. 선한 분은 오직 하나님이요, 악을 행하는 것은 그 분과 원수를 맺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나쳐 채울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욕망이다.

차를 마시는 선인들은 마시는 장소에 대하여 소박한 것을 추구하였다. 허균(許筠)의 「누실명」(陋室銘: 비좁은 방의 이름짓기)의 시를 보면, “방넓이는 10홀이고/ 남으로 두 외짝문이 열렸어라/ 낮해가 이르러 불쬐니 이미 밝고도 따뜻하네/ 집은 비록 벽만 세웠으나/ 책은 네 부분을 갖추었네/ 남은 건 쇠코잠방이 하나/ 오직 (탁)문군의 짝이라네/ 반사발의 차를 따르고/ 한 대의 향을 사르네/ 누웠다 일어났다 유유한 심경으로 지내며/ 하늘 땅과 옛적, 지금을 생각하네/ 사람들은 비좁은 방이라/ 좁아서 살지 못한다지만/ 내가 보기에는/ 도가의 이상세계인 천제의 거처라오/ 마음 편안하고 몸 편하거늘/ 뉘라서 비좁다 하던고/ 내 비좁다는 바는/ 몸과 이름이 모두 약해지기 때문일세/ 원헌은 쑥대로 외짝문을 엮었고/ 도잠도 집이 가난하였네/ 군자는 사는데/ 비좁은들 어떠리” 하고 좁은 집을 오히려 이상적인 군자의 거처라고 설명하였다.

맑은 바람과 달빛이 들어오는 밤, 차 맛 또한 현묘하다. 좋은 시간, 좋은 사람은 어찌 그리 빨리도 지나가는가? 가물거리며 쉬이 지나는 봄날, 벚꽃이 눈처럼 떨어지던 날, 고요한 마음은 향기로 가득하다. 스스로 가난을 귀하게 여기니 묵은 생각은 바람처럼 날아가고 세상만사가 아름답다. 그러나 옛사람과 죄악의 성품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은 경계할지니, 아름답다고 모두 유익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한마디.

그의 이름은 끈끈이 주걱이다

향기롭다고 다 믿지 말아라
달콤하다고 다 먹지 말아라
친절하다고 모두 껴안지 말아라
분별하라!
모든 화려한 것들을!!
그의 이름은 끈끈이 주걱이다!!

(善)은 선으로 존재하나 욕망은 선에 대항하여 선다. 선은 스스로 세우나 욕심은 선에 기생하여 오염시킨다. 무욕이 생활에 불편함은 있지만 행복한 마음의 경지이다.

<a href=http://livingwaters.kehc.org target=_blank>http://livingwaters.kehc.or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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