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초은체를 방하여 경언에게 부치다[仿招隱體 寄景言]
뭇 봉우리 속에 홀로 앉았노라니 / 獨坐千峯裏
아득코 고요해라 인연 끊겼네 / 窅敻人煙絶
푸른 이끼 답쌓여 당황 두르고 / 蒼蘚匝堂皇
흰구름은 솟은 뫼를 무릅씌웠네 / 白雲冒峭巀
부엌에선 범이 밤에 휘파람하고 / 破竈虎夜嘯
들보에는 뱀이 낮에 또아리쳤네 / 朽梁蛇晝挈
유수를 베개하니 귀가 곧 멀고 / 枕流耳將聾
돌로 양치질하니 이가 다시 꺾여라 / 漱石齒更折
기맥이라 온갖 꽃 화사할 때에 / 綺陌百花時
음애에는 새겨진 그윽한 눈이 / 陰崖嵌幽雪
찬 샘이 여윈 뼈를 육박해오니 / 寒淥薄瘦骨
얼어서 맺혀질까 되려 두렵네 / 翻恐凍成結
우선 저 공령을랑 그만두고서 / 且當休功令
동심으로 여름 열기 바꾸어보소 / 冬心革夏熱
비파를 둥둥 타며 길이 기리면 / 永懷彈琵琶
종당에는 야철이 뛰는 걸 보리 / 會看躍冶鐵
[주D-001]당황 : 방 사방에 벽이 없는 것을 황이라 함.
[주D-002]유수를……양치질하니[枕流漱石] : 손초(孫楚)와 왕제(王濟)가 문답한 수석침류를 인용한 것임. 《世說》
[주D-003]야철이 뛰는 걸[躍冶] : 송 나라 범중엄(范仲淹)의 금재용부(金在鎔賦)에 "昔麗水而隱晦 今躍冶而光亨"이라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