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2008 한국서예대전 라이브 서예를 위한 글귀 모음

노원찬가 - 권상호

서울의 동북방 갈대 절로 춤추던 곳

천리마 내닫다 이 터전에 우뚝 서니

천혜의 복 받은 땅 노원이라 부르리.

등 뒤엔 수락 불암 병풍 되어 바람 막고

앞 구비 중랑천엔 철새들 품에 드네.

때마침 울려 퍼지는 마들의 농요 소리.

제멋에 솟은 봉은 구름 속에 장관이요

노래하며 흐르는 물 수정보다 맑아라.

오호라 저 웃음소리는 행복의 메시지.

상․중․하계 아침 햇살 상서로움 더하고

공릉 언덕 저녁 바람 솔가지 시원하다.

월계에 달 떠오르자 선경이 따로 없네.

귀천(歸天) - 천상병(天祥炳)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金時習 - 和靖節歸園田詩

晚居城東陲(수)。水石勝廬山。卜築依寒巖。窮居逾數年。

나이들어 성동쪽 변두리에 거처하니

물과 돌이 여산보다 아름답구나.

차가운 바위 의지하여 집을 짓고

궁벽한 거처에서 몇 해를 지냈도다.

蘆原八景 - 권상호 작

春 - 堂峴躑躅 三溪蜂鬧(春色, 更淸)

당고개 철쭉 피니 상중하계 벌이 시끄럽고

夏 - 中浪帆歸 蘆原馬嘶(鳴,叫)

중랑천 돛단배 돌아오니 마들에서 말이 운다.

秋 - 月溪彈琴 孔陵松風

월계에서 거문고 치자 공릉의 솔바람 일고

冬 - 水落石出 佛巖鳩鳴

수락산 돌이 솟자 불암산 비둘기 우는구나.




매월당 4자시구

긴 둑의 가는 풀 / 長堤細草(장제세초)

강의 빛깔은 더욱 푸르다 / 江色愈碧(강색유벽)

맑은 안개 성근 비/ 淡煙疏雨(담연소우)

숲속의 아지랑이는 아물아물 / 林靄霏霏(임애비비)

숨어 사는 선비의 살아가는 일 / 隱居生業(은거생업)

숲과 샘물(자연)의 맑은 흥취 / 林泉淸興(임천청흥)

티끌 속의 일은 말하지 말라 / 不說塵事(불설진사)

안개와 놀 속에 고상하게 누워 산다 / 高臥煙霞(고와연하)

약초밭에 사슴이 장난친다고 성낼 것 있나 / 藥園鹿戱(약원녹희)

웃으며 티끌 세상을 바라본다 / 笑看塵世(소간진세)

돌아와 놀 속에 누워 지낸다 / 歸來臥霞(귀래와하)

바람 앞에 날리는 소나무 / 風前飛松(풍전비송)

책상 앞의 시와 붓 / 床前詩筆(상전시필)

벌이 꽃술을 빨다 / 蜂唼花鬚(봉삽화수)

향노루 봄 언덕에서 졸다 / 麝眠春塢(사면춘오)

선원에 티끌이 적다 / 禪院塵少(선원진소)

귀를 씻으려 개울물을 찾다 / 洗耳尋澗(세이심간)

주림을 달래려 고사리를 캐다 / 療飢采薇(요기채미)

봉우리 위의 푸른 단풍나무 / 峯上靑楓(봉상청풍)

바위 곁에 핀 꽃 울긋불긋 / 岩花灼灼(암화작작)

뜰에 가득한 성긴 비 / 一庭疏雨(일정소우)

소나기는 더위를 거둔다 / 驟雨收暑(취우수서)

가을 바람 만리에 분다 / 金風萬里(금풍만리)

한가히 하늘의 기러기 소리를 듣는다 / 閑聽空雁(한청공안)

단풍잎과 갈대꽃 / 楓葉蘆花(풍엽노화)

벼가 익고 물고기 살찐다 / 稻熟魚肥(도숙어비)

소나무 소리가 거문고를 탄다 / 松韻彈琴(송운탄금)

맑은 빛이 녹여 부순다 / 淸光爍破(청광삭파)

일은 언제나 환하다 / 事事長明(사사장명)

밤 이슬은 마르지 않았는데 산새는 울고 / 宿露未晞(숙로미희)

봄바람은 끝이 없다 / 春風不盡(춘풍부진)

푸른 절벽에 어지러운 놀 / 翠壁亂煙(취벽난연)

봉 머리 돌부리 / 峯頭石角(봉두석각)

버들꽃이 산에 날다 / 楊花飛山(양화비산)

마음은 흐르는 물과 같고 / 心同流水(심동유수)

몸은 조각 구름과 함께 / 身與片雲(신여편운)

지팡이를 짚고 한가히 읊조린다 / 倚杖閑吟(의장한음)

답답증을 풀려면 다만 술이요 / 破悶應酒(파민응주)

굶주림을 달래려면 나물이다 / 療飢有萊(요기유래)

흰 구름은 바위 밑에 / 白雲岩下(백운암하)

붉은 잎은 창 앞에 / 紅葉窓前(홍엽창전)

가을 바람이 우물가에 떨어지고 / 金風落井(금풍낙정)

매미는 석양에서 운다 / 蟬鳴夕陽(선명석양)

누워서 떨어지는 나무 잎을 보고 / 臥看墜葉(와간추엽)

앉아서는 근심스런 벌레소리 듣는다 / 坐聽愁蛩(좌청수공)

달빛은 낮과 같다 / 月色如晝(월색여주)

----------------- 수락산 매월정에 새겨진 4자 시구

바람 앞에 날리는 소나무 / 風前飛松(풍전비송)

봉우리 위의 푸른 단풍나무 / 峯上靑楓(봉상청풍)

마음은 흐르는 물과 같고 / 心同流水(심동유수)

흰 구름은 바위 밑에 / 白雲岩下(백운암하)

노원의 풀빛 / 蘆原草色(노원초색)

눈이 갈대꽃을 덮다 / 雪覆蘆花(설복노화)

수락산의 남은 노을 / 水落殘照(수락잔조)

숲과 샘물의 맑은 흥취 / 林泉淸興(임천청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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梧陰先生遺稿卷之一(1635년 간행)

蘇子赤壁遊 소동파가 적벽에서 놀다.

明廟御題。玉堂應製。

명종임금 지음. 홍문관에서 응제한 시. 임금의 명에 따라 임시로 치르던 과거.

萬里黃岡壬戌秋。임술년 가을 만 리 먼 곳 황강에서

(소동파가 필화사건으로 호북성의 黃州에 유배되어 1082년 7월(가을)과 10(겨울)에 황주성 밖의 적벽에서 놀다가 전후적벽부를 지었다.)

西風一葉木蘭舟。가을바람에 아름다운 조각배 하나 띄웠지.

夢驚孤鶴空中語。꿈속에서 외로운 학을 깨워 허공에서 얘기하고

醉挾飛仙物外遊。취하여 날아가는 신선을 껴안고 물외에서 놀았네.

宇宙幾傳前後賦。우주간에 전후적벽부 얼마나 전했던가

煙波長鎖古今愁。안개 물결이 고금의 근심을 길이 잠재우네.

聖明偶起當時感。성스러운 임금께서 우연히 당시의 일을 떠올리며

爲惜奇才老遠州。뛰어난 재주(소동파)가 먼 곳(황주)에서 늙어감을 안타까워 하시네.

科次居首。과거에서 居首(居甲, 으뜸의 자리를 차지함)하였다.

有廐馬之賜。상으로 마구간의 말을 하사받았다. 廐(마구간 구̀)는 廏(마구간 구̀)의 속자 : 말에 관한 일을 관장하던 벼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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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凉’(신량) - 자작시

江岸野花弄節輝(강안야화농절휘) 강 언덕 들꽃은 계절을 희롱하여 빛나는데

黎明漫步露沾衣(여명만보노첨의) 여명의 산보에 이슬은 옷을 적시네.

蒼天雲片時時瘦(창천운편시시수) 푸른 하늘 조각구름은 때때로 야위어가고

黃畓正租日日肥(황답정조일일비) 누런 논의 벼들은 나날이 살쪄 가누나.

深谷山鳩求餌出(심곡산구구이출) 깊은 계곡 산비둘기는 먹이 찾아 나오고

低牆蟋蟀罷歌歸(저장실솔파가귀) 낮은 담장 귀뚜라미는 노래 마치고 돌아가네.

人間相戰何年盡(인간상전하년진) 인간 세상의 싸움은 어느 해에나 끝날까

但願尋常安穩祈(단원심상안온기) 다만 평범을 바라며 안온하길 기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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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권상호
陲(부근 수, 위태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