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中(산 중에서)
採藥忽迷路 약 캐다가 갑자기 길을 잃었다.
千峰秋葉裏 일천 봉우리 가을 낙엽 속에서,
山僧汲水歸 마침 중이 물을 길어 가는데,
林末茶烟起 숲 끝에 차 다리는 연기가 일어나네.
山中四詠(중에서 네 수의 시를 읊다)
樹影初濃夏日遲 나무 그늘이 막 짙어가고 여름 해는 길기도 한데,
晩風生自拂雲枝 저녁바람 일어나 나뭇가지에 걸린 구름 흔든다.
幽人睡罷披襟起 유인이 잠 깨어 옷 걸치고 일어나니,
徹骨淸凉只自知 뼈속에 스며드는 서늘함을 스스로만이 알 수 있네.
-바람(風)에 대하여-
萬里無雲一碧天 만리에 구름 한 점 없는 온통 푸른 하늘,
廣寒宮出翠微 어스름한 산 마루에 광한궁1)이 활짝 열린다.
世人只見盈還缺 세인들은 다만 찼다가 이지러지는 현상만 볼뿐,
不識氷輪夜夜圓 달 바퀴가 밤마다 둥근 줄은 모르네.
-달(月)에 대하여-
晝夜穿雲不暫休 밤낮으로 구름을 뚫어 잠시도 쉬지 않아,
始知源波兩悠悠 근원과 갈래가 다같이 무궁함을 비로소 알겠네.
試看河海千層浪 강이나 바다의 천만 층 물결을 시험삼아 보시라,
出自幽泉一帶流 모두가 깊은 샘의 한줄기로부터 흐르는 것일세.
-물(水)에 대하여-
飛入靑山幾許深 얼마나 푸른 산에 깊이 날아드는고,
洞中猿鶴是知音 골짝 속의 학이나 원숭이 이것들이 벗일거라.
何如得逐神龍去 어떨까 한 번 신룡을 따라가서,
慰却蒼生望雨心 창생들의 비 바라는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이.
-구름(雲)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