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柏行(고백행) 늙은 측백나무
- 두보(杜甫)의 시(詩) -
孔明廟前有老柏(공명묘전유로백)
제갈공명의 사당 앞에 오래된 측백나무가 있는데
柯如靑銅根如石(가여청동근여석) :
줄기는 청동 같고 뿌리는 바위와 같구나.
霜皮溜雨四十圍(상피류우사십위) :
서리 같은 껍질은 빗물에 젖고, 둘레는 40아름
黛色參天二千尺(대색참천이천척) :
검푸른 빛으로 하늘로 솟아 2천척이나 솟아있네.
君臣已與時際會(군신이여시제회) :
군신이 이미 시국에 알맞은 때에 함께 만나니
樹木猶爲人愛惜(수목유위인애석) :
(사당 앞의) 나무도 사람의 사랑과 아낌을 받는구나.
(사당에 모신 분을 사모하여 측백나무까지 아끼고 사랑한다.)
雲來氣椄巫峽長(운래기접무협장) :
구름 몰려오면 그 기운 (삼협의 하나인) 무협까지 길게 이어지고
月出寒通雪山白(월출한통설산백) :
달 떠오르면 그 찬 기운이 설산의 흰 눈과 통하는구나.
憶昨路繞錦亭東(억작로요금정동) :
지난날 생각해 보면, 옛길은 금정의 동쪽을 휘감아 돌고
先主武侯同閟宮(선주무후동비궁) :
선주 유비와 무후 제갈공명은 한 사당에 모셔져 있네.
崔嵬枝幹郊原古(최외지간교원고) :
우뚝 솟은 나무의 줄기가지는 교외의 언덕에서 늙어가고
窈窕丹靑戶牖空(요조단청호유공) :
(사당의) 깊고 그윽한 단청에 창호는 텅 비어있네.
落落盤踞雖得地(낙락반거수득지) :
축 늘어져 둥지를 틀고 들어앉은 나무 땅을 차지하고 있으니
冥冥孤高多烈風(명명고고다열풍) :
은연중에 홀로 높이 자라 매서운 바람 많이 받는구나.
扶持自是神明力(부지자시신명력) :
자신을 버티어 온 것은 바로 천지신명의 힘이요
正直原因造化功(정직원인조화공) :
바르고 곧게 자란 것은 조화옹의 공덕이리.
大廈如傾要梁棟(대하여경요량동) :
큰 집이 기울어져 대들보나 기둥이 필요하더라도
萬牛回首丘山重(만우회수구산중) :
만 마리 소가 고개 돌림은 (나무가) 산처럼 무겁기 때문이리라.
不露文章世已驚(불로문장세이경) :
(나무의) 아름다운 무늬 드러내지 않아도 세상이 이미 놀랐으니
未辭剪伐誰能送(미사전벌수능송) :
(측백나무가) 베인다 해도 누가 능히 (나무를) 운반할 수 있을까?
苦心未免容螻蟻(고심미면용루의) :
괴로운 마음 면할 수 없음은 땅강아지와 개미에게 갉히기 때문이지만
香葉終經宿鸞鳳(향엽종경숙란봉) :
향기로운 나무 잎이 마침내 겪는 것은 난새와 봉황이 깃듦일세.
志士幽人莫怨嗟(지사유인막원차) :
뜻 있는 선비여, 숨어사는 은인이여, 원망하지도 한탄하지도 말게나.
古來材大難爲用(고래재대난위용) :
예로부터 재능이 뛰어나면 쓰임받기 어려웠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