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이 글씨를 쓴 것은 바로 우연히 쓰고 싶어서 쓴 것이다. 글씨 쓸 만한 때는 이를테면 왕자유(王子猷 왕휘지)의 산음설도(山陰雪棹)가 흥을 타고 갔다가 흥이 다하면 돌아오는 그 기분인 것이다. 때문에 행지(行止)가 뜻에 따라 조금도 걸릴 것이 없으며 서취(書趣)도 역시 천마(天馬)가 공중에 행하는 것 같다.
(주) 왕자유(王子猷 왕휘지)의 산음설도(山陰雪棹) : 왕희지의 아들 왕휘지는 눈이 펄펄내리는 어느날 밤 우연히 친구가 보고싶어 눈길에 배를타고 밤새 노를저어가서 친구집앞에 다다랐지만 친구를 만나지 않고 그냥 돌아왔다 왜 그리하느냐고 물은즉, 보고싶어 갔으면 충분하다. 꼭 만나야 할것은 아니지. 흥이나면 가고乘興而往, 흥이 다하면 그치는것 뿐이라고興盡而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