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룡(1542~1607)이 원지정사(遠志精舍)라는 정자를 짓고 나서 직접 쓴 기문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원지(遠志)’는 원래 심기를 맑게 해준다는 약초의 이름인데, 여기서는 그 뜻을 유추하여 ‘마음을 다스린다’는 뜻까지 취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글자를 한 자씩 풀이하고 있는데, 그중 ‘원(遠)’의 의미를 설명한 대목입니다.
상하 사방의 가없는 공간이나 옛날로부터 흘러온 아득한 시간은 멀고도 먼 것이지만, 이것들은 모두 눈앞의 가까운 것들이 쌓여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지금 내딛는 한 발짝은 지극히 사소하고 보잘 것 없을 수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보이지 않는 먼 곳까지 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시작은 언제나 미미해 보이겠지만 그러한 시작과 과정이 없다면 성취도 없을 것입니다. 한 해를 돌아보며 후회스러웠던 지난 연말의 마음을 돌이켜서 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나간다면 올 연말에는 지금보다 한참 멀리 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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