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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梅花)
⇒ 꽃 장마 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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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록】
[1]고금에 매화를 노래한 시인이 그 얼마나 많으리오마는 임화정(林和靖)처럼 매화의 신수(神髓)를 미득(味得)한 이는 없다. 매화로 처를 삼던 그가 아니고는 소영횡사수청천(疎影橫斜水淸淺) 암향부동월황혼(暗香浮動月黃昏)의 진경(眞境)을 그려 낼 수 없을 것이니 이는 실로 매화 시(詩)가 있은 이래 천고절조(千古絶調)이다. 《문일평 文一平/호암전집 湖岩全集》 [2]나부(羅浮)도 매화의 명소요, 향도(向島)도 매화의 명소이지마는 우리 나라에는 이러한 매화의 명소가 없다. 삼남(三南)의 난지(暖地)에 매화가 있기는 있으나 그는 동매(冬梅)가 아니요 춘매(春梅)이며, 경중애화가(京中愛花家) 사이에 예로부터 매화를 배양하였으나, 그는 지종(地種)이 아니요 분재(盆裁)뿐이다. 매화를 많이 재배하여 완상(玩賞)에 공함에는 일종의 난방 장치를 했는데 경성 방송국은 곧 옛날 김추사(金秋史) 옹의 선대 이래 별장으로 아주 이름 높은 홍원매실(紅園梅室)이 있던 곳이요 운현궁에도 매실이 있었고 이 밖에도 매실 있는 집이 흔하였다 한다. 《문일평 文一平/호암전집 湖岩全集》
[3]다산(茶山) 정 선생은 일찍이 매화를 품평하여 천엽(千葉)이 단엽만 못하고 홍매가 백매만 못하니 반드시 백매의 화판(花瓣)이 크고 근대(根帶)의 거꾸로 된 것을 선택하여 심으라고 하였다. 《문일평 文一平/호암전집 湖岩全集》
[4]매화는 그 끝덩으로 보면 괴벽한 노인을 연상케 하나 그 꽃은 아름다운 소녀를 생각케 한다. 속담에 흔히 꽃 같은 마음이라고 말하지만 아름다운 마음을 만약 꽃에다 비교한다면 그 꽃은 틀림없이 매화꽃이라야만 그 마음도 아름다우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매화를 청빈에 비겨 보고 수절에 비교하지마는, 나는 그 정결하고 고상한 점을 취한다. 《정내동 丁來東/수선(水仙)·매화(梅花)》
[5]매화는 한국 사람이라면 서재나 침실에 아정(雅情)과 고취(高趣)를 풍겨 주는 없지 못할 겨울의 애인이다. 《박종화 朴鍾和/매화(梅花)·설화(雪花)·해당화(海棠花)》
[6]매화가 조춘만화(早春萬花)의 괴(魁)로서 엄동을 두려워하지 않고 발화하는 것은 그 수성(樹性) 자체가 비할 수 없이 강인한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 동양 고유의 수종(樹種)이 그 가지를 풍부하게 뻗치고 번무(繁茂)하는 상태를 보더라도 이 나무가 다른 과수에 비해서 얼마나 왕성한 식물인가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또한 매실(梅實)이 그 독특한 산미(酸味)와 특종의 성분을 가지고 고래로 귀중한 의약의 자(資)가 되어 효험이 현저한 것도 마땅한 일이라 할 수밖에 없다. 《김진섭 金晋燮/매화찬 梅花讚》
[7]매화라면 고금을 통하여 소인(騷人) 묵객(墨客)에게 가장 청상(淸賞)을 받아 왔으며, 근년 한토(漢土)에서는 모란 대신에 매화로써 국화(國花)를 삼았으니 말하자면 모란이 가졌던 왕좌를 매화가 앗은 셈이다. 그러나 여기서 또한 인정의 변태를 보겠으니, 모란의 농염(濃艶)보다 매화의 냉염(冷艶)을 좋아하며 모란의 이향(異香)보다 매화의 암향(暗香)을 사랑하는 것 같다. 고려 시인 정지상(鄭知常)은 매화로 선화(善畵)하였고 어몽룡(魚夢龍)의 매화는 이조 제일의 칭(稱)이 있었다. 《미상 未詳》
【시·묘사】
[8]한 그루 매화가
그윽한 마을로 들어가는 시냇가에 피었네
물 곁에 있는 꽃이 먼저 피는 줄은 모르고
봄이 되었는데 아직도 눈이 녹지 않았다고 한다.
一樹寒梅白玉條
逈臨村路傍溪橋
不知近水花先昔
疑是徑春雪未消 《융호 戎昊/매 梅》
[9]백옥당 앞의 한 그루 매화가
오늘 아침에 문득 꽃이 피었네
한 계집아이가 문을 꼭 닫고 있으니
봄빛이 들어올 곳이 없네.
白玉堂前一樹梅
今朝忽見數枝開
兒家門戶重重閉
春色因何得入來 《설유한 薛維翰/춘녀원 春女怨》
[10]우뚝하고 품위 있어
철의 골격이던가
늠름한 빙설(氷雪)의 자세로
군목(群木)을 압제한다
이같은 꽃이 허다한 것 같지만
누가 그 진(眞)을 알겠는가?
천만 섬의 향기를 간직하여
천하의 봄을 먼저 피우네.
峰嶸突兀
茹鐵爲骨
漂然氷姿
氣壓群木
近似則然
孰知其眞
儲萬斛香
先天下春《홍경로 洪景盧/노매병찬 老梅屛贊》
[11]옥비(玉妃)가 보슬비 내리는 마을에 떨어진다
선생이 초혼(招魂)의 시 한 편을 쓰네
인간의 화목(花木)이 나의 상대가 아닐 것이다.
달이 계수와 만나 유혼을 이루네
그 향기 창 틈으로 스며들어 나의 꿈을 찾고
파란 열매는 주렁주렁 가지에 매달렸다
벗을 불러다가 밤새도록 술을 마실 때
땅에 떨어진 흰 꽃이 도리어 따스하다.
솔 불을 켜 놓고 앉아 있으니, 잠은 오지 않고
꽃 향내는 뱃속까지 스며들어
선생의 나이 육십에
도면(道眠)은 이미 불이(不二)의 문에 들었네
다정한 마음에 부질없이 미련에 젖어 애석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을 수 없다.
매화만 생각하는 것이 너무 지나친 것 같다.
백벌주나 몇 잔 더 마시고 싶네.
玉妃滴墮烟雨村
先生作詩與招魂
人間花木非我對
奔月偶桂成幽昏
暗香入戶尋短夢
靑子綴枝留小園
披衣連夜喚客飮
雪膚滿地聊相溫
松明照坐能不睡
井花入腸淸而暾
先生年來六十化
道眠已入不二門
多情好事餘習氣
惜花未忍都無言
留連一物吾過矣
笑飮百罰空壘樽 《소식 蘇軾/매화락 梅花落》
[12]남해의 신선이 사뿐히 땅에 내려
달밤에 흰 옷 입고 와서 문을 두들기네.
海南仙雲嬌墮喘
月下縞衣來叩門 《소식 蘇軾/매화성개 梅花盛開》
[13]고운 때를 씻고 씻어 흰 살더미가 보인다
오늘 앙가슴의 맺힌 맘을 씻기 위하여.
洗盡鉛華見雪肌
要將眞色鬪生枝 《소식 蘇軾/매화 梅花》
[14]나부산 밑 마을 매화는
옥설의 골격에 빙상(氷霜)의 넋이다.
처음에는 아른아른 달이 나무에 걸려 있는 것 같더니
자세히 보니 송이송이 황혼에 빛나네
선생(자신)이 강해의 위에 와서
병든 학처럼 황원(荒園)에 깃들인다.
매화가 나의 심신을 부축하여
술을 짜 마시고 시(詩) 생각이 맑게 하네
봉래궁중의 화조의 사자가
푸른 옷을 입고 거꾸로 부상(扶桑)에 걸려 있는 건가? 《소식 蘇軾》
[15]매화 가지를 꺾다가 역부(驛夫)를 만나서
몇 가지 묶어서 멀리 계신 그대에게 보내오
강남에 별로 자랑할 만한 게 없어서
애오라지 일지춘을 드리오.
折梅逢驛使
寄興嶺頭人
江南無所有
聊贈一枝春 《육개 陸凱》
[16]고향을 못 잊기는 옛 매화 탓이로다
담머리 달 밝을 제 그 꽃이 피었고야
밤마다 꿈속에 들어 잊을 길이 없어라.
千里歸心一樹梅
墻頭月下獨先開
幾年春雨爲誰好
夜夜豌頭入夢來 《이옥봉 李玉峰/매화 梅花》
[17]바람비 심한 탓가 매화꽃 수그렸네
아무리 땅에 떨려 이저리 돌아런들
그 향내 허탕(虛蕩)한 양화 미칠 길이 있으리.
寒梅孤着何憐枝
陟雨癲風困委垂
縱令落地香猶在
勝似楊花蕩浪姿 《운초 雲楚/매화 梅花》
[18]꾀꼬리 잠잠하고 실비는 내리는데
다시금 가는 봄이 너무도 야속하야
화병에 가매화 꽃을 꽂아 놓고 보나니. 《운초 雲楚/가매화 假梅花》
[19]이 몸이 한가하야 옛터로 돌아드니
매화꽃 송이송이 새봄에 피었고야
청향의 깨끗한 양은 비길 데를 몰라라.
世機忘却自閑身
匹馬西來再見春
東閣梅花今又發
淸香不染一纖塵 《죽서 竹西/매화 梅花》
[20]백설이 자자진 골에 구름이 머흘에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 있어 갈 곳 몰라 하노라. 《이색 李穡/목은집 牧隱集》
[21]섣달 매화가 가을 국화 용하게도 추위를 침범해 피니
경박(輕薄)한 봄꽃들이 이미 간여하지 못하는데
이 꽃이 있어 더구나 사계절을 오로지 하고 있으니
한때에만 치우치게 고운 것들이야 견디어 볼 만한 것이 없구나. 《최자 崔滋/보한집 補閑集》
[22]청제(靑帝)가 풍정(風情)을 품고 옥으로 꽃을 만드니
흰옷은 진정 서시(西施)의 집에 있네
몇 번이나 취위(醉尉)의 흐릿한 눈으로 하여금
숲 속에 미인(美人)의 흰옷 소매로 착각하게 하였던고. 《최자 崔滋/보한집 補閑集》
[23]막고사산(邈姑射山)의 신인(神人)처럼 얼음 같은 피부에 눈으로 옷을 삼고
향기로운 입술은 새벽 이슬의 구슬을 마시네
아마 속(俗)된 꽃송이들의
봄에 붉게 물드는 것이 싫어서
요대(瑤臺)를 향해 학(鶴)을 타고
날아갈 듯하구나. 《최자 崔滋/보한집 補閑集》
[24]강중(剛中)은 내 친구인데 취미가 유다르네.
대[竹]에는 서리 내린 뒤 고요한 것을 사랑하고,
매화에는 섣달의 향기를 읊조리네.
물 맑으니 깨끗한 줄기 흔들고[蓮],
바람이 나긋하여 화한 빛깔을 띠네[蘭].
한가한 가운데 내 흥으로 글씨 쓰니 황정경(黃庭經)의 한두 장(章). 《박팽년 朴彭年》
[25]옥매(玉梅) 한 가지를 노방(路傍)에 버렸거든
내라서 거두어 분(盆) 위에 올렸더니
매화이성랍(梅花已成臘)하니 주인 몰라 하노라. 《이후백 李後白》
[26]옥분(玉盆)에 심은 매화 한 가지 꺾어 내니
꽃도 곱거니와 암향(暗香)이 더욱 좋다
두어라 꺾은 꽃이니 버릴 줄이 있으랴. 《김성기 金聖器》
[27]빙자옥질(氷姿玉質)이여 눈 속에 네로구나
가만히 향기 놓아 황혼월(黃昏月)을 기약하니
아마도 아치고절(雅致高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안민영 安玟英》
[28]어리고 성긴 매화 너를 믿지 않았더니
눈 기약(期約) 능히 지켜 두세 송이 피었고나
촉(燭) 잡고 가까이 사랑할 제 암향(暗香)조차 부동(浮動)터라. 《안민영 安玟英》
[29]동각(東閣)에 숨은 꽃이 척촉(唇塚)인가 두견화(杜鵑花)인가
건곤(乾坤)이 눈이거늘 제 어찌 감히 피리
알괘라 백설양춘(白雪陽春)은 매화밖에 뉘 있으리. 《안민영 安玟英》
[30]매화 피다커늘 산중(山中)에 들어가니
봄눈 깊었는데 만학(萬壑)이 한 빛이라
어디서 꽃다운 향내는 골골이서 나느니. 《무명씨 無名氏》
[31]매화 한 가지에 새 달이 돋아오니
달더러 물은 말이 매화 흥미 네 아느냐
차라리 내 네 몸 되면 가지가지. 《유심영 柳心永》
[32]매화 옛 등걸에 춘절(春節)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하다마는
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신위 申緯》
[33]쇠인 양 억센 등걸 암향부동(暗香浮動) 어인 꽃고
눈바람 분분한데 봄소식을 외오 가져
어즈버 지사고심(志士苦心)을 비겨볼까 하노라.
담담중(淡淡中) 나는 낯빛 천상선자(天上仙子) 분명하다
옥난간 어느메뇨 인간연이 무겁던가
연조차 의(義) 생기나니 언다 저허하리요.
성긴 듯 정다웁고 고우신 채 다정할사
천품이 높은 전차 웃음에도 절조로다
마지못 새이는 향내 더욱 그윽하여라. 《정인보 鄭寅普/매화사 梅花詞》
[34]외로 더져 두어 미미히 숨을 지고
따뜻한 봄날 돌아오기 기다리고
음음한 눈 얼음 속에 잠을 자던 그 매화.
손에 이아치고
바람으로 시달리다
곧고 급한 성결 그 애를 못 삭이고
맺었던 봉오리 하나 피도 못한 그 매화. 《이병기 李秉岐/가람 문선(文選)》
[35]매화꽃 다 진 밤에
호젓이 달이 밝다.
구부러진 가지 하나
영창에 비취나니
아리따운 사람을
멀리 보내고
빈방에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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