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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각교실

석봉 고봉주 작품 해제

* 雲甫墨戱(운보묵희), 將勤補拙(장근보졸)


석봉(石峯)고봉주(高鳳柱, 1906-1993) 작품 해제

200자 원고지 기준 각 작품당 1.5~2매.

작품의 성격에 따라 두 작품을 합쳐서 써주셔도 되고,

비슷한 성격의 작품해제로 동어반복이 될 것 같으면, 

어느 한 작품은 작품해제를 안 쓰고 넘어가셔도 됩니다.


1) 散懷(산회)

‘산회(散懷)’란 ‘회포를 풀어놓다’ ‘생각을 내려놓다’ 등의 의미로, 중국 후한의 서예가, 채옹(蔡邕, 132?~192)이 지은 문장인 ‘筆論(필론)’에 나오는 말이다. 나를 구속하고 있는 모든 생각을 다 풀어헤칠 때, 오히려 새로운 창작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 작가의 몸은 자유롭고 마음은 평화로운 상태라야 좌망(坐忘)과 심수쌍창(心手雙暢)의 경지에 들 수 있다.

석봉의 일생은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등으로 점철된 아픔의 시대였다. 이 아픔을 극복하게 해 준 정신적 기반은 긴장이라기보다 오히려 산회 쪽이었다. 산회라는 자유 영혼이 없었다면 망국민 예술가로서 창조 작업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장법 상으로 ‘산회(散懷)’ 두 글자를 흩트려 네 글자처럼 포치(布置)하고 있어 쓸쓸함을 더하고 있지만, ‘회(懷)’ 자를 살펴보면, 굳건한 마음(忄), 정면을 응시하는 눈빛, 오뚝한 콧날(눈물[水]의 변형), 여민 옷깃[衣] 등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도전해 나가는 지사(志士)적 작가 정신을 읽을 수 있다.

 

2)是什麽(시십마) 

 불교(佛敎)에서 진리를 깨치기 위한 참선(參禪)을 한다. 이때 던지는 간명한 질문이 중국어로 ‘시십마(是什麽)’이다. 이와 같은 의미로 ‘화두(話頭)’ 또는 ‘공안(公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이것이 무엇인가?’이다. ‘시십마(是什麽)’가 3음절로 이루어진 점을 감안하여, 경상도 사투리로 ‘이뭐꼬’ ‘이뭣고’로 부를 때도 있다. 여기에서 ‘이 시(是)’ 자는 부처의 본성을 가리키고, 본성을 깨달으면 ‘견성성불(見性成佛)’했다고 한다.

석봉(石峯)은 해방 후 1946년(41세)에 예산공립여자중고등학교 교사로 취임했다가 4년 만에 사임한다. 6.25전쟁을 겪지만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살아나, 10년간은 예술 활동보다 철학과 종교에 심취하기도 했다. 특히 전북 김제 모악산 증산교본부에 입산하여 출가 생활을 한 바도 있다.

‘마(麽)’ 자에서 날카롭게 치솟은 꼭짓점은 진리에 대한 끝없는 추구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3)將勤補拙(장근보졸)

‘장근보졸(將勤補拙)’이란 ‘장차 부지런하면 부족한 점을 보충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근면과 노력이 머리나 솜씨보다 더 중요함을 뜻한다. ‘근면(勤勉)’ ‘보졸(補拙)’과 같은 구절은 석봉(石峯)이 각별히 좋아했던 글귀로, 그는 이와 같은 내용의 인문(印文)을 자신의 독특한 새김 양식인 陰陽刻(음양각)으로도 새긴 바 있다.(그림1)


이 인문(印文) 내용의 근원은 당대(唐代)의 저명한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 자 樂天, 호 香山)의 시 ‘自到郡齋題二十四韻(자도군재제이십사운)’에 나타난다. 


救煩無若靜(구번무약정), 補拙莫如勤(보졸막여근)

번뇌를 구함에는 정숙만한 것이 없고, 모자람을 보충함에는 근면만한 것이 없다.


석봉(石峯)은 음각에서도 주변에 괘선(罫線)을 자주 새겨 넣는데, 이러한 장법은 전국시대(戰國時代)나 한대(漢代)에도 보이는 양식이다.

(그림1) 

 

4)某徑寒苦發淸香(매경한고발청향)

이 인문(人文)은 서화인들에게 회자되는 글귀로 ‘매화는 춥고 매서운 겨울을 겪고 난 뒤에야 맑은 향을 피운다’는 내용이다. ‘某’ ‘楳’ ‘呆’ ‘槑’ 등은 ‘매화 매(梅)’자의 이체자(異體字)로 멋으로 볼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글자 포치에 있어서 원형(圓形) 인면의 귀퉁이에는 복잡한 ‘梅’ 자보다 획수가 적은 ‘某’ 자가 더 잘 어울릴 것이라는 작가의 계산이 들어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 글귀의 출전은 미궁이지만, 현재 남아있는 근거로 볼 때 러일전쟁에 참여한 바 있는 일본 육군 군인 가와무라 카게아키(川村景明 /かわむら かげあき、1850~1926)의 서예 작품(1920년 작, 도표)에 처음으로 나타난다.(그림2)

石峯(석봉)이 일본에서 공부하고 그곳에서 많은 활동을 해 온 점을 감안할 때, 가와무라의 글씨를 석봉이 보고 한국에 소개한 글귀가 아닌가 한다. 

둥근 돌에 새겨 인면이 한 송이의 매화(梅花)로 다가오며, 특히 ‘某’ 자의 윗부분을 트이게 두들겨서 매화 향기가 밖으로 터져 나오는 듯하다. 

梅經寒苦發淸香(매경한고발청향)- 가와무라 카게아키(川村景明 /かわむら かげあき、1850~1926)의 서예 작품(1920)


5)鬢(살쩍 빈) 

자칫 표빈(髟賓)으로 읽기 쉽지만, 髟(머리털 드리워질 표) 자와 賓(손 빈) 자가 합하여 이루어진 ‘잘쩍 빈(鬢)’이란 어려운 글자이다. ‘살쩍’이란 ‘관자놀이와 귀 사이에 난 머리털’을 가리키는 글자이다.  

나뭇잎 형태의 이 인장은 익살스럽게도 석봉(石峯) 선생 자신의 모습을 새긴 듯하다. 표(髟) 자에는 주름살과 머리카락이 보이고, 빈(賓) 자에는 자신의 얼굴 모습이 나타난다. ‘서여기인(書如其人)’이란 말이 있듯이, ‘각여기인(刻如其人)’이란 말도 성립된다. ‘전각은 그 사람과 같다’라는 뜻이다. 새김질 속에는 은연중에 작가의 DNA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6)樞水(추수) 

일본인의 성으로 보인다. 

석봉은 27세(1932)에 동경에서 히다이 텐라이(比田井天来, 1872∼1939)의 문하에 들어가 6년간 공부했다. 텐라이 선생은 제자 석봉의 전각을 좋아하여 회갑 이후에는 제자 석봉이 새긴 도장만을 찍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텐라이 선생 문하에 있으면서 당대 일본 최고의 전각가 가와이 센로(河井筌廬, 1871∼1945)로부터는 전각을 공부했다. 

석봉은 가와이 전각을 통하여 오창석(吳昌碩), 조지겸(趙之謙), 제백석(齊白石) 등의 여러 작가들의 작품 세계도 접하면서 자신의 예술 세계를 심화시켜 나갔다.

해방 후에도 많은 일본작가들로부터 전각 주문을 받고, 도일하여 현장에서 작업하기도 했다. 이 인장도 그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한다.


7)得魚忘筌(득어망전)

‘득어망전(得魚忘筌)’이란 우리에게 친숙한 성어로 ‘고기를 잡으면 고기를 잡던 통발은 잊는다’는 말이다. 의역하면, 뜻을 이루면 그 뜻을 이루기 위해 사용한 수단은 버리게 된다는 의미이다. 학문은 물론 예술 활동에서도 절대 진리(眞理)나 진미(眞美)에 도달하고 나면, 그 진리나 진미에 도달하기 위해 사용한 모든 수단은 필요가 없게 된다.

이 인문(印文)은 <장자(莊子)> 외물편(外物篇)에 나온다.


筌者所以在魚(전자소이재어) 得魚而忘筌(득어이망전).

통발(筌)은 물고기를 잡는 도구인데, 물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은 잊어버리고 만다.


그런데 석봉의 경우 대개 진한(秦漢)의 도법(刀法)과 자법(字法)을 근간으로 하여 오창석(吴昌硕, 우챵슈워)의 인풍(印風)을 따르고 있으나, 가끔은 획의 굵기가 서로 다르고, 직선 획이 많은 제백석(齐白石, 치바이스)를 본받기도 한다. 이 작품은 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


8)華意竹情(화의죽정)

‘華意竹情(화의죽정)’이란 ‘꽃과 같이 아름다운 뜻과 대처럼 변함없는 정서’를 의미한다. 여기의 ‘빛날 화(華)’ 자는 본래 ‘꽃 화(花)’의 뜻이었다.

이 인장은 인발에 있어서 곡직(曲直)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코믹한 작품이다. 왜냐하면 부드럽고 둥근 꽃은 직선으로 새기고, 곧은 댓잎은 곡선으로 새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죽(竹)’ 자의 구성을 작고도 입체적이면서, 원근감 있게 포치하여 마치 저쪽 언덕에 대밭이 있는 듯한 이미지다. 

인면을 다 새긴 후에 가장자리를 칼로 찍거나 두들겨서 경계를 무너뜨리거나 많은 구멍을 내어, 전체적으로 꽃향기가 진동하거나 댓바람이 시원하게 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9)惟日不足(유일부족)

‘惟日不足(유일부족)‘은 ’분주하고 다사다난하여 날짜가 모자란다’는 뜻이다. <상서(商書)> ‘태서(泰誓)’ 중에 나오는 말이다.


我聞吉人爲善,惟日不足,兇人爲不善,亦惟日不足.

(아문길인위선,유일부족,흉인위불선,역유일부족)

내[王]가 들으니, 길(吉)한 사람은 착한 일을 하고도 날마다 부족하게 여기고, 흉(凶)한 사람은 날마다 나쁜 일을 하고도 또한 날마다 부족하게 여긴다.


이 작품의 특징은 인문(印文)을 전체적으로 위쪽으로 끌어올린 듯한 장법(章法)에 있다. 그리하여 위쪽의 두 글자인 ‘유(惟)’ 자와 ‘불(不)’ 자의 위쪽 획은, 획(劃)이면서 변(邊)이기도 하여 오버랩 효과, 곧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리고 유(惟), 일(日), 불(不), 족(足) 자의 자법(字法) 처리에 있어서, 순차적으로 충일감에서 결핍감을 느끼게 공간처리를 하고 있어, ‘惟日不足(유일부족)‘의 의미를 절묘하게 살리고 있음이 이 작품의 비밀이라 할 수 있다.


10)唫香(금향)

‘唫’ 자는 한 대(漢代)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도 나타나는 글자로 ‘구급야(口急也), 우폐야(又閉也)’ 등으로 풀이하고 있다. ‘입 다물 금(唫)’, 또는 ‘읊을 음(唫)’으로 읽혀지며, ‘읊을 음(吟)’의 이체자로 사용되기도 한다.

‘唫香(금향)’ 자체의 의미는 ‘향기를 머금다’이나, 여기서는 일제강점기 지금의 서울인 경성(京城)에 있던 출판사명인 ‘금향각(唫香閣)’을 위해 새긴 것이 아닌가 한다. 여기에서 <석실가화(石室佳話), 1938년 간행> 등의 책을 펴낸 바 있지만 이 인장의 사용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일본인의 부탁으로 새긴 상호(商號)일 가능성도 있다. 중국 상해의 고서적 출판사 중에 ‘중금향선관(唫香僊館)’이 있는데, 이는 개연성이 낮아 보인다.

이 인장의 특이점은 놀랍게도 전서체(篆書體)가 아니라 北魏風(북위풍)의 해서로 새겼다는 점에 있는데, 이 점이 예술인(藝術印)이라기보다 실용인(實用印)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1)秦漢遺法(진한유법) - 무오 춘3월 上浣(상완) 石峯(석봉) 并題(병제) - 24顆(과)

 

인문(印文)이 보이지 않습니다.

 

 

12)方寸(방촌)天地(천지) 

 

석봉 고봉주, 산인어목 합작,

<인보 족자: 방촌천지>, 

종이에 먹, 인주, 개인 소장

 

 

13)氣節爲貞金介石(기절위정금개석) 

   心神如秋月春雲(심신여추월춘운)

- 石峯高兄方家正之(석봉 고형 방가 정지)

己丑秋(기축추) 八十六老友(86노우) 葦滄(위창)

 

위창 오세창, <○○○○>, 

종이에 먹, 개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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