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타임즈, 한애리
백색 화선지 위에서 발하는 천상의 빛, 먹색의 영롱함에 심취된 석산 강창화씨(52)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전시회, '석산 강창화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강창화씨의 다섯 번째 개인전은 오는 8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개최된다.
2002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이래 해마다 작품전을 열고 있는 그는 전통적 방법과 형식을 버팀목으로 개성이 강하고 창의적인 새로운 작품들을 매해 발표해 오고 있다.
특히 그는 전·예·해·행초서의 오체가 녹아있는 듯한, 일정한 서체로 구분짓기 어려운 작품을 구사하고 단순구조의 한글을 그만의 조형감각과 호방한 필선을 통해 자유분방한 필치로 필목자체가 지닌 물성을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또한 영문, 한문, 한글에 채색을 혼용해 서예와 회화 전방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기법을 도입, 서예의 세계화를 시도하는데 노력을 주저하지 않는 작가이기도 하다.
강창화씨는 이번 전시회에 법성계를 쓴 병풍 2점과 대·소작 60여점 등 그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금문, 전·예·행서가 혼합돼 쓰인 '견현사제'는 글자 하나하나를 해체하면 서체의 다름을 알 수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에 있어서는 선뜻 서체를 분별하기 어렵다.
이는 모든 서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시대의 편리성에 의해 발전되어 온 것 일뿐 문자의 근원은 하나라는 그의 주장을 잘 뒷받침해 주고 있다.
서예평론가인 권상호씨는 강씨를 당나라때 초서의 대가 회소와 비유하면서 "회소의 초서는 나는 듯한 기세와 무궁한 생명력으로 기이한 돌이 시냇물에 굴러가고 등나무가 고송을 감고 있는 듯하여 회소의 병품을 물가에 옮겨 놓으면 글자마다 용이되어 물 속으로 뛰어 들까 두렵다했는데, 그의 초서의 이미지가 이와 같다"고 소개했다.
강창화씨는 "작품에 임하여, 동양물감으로 채색도 했었고 내 몸체만한 붓으로 페인팅도 해보았고, 유화물감 퍼붓고 긁어도 보았지만 얼굴에 분바르고 화장하고 몸뚱이에 문신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순간적인 호기심만 자극하는 허구일 뿐"이었다고 회상하면서 "백색 화선지위 먹색의 영롱함이야말로 '천상의 빛'"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창화씨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이자 중국정부초청전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초대전과 단체전 등에 참가하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현제 제주도서예학회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