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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의 7언율시 全

 

매월당의 7언율시 全


영 산거 증 산중도인 오수(詠山居贈山中道人五首)

지둔이 산중에서 초당을 얽으매 / 支遁山中結草堂

허순이 찾아와서 광상을 같이했네 / 許詢來訪共匡床

운송의 취미는 한가할수록 높은데 / 雲松趣味閑來雅

설죽의 정회는 늙을수록 굳세어라 / 雪竹襟懷老去剛

검은 책상에는 방외(이단)의 책을 빌려서 뒤적이고 / 烏几倩繙方外語

향로에는 해남의 향을 손수 꽂도다 / 鴨爐親揷海南香

선정을 파한 뒤에는 기량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 休言定罷無伎倆

맑은 물과 밝은 등불로 고황에 제사하도다 / 淸水明燈祀古皇


봄 산에 짝이 없이 혼자 갈 때에 / 春山無伴獨行

원숭이가 쌍쌍이 앞뒤에서 따랐네 / 猿狖雙雙先後隨

떡갈나무 잎이 시내를 그늘 지우매 오솔길에 헤매이고 / 槲葉蔭溪迷小徑

솔삭정 돌에 누워 통하는 길 막았도다 / 松槎偃石碍通歧

해마다 밤 주워서 가난한 흉년 잊고 / 年年收票忘貧歉

곳곳에 띠를 엮어 편의한 집 마련한다 / 處處團茅任適宜

일생을 점검해 보매 바쁜 일이 적었거니 / 點檢一生忙事少

세간의 고삐와 굴레는 일찍 알지 못했네 / 世間韁勒不曾知


손이 와서 말없이균상에 마주하니 / 客來無語對筠床

숲속의 아지랑이는 아물아물 저녁볕에 물들고 / 林靄霏霏

산신령이 와서 나를 괴롭힐까 두럽지 않지만 / 不怕山靈來惱我

들쥐가 양식 훔칠 줄 아는 것이 몹시 화나도다 / 深嗔野鼠解偸糧

도지화로에 불을 피움은 밤을 구으려 함이요 / 地爐撥火將煨栗

구리 탕관에 샘물을 뜨는 것은 탕을 끓이려 함이로다 / 銅鑵盛泉欲煮湯

이런 괴로움은 부역이 아니어니 / 不是苦爲形所役

숨은 선비의 살아가는 일로는 보통이리라 / 隱居生業此尋常


세상 맛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볶는 것 같은데 / 世味於人苦似煎

숲과 샘물의 맑은 흥취는 진실로 유연하여라 / 林泉淸興政翛然

풀은 들길을 나뉘어 푸르기는 물든 것 같은데 / 草分野徑靑如染

꽃은 산의 서재를 끼어 붉기가 타는 것 같구나 / 花擁山齋紅欲燃

해는 어린 이끼를 굽는데 구욕새는 울고 / 日灸嫰苔鸜鵒語

바람은 참대에 부드러운데 사향노루가 조은다 / 風柔苦竹麝香眠

다시는 티끌 속의 일을 말하기 싫었나니 / 不堪更說塵中事

연기와 놀 속에 높이 누운 지 이미 여러 해여라 / 高臥煙霞已數年


따로이 생애가 있어 푸른 산에 머무르거니 / 別有生涯住碧山

한가한 정은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네 / 閑情不欲語人間

이끼 낀 한길은 대밭에 통했는데 / 莓苔一逕通脩竹

천 그루 솔과 전나무는 작은 뫼를 둘렀도다. / 松檜千株匝小巒

바위의 새는 내려와종병사를 엿보고 / 岩鳥下窺宗炳社

골짜기의 구름은 와서 조사단을 보호하네 / 洞雲來護祖師壇

어느 누가 너를 위해 초은시를 지을 건가 / 阿誰爲爾題招隱

단계가 무더기로 났나니 어찌 잡아보랴 / 丹桂叢生怎可攀


화 종릉산거 시 이수(和鍾陵山居詩二首)

해마다 사미를 도처에서 겸했거니 / 四美年年到處兼

개울빛과 산빛이 쑥대 발에 비치네 / 溪光山色映蓬簾

약초밭에 사슴이 장난친다고 성낼 것 있나 / 藥園鹿戱何曾慍

차 달이는 부엌에 버섯이 나도 싫어하지 않는다 / 茶竈菌生亦不嫌

만사를 자세히 보면 가난도 바로 즐거움이요 / 萬事省來貧是樂

한 몸이 한가하면 늙음도 싫어할 것 이니어니 / 一身閑了老非厭

웃으며 티끌 세상의 유유함을 보나니 / 笑看塵世悠悠者

너무 굵지 않으면 곧 너무 가늘더라 / 無犬麤疏便太纖


인간의 변하는 꼴은 비단보다 얇거니 / 人間變態薄

끝내 돌아와 푸른 놀 속에 눕는 것이 옳도다 / 端合歸來臥

늙은 경우는 병든 매미라 어둑한 잎에 숨어야 하고 / 老境病蟬藏翳葉

인생은 가을 나비라 뜬 떼배에 붙여야 하네 / 人生秋蝶寄浮槎

바람 앞에는 추룩추룩 솔방울이 날고 / 前細細飛松子

구름 밖에는 뚝뚝 계수꽃이 떨어진다 / 雲外毿毿落柱花

도인은 항해를 먹는다고 말하지 말라 / 莫道道人嚥沆瀣

바위 곁의 봄비에 깨를 심느니 / 岩邊春雨種胡麻


고목(枯木)

긴 가지 구불어지고 작은 가지 비스듬한데 / 長枝蟠屈小枝斜

곧은 줄기는 정정히 푸른 놀 속에 솟아 있네 / 直幹亭亭

몇 해나 바위를 기대어 비와 눈물 물리쳤던가 / 幾歲倚巖排雨雪

언제나 용이나 뱀으로 화해 멀리 달아나려나 / 何年趠走化龍蛇

    혹이 붙은 껍질은 울퉁불퉁하여 장생의 나무요 / 瘤皮臃腫莊生木

    기이한 모양은 우뚝하고 뾰족하여 한사의 뗏목일세 / 奇狀巃嵸漢使槎

    봄이 와도 마음이 없는 것 하늘도 애석히 여겨 / 春至無心天亦惜

    등나무로 잎이 되고 이끼로 꽃이 되게 하였도다 / 敎藤爲葉蘚爲花


차 사가운(次四佳韻)

책상 앞의 시필을 귀찮지만 다 마치고 / 床前詩筆懶全提

동쪽 동산 거닐매 짚신이 좋아라 / 信步東園薦草鞋

벌이 꽃술을 빨아 향기가 길에서 일고 / 蜂唼花鬚香惹徑

사향노루 봄 언덕에서 조는데 푸른 빛은 시내를 따른다 / 麝眠春塢綠沿溪

밭두덕 머리의 구기는 천 줄기 길었고 / 壠頭枸杞千莖長

바위 곁의 인삼은 다섯 잎이 가지런하구나 / 巖畔人蔘五葉齊

선원은 쓸쓸하여 속세 일이 적은데 / 禪院荒凉塵事少

화동에는 제비만이 진흙을 쌓네 / 畫棟唯有燕沾泥


감회(感懷)

43년의 일이 이미 다 글렀나니 / 四十三年事已非

이 몸은 전혀 컸던 뜻과 어긋났네 / 此身全與壯心違

신어는 아홉 번 변해 천 리를 나는데 / 神魚九變騰千里

    큰 새는 3년에 한 번 날려 한다 / 大鳥三年欲一蜚

    귀를 씻으려 다시 동쪽 개울 물을 찾고 / 洗耳

    주림을 달래려 북쪽 산의 고사리를 캐었네 / 療飢北山

    지금부터 돌아갈 곳을 비로소 깨달았나니 / 從今覺歸歟處

    눈 속의 대나무와 서릿발의 죽순은 늙어서 의지할 만하여라 / 雪竹霜筠老可依


담상 유감(潭上有感)

봉우리 위의 푸른 단풍나무는 천만 가지인데 / 峯上靑楓千萬枝

봄을 슬퍼하는 정서는 어지럽기 실과 같도다 / 傷春情緖亂如絲

바위 곁에 핀 꽃 울긋불긋하여도 응당 주인은 없으리니 / 岩花灼灼應無主

나는 나비 쌍쌍으로 가는 것 슬퍼할 만도 하여라 / 胡蝶雙雙亦可悲

    어떻게 하면 사람의 일이 수경같을꼬 / 人事那能如水鏡

    까마귀 새끼의 수컷 암컷을 그 누가 분별하리 / 烏雛誰復識雄雌

    진 나라의 구덩이와 한 나라의 금고가 다 이러하거니 / 奏坑漢錮皆如此

    부는 것 어느 것이 참이요 어느 것이 거짓인가 / 孰是眞吹孰竊吹


궁수(窮愁)

곤궁한 시름 솜과 같아서 부딪치면 곧 붙이나니 / 窮愁如絮着旋粘

맑은 시 아니고 고칠 수 없네 / 除却淸吟不可砭

게으른 성질은 이미 나무에 깃드는 새와 같은데 / 嬾性已如樓木鳥

삶을 경영하는 것은 낚싯대에 걸리는 메기와 무엇이 다르랴 / 營生何異上竿鮎

대흠통 파서 찬 우물을 보태고 / 閑刳竹筧添寒井

소나무 가지 꺾어서 짧은 처마를 깁는다 / 爲折松枝補短簷

문을 닫고 글을 지으면서 스스로 위로하나니 / 閉戶著書自慰

뜰에 가득한 성긴 비는 부실부실 나리네 / 一庭疏雨正廉纖


화 기수운 이수(和箕叟韻二首)

쓸쓸한 초가집에 가을 흥취가 길어 / 寥落精廬秋興長

때로는 소리 높이 시를 읊어 늙은이 미친 짓을 하네 / 朗吟時作放翁狂

산성의 소나기는 쇠잔한 더위를 거두고 / 山城驟雨收

바람 부는 나무에 간간이 우는 매미는 늦서늘함에 울도다 / 風樹疏蟬咽晩凉

    상단의 고운 추위 늙은 뼈를 놀라게 하고 / 湘簟嫰寒驚老骨

    혜천의 맑고 찬물 마른 창자를 씻나니 / 惠泉甘冽浣枯腸

    근년 되어서 비로소 성상의 변함을 깨닫고 / 年來陡覺星霜變

    단을 굽는 위백양을 배워 얻었노라 / 學取燒丹魏伯陽

    달은 동쪽 숲에 밝아 가을밤은 긴데 / 白東林秋夜長

    소리 높여 외로이 읊조리며 매우 소광해 본다 / 放吟孤嘯大疏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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