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유단(酒道有段) - 조지훈의 수필집 `사랑과 지조`

조지훈의 수필집 `사랑과 지조`에는 `주도유단(酒道有段)`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술을 마시는 주도에도 급과 격이 있는데, 주정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인품과 직업은 물론 그 사람의 주력(酒歷)과 주력(酒力)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주도(酒道)에도 단수(段數)가 있다고 합니다. 조지훈은 이 단의 높이를 술을 마신 연륜, 같이 술을 마신 친구, 마신 기회, 술을 마신 동기 그리고 술버릇, 이렇게 다섯 가지를 종합해 메기고 있습니다. 조지훈이 말한 술의 급수와 단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불주(不酒).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주도 9급

2) 외주(畏酒).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주도 8급

3) 민주(憫酒).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주도 7급

4) 은주(隱酒).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서 혼자 숨어서 마시는 사람. 주도 6급

5) 상주(商酒). 마실 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잇속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 주도 5급

6) 색주(色酒). 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주도 4급

7) 수주(睡酒). 잠이 안 와서 마시는 사람. 주도 3급

8) 반주(飯酒). 밥맛을 돕기 위해서 마시는 사람. 주도 2급

9) 학주(學酒). 술의 진경(眞境)을 배우는 사람. <주졸(酒卒)>, 주도 초급

10) 애주(愛酒). 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 <주도(酒徒)>, 주도 초단

11) 기주(嗜酒). 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 <주객(酒客)>, 주도 2단

12) 탐주(耽酒). 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 <주호(酒豪)>, 주도 3단

13) 폭주(暴酒). 주도(酒道)를 수련하는 사람. <주광(酒狂)>, 주도 4단

14) 장주(長酒). 주도삼매에 든 사람. <주선(酒仙)>, 주도 5단

15) 석주(惜酒).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 <주현(酒賢)>, 주도 6단

16) 낙주(樂酒).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 <주성(酒聖)>, 주도 7단

17) 관주(觀酒).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마실 수는 없는 사람. <주종(酒宗)>, 주도 8단

18) 폐주(廢酒), 열반주(涅槃酒).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주도 9단

조지훈의 술에 대한 생각은 다분히 낭만적이고 문학적입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술에 대해 낭만적인 접근만 할 수 있는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매년 술 소비량이 늘고 있고, 술로 인해 건강을 해치고 병이 생기는 일도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기분 좋게 술을 마시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술은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는 발효주입니다. 발효주는 당분이 효모에 의해 발효되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알코올의 농도가 일정 농도가 되면 효모의 활동이 억제되어 알코올 도수는 대개 20도를 넘지 않게 됩니다.

둘째는 증류주입니다. 증류주는 발효로 만들어진 술을 다시 증류해서 도수를 높인 것으로, 대개 40도 전후가 술로 이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