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파에 짠내가 나도록 시달린 물고기 한 마리가 더 이상 속세에 머물 수 없어 절간을 찾았습니다. "부처님께 귀의하고 싶나이다." 아침 공양을 마친 스님은 기막혀 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온 절간에 비린내를 풍기는 너를 어찌 받아들인단 말이냐" 하며 거절했습니다.
물고기는 냇가에 가서 정성스레 온몸을 씻고 다시 돌아와 말했습니다. "절 받아 주시지요. 제 한 몸 공양으로 바치겠습니다." 이에 스님은 역정을 냈습니다. "너의 냄새는 본디 네 심성에서 나오는데 비늘 몇 조각 씻는다고 그게 벗어질 것 같으냐."
물고기는 이번엔 배를 가르고 속을 비우고서는 다시 올라갔습니다. "저를 받아 주시지요. 그렇지 않으면 저 화로 속으로 뛰어들고 말겠습니다." 저녁 공양을 막 끝낸 스님은 다시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네놈이 이번엔 자해를 하는 것도 모자라 공갈 협박까지 하려 드느냐" 하고는 쇠꼬챙이로 꿰어 매달아 버렸습니다. 그러고는 매일 공양 때가 되면 한차례 두들겨 패 주었습니다. 절간에 물고기가 걸리게 된 사연입니다.
글=김진송<목수>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현문서가 刊) 중에서
권상호